의사소통은 개인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고 타인의 메시지를 이해하는 상호작용적 과정이다. 즉, 의사소통능력은 단순한 언어표현 기술을 넘어 의미를 공유하고 수용하는 포괄적인 상호작용 역량을 의미한다. 이러한 의사소통능력은 관계의 형성 및 유지, 정서 표현, 문제 해결, 학습 참여 등 인간의 전반적인 사회적 기능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며(Oh, 2018), 특히 아동기에는 사회성 발달, 학업 성취, 자아개념 형성과 같은 장기적인 발달 결과와 밀접하게 관련된다(Lee, 2018). 반면, 의사소통의 어려움은 또래 상호작용을 제한하여 정서·행동 문제로 이어질 수 있으며(Gallagher, 1999; Yoo, 2009), 궁극적으로 학업 수행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Kim, 2010).
아동의 의사소통 발달은 기질, 인지, 정서와 같은 내적 요인과 가정환경, 양육태도, 사회적 상호작용 등의 외적 요인이 역동적으로 상호작용한 결과이다(Kim, 2014). 이 중 기질은 자극에 대해 자동적으로 발생하는 정서적 반응 성향으로서, 아동 고유의 언어 및 의사소통 양식을 형성하는 중요한 기반이 된다(Chang et al., 2007). 선행연구에 따르면 기질은 의사소통능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 으로 보고되어 왔다. 구체적으로 영아의 기질적 활동성, 적응성, 반응 강도는 수용 및 표현언어 능력을 유의하게 예측하였고(Cho & Hong, 2010; Kim & Shin, 2013), 기질적으로 수줍음이 많은 아동은 새로운 대화 상황에서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주저하고 자발적인 발화가 제한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Coplan & Weeks, 2009). 또한, 과활동성 기질은 말소리 발달과 자음 정확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Lee, 2025). 까다로운 기질적 특성은 말더듬 등 유창성장애의 발현과도 긴밀한 연관성이 있음이 보고된 바 있다(Lee & Sim, 2007).
그러나 아동기 기질 특성과 의사소통능력의 관계를 다룬 기존 연구들은 몇 가지 방법론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Cho & Hong, 2010; Kim, 1998; Kim, 2010; Kim & Shin, 2013; Kwon & Chun, 2015; Kwon & Lee, 2025; Seo, 2023). 첫째, 상당수의 연구가 기질 점수를 임의의 유형 및 범주(상·중·하)로 분절하여 분석함으로써 기질 자체가 지니는 연속적이고 스펙트럼적인 변별적 예측력을 온전히 규명하지 못하였다. 둘째, 선행연구에서 주로 활용된 기질 평가 도구는 표출되는 외현적 행동 특성에 치우쳐 있어, 사후적 학습이나 양육 환경에 의해 수정된 행동 양식이 통제되지 못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즉, 환경적 요인이 혼재되어 독립된 생물학적 기반의 기질이 의사소통능력에 미치는 순수한 영향력을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Cloninger의 심리생물학적 모델에 기반한 기질 및 성격 검사(Temperament and Character Inventory, TCI; Cloninger et al., 1993)는 유전적으로 타고나는 기질(temperament)과 후천적으로 발달되는 성격(character)을 구분하여 측정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지닌다(Kang & Hong, 2022). 특히, TCI의 기질 차원은 새롭거나 신기한 자극 및 잠재적인 보상 단서에 끌리면서 행동이 활성화 되는 유전적 경향성인 자극추구(novelty seeking), 위험하거나 혐오스러운 자극에 대해 행동이 억제되고 위축되는 유전적 경향성인 위험회피(harm avoidance), 사회적 보상 신호에 강하게 반응하는 유전적 경향성인 사회적 민감성(reward dependence), 지속적인 강화가 없어도 한번 보상된 행동을 꾸준히 지속하려는 유전적 경향성인 인내력(persistence)의 네 가지 독자적인 심리생물학적 기제에 기반한다. 따라서 해당 모델을 적용하는 것은 아동이 타고난 고유의 신경학적 반응 체계가 언어 자극을 처리하고 사회적 의사소통을 주도하는 역량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정밀하게 탐색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이에 본 연구는 Cloninger의 모델을 바탕으로 학령전기 아동의 생물학적 기질 특성을 파악하고, 의사소통능력과의 연관성 및 영향력을 탐색하고자 한다. 또한, 본 연구에서는 의사소통능력을 다각적으로 살펴보기 위하여 전반적 언어, 어휘·의미적 언어, 사회·화용적 언어의 세 가지 측면으로 구분하였다. 이를 통해 기질이 전반적인 언어능력뿐만 아니라 구조적·양적 언어능력과 기능적·생태학적 화용능력에 미치는 개별적이고 상대적인 영향력을 통합적으로 규명하고자 한다. 본 연구의 시도는 아동의 선천적 기질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의사소통 중재 방안 및 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임상적·학술적 기초자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연구 목적을 위해 설정한 문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학령전기 아동의 기질 특성과 의사소통능력 간의 관계는 어떠한가?
둘째, 학령전기 아동의 기질 특성이 의사소통능력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한가?
연구방법
연구대상
본 연구는 대전 지역에 거주하는 학령전기(3–5세) 전형적 발달 아동 총 42명을 대상으로 하였다. 연구 대상자의 구체적인 선정 및 배제 기준은 다음과 같다.
첫째, 취학전 아동의 수용언어 및 표현언어 발달척도(Preschool Receptive-Expressive Language Scale, PRES; Kim et al., 2003)를 실시한 결과, 생활연령과 통합언어 발달연령의 차이가 1세 미만인 전형적 언어발달 아동을 선정하였다. 둘째, 의학적 진단 및 주양육자의 보고를 토대로 시각 및 청각적 이상이 없으며, 지적장애나 자폐스펙트럼장애 등의 신경발달장애 진단을 받지 않은 아동으로 제한하였다. 셋째, 신체 및 정서 영역에서 임상적으로 유의한 문제가 없고 일상생활 수행 기능에 제한이 없는 아동을 최종 연구대상으로 선정하였다.
본 연구에 참여한 대상자의 인구학적 특성은 Table 1과 같다. 아동의 성별 분포는 남아 30명(71.4%), 여아 12명(28.6%)이었으며, 평균 생활월령은 52.35개월(SD=9.77)로 나타났다.
연구도구
유아용 기질 및 성격검사
기질 특성을 평가하기 위하여 유아용 기질 및 성격검사(Junior Temperament and Character Inventory 3-6, JTCI 3-6; Oh & Min, 2007)를 활용하였다. JTCI 3-6은 Cloninger 등(1993)의 TCI를 기반으로 국내 3–6세 유아를 대상으로 표준화한 기질 및 성격검사로, 아동의 기질적 요인과 발달 변인 간의 관계를 탐색하기 위해 선행연구들에서 사용되고 있다(Oh, 2006; Park et al., 2008). 검사는 기질 4영역 및 성격 3영역으로 구분되는데, 기질 척도는 자극추구 15문항, 위험회피 16문항, 사회적 민감성 12문항, 인내력 12문항, 성격 척도는 자율성 11문항, 연대감 10문항, 자기초월 10문항, 총 86문항에 대하여 5점 척도로 응답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평가는 대상 아동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주양육자의 보고로 진행되었다.
취학전 아동의 수용언어 및 표현언어 발달척도
전반적 언어능력을 평가하기 위하여 취학전 아동의 수용언어 및 표현언어 발달척도(PRES; Kim et al., 2003)를 활용하였다. PRES는 2–6세 아동의 수용언어 및 표현언어 능력을 측정할 수 있는 표준화 된 검사로, 언어발달 평가 시 임상 현장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Kim et al., 2024). 검사는 2영역으로 수용언어 45문항과 표현언어 45문항, 총 90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평가는 독립된 검사실에서 1급 언어재활사인 검사자와 대상 아동 간 1대1로 진행되었다.
수용·표현 어휘력 검사
어휘·의미적 언어능력을 평가하기 위하여 수용 ·표현 어휘력 검사(Receptive and Expressive Vocabulary Test, REVT; Kim et al., 2009)를 활용하였다. REVT는 2세 6개월–16세 이상 성인의 수용어휘 및 표현어휘 능력을 측정할 수 있는 표준화된 검사로, 여러 임상에서 어휘력 평가를 위하여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Park et al., 2020). 검사는 2영역으로 수용어휘 185문항과 표현어휘 185문항, 총 370개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평가는 독립된 검사실에서 1급 언어재활사인 검사자와 대상 아동 간 1대1로 진행되었다.
아동 화용언어 체크리스트
사회·화용적 언어능력을 평가하기 위하여 아동 화용언어 체크리스트(Children’s Pragmatic Language Checklist, CPLC; Oh et al., 2012)를 활용하였다. CPLC는 구조화된 표준화 절차로는 평가하기 어려운 화용적 결함 여부와 화용언어의 하위영역별 질적 특징을 분석할 수 있는 검사로 인정받고 있다(Kim, 2014). 검사는 4영역으로 담화 관리 10문항, 상황 조절 13문항, 의사소통 의도 14문항, 비언어적 의사소통 7문항, 총 44문항에 대하여 4점 척도로 응답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평가는 대상 아동의 주된 의사소통 상대자인 주양육자의 보고로 진행되었다.
연구결과
기질 특성과 의사소통능력 간 관계
기질 특성 및 의사소통능력 변인의 기술통계
아동들의 기질 특성(자극추구, 위험회피, 사회적 민감성, 인내력) 및 의사소통능력(전반적 언어, 어휘·의미적 언어, 사회·화용적 언어) 변인에 대한 기술통계 분석 결과는 Table 2와 같다.
기질 척도의 평균은 자극추구 20.52±9.91점, 위험회피 27.04±10.47점, 사회적 민감성 26.64±7.78점, 인내력 29.88±8.65점으로 나타났다. 전반적 언어의 수행력 평균은 PRES 검사에서 수용언어 38.02±12.56점, 표현언어 37.26±10.39점, 어휘·의미적 언어의 수행력 평균은 REVT 검사에서 수용어휘력 52.54±20.89점, 표현어 휘력 56.88±19.79점으로 나타났다. 사회·화용적 언어의 수행력 평균은 CPLC 검사에서 담화 관리 24.33±5.96점, 상황 조절 28.95±6.27점, 의사소통 의도 28.16±7.12점, 비언어적 의사소통 26.00±4.46점으로 나타났다.
기질 특성과 의사소통능력 간 관계
아동들의 기질 특성과 의사소통능력 변인 간의 관계를 살펴보기 위해 피어슨(Pearson) 적률상관관계를 실시하였다. 기질적 특성에 따라 전반적 언어, 어휘·의미적 언어, 사회·화용적 언어에서 상이한 관계 패턴이 확인되었다. 분석 결과는 Table 3과 같다.
첫째, 자극추구 기질은 사회·화용적 언어의 하위 영역인 의사소통 의도(r=-.372, p<.05) 및 비언어적 소통(r=-.328, p<.05)과 유의미한 부적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즉, 자극을 강하게 추구하는 기질적 성향이 높을수록 대화의 의도를 조율하거나 비언어적 단서를 사용하는 화용적 능력이 낮아지는 경향이 확인되었다. 둘째, 위험 회피 기질은 사회·화용적 언어의 담화 관리(r=-.343, p<.05) 영역에서 유의미한 부적 상관을 보였다. 이는 위험을 회피하려는 성향이 강할수록 대화의 턴을 유지하고 흐름을 관리하는 능력이 저하됨을 의미한다. 셋째, 사회적 민감성 기질은 어휘·의미적 언어의 표현 어휘력(r=.305, p<.05)과 유의미한 정적 상관관계를 보였다. 넷째, 인내력 기질은 의사소통능력의 하위 영역 대다수와 광범위한 정적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구체적으로 전반적 언어의 수용언어(r=.400, p<.01), 어휘·의미적 언어의 수용어휘(r=.507, p<.001)와 표현어휘(r=.499, p<.01), 그리고 사회·화용적 언어의 담화 관리(r=.391, p<.05), 상황 조절(r=.493, p<.001), 의사소통 의도(r=.548, p<.001)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정적 상관을 보였다.
기질 특성이 의사소통능력에 미치는 영향
아동들의 기질 특성이 의사소통능력(수용언어, 표현언어, 수용어휘, 표현어휘, 담화 관리, 상황 조절, 의사소통 의도, 비언어적 소통)에 미치는 상대적 영향력을 규명하기 위해 단계적 다중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분석에 앞서 회귀모형의 기본 가정을 확인한 결과, Durbin-Watson 지수가 1.53–2.40의 범위로 나타나 잔차의 자기상관성이 없었으며, 분산팽창요인(variance inflation factor, VIF)이 10 미만(1.00–1.01)으로 나타나 다중공선성의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의사소통능력의 8개 하위 변인별로 산출된 최종 회귀분석의 결과는 Table 4에 제시하였다.
첫째, 기질 특성이 전반적 언어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수용언어에 대해서는 인내력(β=.400, p<.01)이 유의미한 정적 영향을 미치는 예측 변인으로 도출되었으며, 이 모형의 설명력은 13.9%로 나타났다(F=7.618, p<.01).
둘째, 기질 특성이 어휘·의미적 언어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인내력 기질이 수용어휘(β=.507, p<.01)와 표현어휘(β=.499, p<.01) 모두에 강한 정적 영향을 미치는 핵심 변인으로 확인되었다. 인내력 기질은 아동의 수용어휘력을 23.9% (F=13.873, p< .01), 표현어휘력을 23.0% (F=13.272, p<.01) 설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셋째, 기질 특성이 사회·화용적 언어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하위영역별로 상이한 기질적 영향력이 도출되었다. 대화의 차례를 주고받는 담화 관리 능력은 인내력(β=.351, p<.05)이 정적 영향을, 위험회피(β=-.296, p<.05)가 부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두 변인의 설명력은 20.0%였다(F=6.123, p<.01). 또한, 상황 조절 능력(β=.493, p<.01)과 의사소통 의도 영역(β=.548, p<.001)에서는 인내력이 유의미한 정적 예측 변인으로 도출되었다. 특히 인내력 기질은 의사소통 의도 능력의 무려 28.3%를 설명하는 가장 강력한 예측 요인으로 확인되었다(F=17.152, p<.001). 마지막으로, 비언어적 소통 능력에 대해서는 자극추구 기질이 유의미한 부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β=-.328, p<.05), 설명력은 8.5%로 나타났다(F=4.822, p<.05).
논의 및 결론
본 연구는 학령전기(3–5세) 전형적 발달 아동을 대상으로 생물학적 기질 특성이 의사소통능력에 미치는 영향력을 다각적으로 탐색하고자 하였다. 도출된 주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한 구체적인 논의와 결론은 다음과 같다.
첫째, 아동의 기질 특성 중 인내력은 의사소통능력의 전반적 언어, 어휘·의미적 언어, 사회·화용적 언어능력 대다수를 유의미하게 예측하는 가장 강력한 변인으로 확인되었다. 단계적 회귀분석 결과, 인내력은 수용언어뿐만 아니라 수용어휘 및 표현어휘, 그리고 사회·화용적 언어의 하위 영역인 담화 관리, 상황 조절, 의사소통 의도 모두에서 유의미한 정적 영향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인내력 기질이 한 번의 성공 경험이나 보상만으로도 특정 행동을 지속하려는 행동 유지 체계(behavioral maintenance system, BMS)와 밀접하게 관련된다는 선행연구와 맥락을 같이 한다(Svrakic et al., 1996). 인내력 기질 성향이 강한 아동은 성실하고 끈기 있게 목표 과제에 몰입하는 특성을 보이는데, 이러한 기질적 특성이 언어학습 과정에서 주의를 집중하고 언어적 상호작용을 지속하게 함으로써 전반적인 언어 및 어휘 발달에 긍정적인 추동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동의 언어습득, 특히 새로운 어휘의 학습과 화용적 규칙의 습득은 양육자와의 공동주의를 장시간 유지하고 언어적 자극을 지속적으로 탐색하는 역량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반 유아 및 언어발달지체 유아를 모두 포함한 연구에서도 주의통제 기질이 화용언어능력을 유의하게 예측함이 보고된 바 있다(Seo, 2023). 이와 관련하여 인내력 기질과 유사한 과제 지속성 및 목표지향적 행동 유지력은 전두엽의 기능과 신경생물학적으로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Cho, 2019; Ko, 2010). 특히 맥락 이해와 발화 조절 등 고차원적인 인지적 통제를 요하는 화용언어능력의 특성을 고려할 때, 인내력 기질과 연관된 전두엽의 실행기능 및 주의조절 능력이 학령전기 아동의 사회·화용적 언어수행 향상에 핵심적인 기여를 했음을 시사한다.
둘째, 자극추구 기질은 사회·화용적 언어의 비언어적 의사소통 능력을 유의미하게 저해하는 부적 예측 변인으로 나타났다. Cloninger의 모델에서 자극추구 기질은 새로운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행동을 개시하고 활성화하는 행동 활성화 체계(behavioral activation system, BAS)에 기반한다(Svrakic et al., 1996). 자극추구 성향이 강한 아동은 주변 환경을 활발히 탐색하는 장점이 있으나, 지속적으로 새로운 흥미 자극을 추구하기 때문에 주의 전환이 지나치게 빠르고 충동적인 반응 양식을 보이기 쉽다(Kwon & Lee, 2025). 그러나 화용언어의 핵심 요소인 비언어적 의사소통은 대화 상대방의 미세한 표정, 시선 변화, 몸짓 등 순간적으로 제시되는 맥락 단서들을 포착하고 상호 조율하는 정교한 과정을 필수적으로 요구한다. 따라서 자극추구 성향이 높은 아동은 주변의 즉각적인 외재적 자극으로 인해 주의가 쉽게 분산되므로(Lee, 2025), 화자가 보내는 이러한 비언어적 맥락 자극에 지속적이고 일관되게 주의를 할당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생물학적 기질 특성은 상대방의 의도를 오인하거나 맥락에 부적절한 반응을 하게 만들어, 일상적 대화 상황에서 사회·화용적 언어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판단된다(Lim & Choi, 2015; Seo, 2023).
셋째, 위험회피 기질은 사회·화용적 언어의 담화 관리 능력을 유의미하게 예측하는 부적 변인으로 확인되었다. 낯선 자극이나 불확실한 상황에 처했을 때 행동을 억제하는 위험회피 성향이 높을수록, 대화의 흐름을 능동적으로 주도하고 유지하는 담화 관리 수행력은 낮게 나타났다. 이는 기질적으로 위축되거나 수줍음이 많은 아동이 새로운 대화 상황에서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주저하고 자발적인 발화 유출량을 제한한다는 발달심리학적 연구결과와 일맥상통한다(Coplan & Weeks, 2009). 즉, 위험회피 성향이 높은 아동은 자신이 보유한 전반적인 언어 지식이나 어휘력 자체에 결함이 없더라도, 실제 의사소통 맥락에서는 타인과 주도적으로 화제를 개시하거나 긴 담화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심리적 에너지가 부족하여 자신의 화용적 기술을 발휘하는 데 제약을 받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넷째, 사회적 민감성 기질은 표현어휘력과 유의미한 정적 상관을 보였으나, 회귀모형에서는 인내력 변인과의 상대적 영향력 차이로 인해 독립적인 변인으로서의 통계적 유의성은 확보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정서에 공감하고 사회적 보상이나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기질적 특성은 아동의 언어발달에 중요한 임상적 함의를 지닌다. 사회적 민감성이 높은 아동은 타인과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고 의사소통 관계를 유지하려는 강한 내적 동기를 지니며, 이는 곧 부모나 또래와의 실제 의사소통 기회를 생태학적으로 확장하는 결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Kim & Shin, 2013). 비록 본 연구의 회귀모형에서는 상호 관계성으로 인해 유의미한 예측 변인으로 도출되지 못했으나, 이러한 사회적 지향성은 아동이 환경 내 풍부한 언어적 입력 자극에 더 많이 노출되도록 유도함으로써 언어발달을 지지하는 긍정적인 발달적 토대가 됨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학령전기 아동의 의사소통능력은 선천적인 생물학적 기반의 기질 특성, 특히 목표를 지속하려는 인내력과 환경 자극에 반응하는 자극추구 및 위험회피 성향 등에 의해 차별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의사소통 발달에 어려움을 겪는 아동을 위해 임상적 중재를 계획할 때, 아동의 표면적인 언어 수준뿐만 아니라 내재적인 기질적 프로파일을 동시에 고려하는 것이 중요함을 시사한다. 본 연구가 지니는 몇 가지 방법론적 제한점과 이를 바탕으로 한 후속 연구에 대한 제언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연구는 아동의 의사소통능력을 측정하기 위해 구조화된 표준화 검사(PRES, REVT) 및 부모보고형 체크리스트(CPLC)를 활용하였으나, 이러한 측정 방식만으로 아동의 생태학적 의사소통 역량을 완벽히 대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구체적으로 PRES의 경우, 표준화 시점으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경과하여 현대 아동의 다변화된 디지털 및 언어적 발달 환경을 온전히 반영하기 어려울 수 있으며, REVT는 어휘의 양적 크기만을 측정할 뿐 어휘의 질적 구조나 기능적인 맥락 활용 능력을 파악하는 데는 제한적이다. 또한, CPLC와 같은 부모보고형 평가는 양육자의 주관적 태도나 기대치가 개입될 여지가 존재한다. 특히 본 연구결과에서 표현언어를 유의미하게 예측하는 기질 변인이 도출되지 않은 것은 이와 같은 구조화된 공식 검사 상황의 제한점에 기인했을 가능성이 크다. 아동의 표현언어 능력은 인위적으로 통제된 검사실 환경보다 자연스러운 상호작용 맥락에서 기질적 특성과 더욱 밀접하게 연결되므로, 후속 연구에서는 자발화 분석이나 역동적 평가를 병행하여 기질과 표현언어 간의 관계를 보다 생태학적인 관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둘째, 아동의 의사소통 발달과 기질적 표출 과정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잠재적 통제변수들, 즉 아동의 비언어적 지능 수준, 주양육자의 양육 태도 및 언어적 자극 입력 수준, 가정의 사회경제적 지위 등을 분석 모델 내에 충분히 통제하지 못했다는 방법론적 한계가 존재한다. 아동이 타고난 생물학적 기질은 이러한 내·외적 환경 요인들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완충되거나 증폭되는 발달 경로를 겪는다. 따라서 향후 연구에서는 이러한 인지적·환경적 변수들을 공변량으로 통제하거나 조절 변인으로 투입하여, 의사소통 발달에 미치는 기질 자체의 순수한 예측 효율성과 고유한 영향력을 더욱 정밀하게 검증해야 할 것이다.
셋째, 본 연구는 특정 지역의 학령전기 아동 42명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을 뿐만 아니라, 표본의 인구학적 특성상 남아의 비율이 과다 표집되어 성별에 따른 불균형이 존재한다. 이 시기는 연령 및 성별에 따른 질적인 발달 경향성과 개인차가 매우 뚜렷한 발달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소규모의 편중된 표본 특성으로 인해 모형 내에 서 집단 간 특성을 세분화하여 비교하지 못한 한계가 있다. 따라서 후속 연구에서는 표본의 크기를 대폭 확대하고 성별·연령별 분포를 균형 있게 반영할 수 있는 다지역 표집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연구결과의 통계적 검정력과 외적 타당도를 더욱 높여야 할 것이다.
넷째, 본 연구의 대상자가 전형적 발달 아동으로 한정되어 있어, 의사소통발달 장애를 지닌 임상 집단으로 연구결과를 일반화하는 데는 신중함이 요구된다. 본 연구는 사후적 환경에 의해 수정되기 이전의 선천적·신경생물학적 기반의 기질을 연속적인 변인으로 측정하여, 전형적 발달 맥락에서의 기질적 영향을 탐색하였다는 점에 일차적인 학술적 의의가 있다. 그러나 실제 장애 집단의 경우 기질적 취약성의 분포가 극단적이거나, 언어적 결함 자체가 기질과 상호작용하는 기제가 상이할 수 있다. 따라서 후속 연구에서는 언어발달지연, 자폐스펙트럼장애,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등 다양한 의사소통장애 집단으로 연구 범위를 확장하여 기질 평가를 적용하고 비교 분석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다각적인 후속 시도를 통해 기질 프로파일별 맞춤형 의사소통 중재 가이드라인의 근거를 보다 공고히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본 연구의 시도는 아동의 타고난 신경생물학적 반응 특성과 기능적 언어수행 간의 연결고리를 규명함으로써, 향후 언어재활 임상 현장에서 개별 아동의 기질적 강점과 취약성을 반영한 언어중재 및 부모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데 의미있는 생태학적 이정표를 제공할 것으로 사료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