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음소 중 유음 /ㄹ/은 일반아동의 음소발달 과정에서 후기에 습득되는 말소리에 속하며, 조음장애 아동들이 가장 많은 오류를 나타내는 음소 중의 하나이다(Kim & Shin, 2007; Stoel-Gammon & Dunn, 1985). 한국어의 유음은 음소로는 한 가지 종류만 존재하는데 실현되는 양상은 두 가지 변이음 즉 초성으로만 실현 되는 탄설음([ɾ])과 종성으로 실현되는 설측음([l])이 있다(선행음절 종성과 연이어 오는 후행음절 초성에 유음이 중복될 경우 후행음절의 초성도 설측음으로 실현된다). 탄설음([ɾ])은 혀끝을 윗잇 몸에 가볍게 댔다가 튀기듯이 떼면서 조음하는 소리이며, 설측음([l])은 혀끝을 올려 윗잇몸에 대고 혀의 양옆을 내려 혀의 양옆으로 기류를 통과시켜 조음하는 소리이다(Lee, 2001; Shin, 2011). /ㄹ/는 자음 소리 중 /ㄴ/, /ㄱ/에 이어 아동 구어 발화에서 세 번째로 고빈도로 사용되었으며(Kim & Shin, 2007), 성인 발화 자료에서도 세번째로 높은 빈도를 나타내는 음소(Shin, 2011)이다. 또한『연세한 국어사전』과『표준국어대사전』의 사전 자료에서도 /ㄹ/는 /ㄱ/, / ㄴ/, /ㅇ/ 다음 네 번째로 높은 빈도를 나타내는 음소이다.
어절 내 위치에 따른 일반적인 음소발달 양상은 어두나 어중의 초성에서 먼저 나타났다가 종성에 나타나지만, 유음은 다른 패턴을 보인다. 초성에서 실현되는 형태인 탄설음([ɾ])보다 종성에서 실현되는 형태인 설측음([l])이 먼저 발달한다(Kim, 1997). 아동의 유음변동패턴은 발달과정에서 빈번하게 나타나서 많은 음소발달연구에서 주목을 받았다. 유음생략은 3세와 4세 사이의 유의한 차이를 보이는 변동이었으며(Kim & Shin, 1992), 유음의 단순화(생략 및 활음화)는 4세에 사라진다고 보고되었다(Kim & Pae, 2000). 그리고 유음의 오류유형은 정확도가 낮은 군에서는 생략이 많고, 정확도가 높은 군에서는 활음화가 많았으며, 대치변동 양상을 살펴보면 3세는 파열음화가, 4세는 비음동화가 가장 높은 변동이라고 하였다(Kim & Seok, 2004). 문맥의 영향에 관한 선행연구에서 초성 /ㄹ/는 모음 환경에 따라 전체적으로 /우/ 모음 뒤에서 /ㄹ/를 가장 정확히 발음하였고, 연령별로 봤을 때 2세는 /이/ 모음 뒤의 /ㄹ/ 의 발음 정확도가 약간 높고, 3, 4, 5세 아동은 /우/ 모음 뒤에서 /ㄹ/ 를 가장 정확하게 발음하여서 음소 /ㄹ/의 자음정확도가 모음환경 및 연령에 따라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고 보고되었다(Park & Lee, 2000). 또한 음운환경에 따라 유음발달 순서가 다르다고 알려져 있다(Jeon, Shin, & Kwon, 2002). 현재까지 우리 말소리 중 유음의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밝혀진 것은 연령과 모음 및 음운환경등이라고 할 수 있다.
위에서 수행된 말소리발달 연구들은 대부분 언어병리학 분야에서 조음음운장애아동의 진단과정에서 필요한 정상발달 지표를 수립하기 위한 연구들이다. 발달 지표로뿐 아니라 조음음운장애 진단 분야에서도 가장 관심 있는 평가맥락의 하나는 자발화 조건이다. 아동의 치료에서 궁극적인 목표는 자발화에서 아동이 음소를 정확하게 산출하도록 하는 것이므로, 가능한 한 자연스러운 발화상황에서 아동이 어떻게 음소를 발음하는지를 정확하게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타당하고 정확한 음운 평가를 위해서는 자발적 발화에서의 음운변동 분석이 포함되어야 한다(Bernthal, Bankson, & Flipsen, 2009; Shriberg & Kwiatkowski, 1985). 그러나 현재까지 음소발달 및 음운변동에 관한 선행연구를 살펴보면 대부분의 검사 목록은 무의미음절 및 낱말을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연구방법은 무의미음절 따라 말하기, 공식 조음검사도구의 낱말의 이름대기, 연구자에 의해 제작된 낱말 그림자료를 보고 이름대기, 낱말 그림 자료를 보고 자발적으로 산출하거나 자발적으로 산출하지 못할 때 유도하거나 단서를 제공한 뒤 산출한 것으로 음소발달 및 오류음운변동을 조사하였다. 그러므로 음소발달 및 음운변동에 대한 선행연구는 어휘형태소(주로 명사)로 이루어진 검사목록을 이용한 연구가 대다수였으며, 조음음운장애 진단 및 치료 과정에서도 한국어 문법형태소의 특징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 선행연구 중에서 아동의 자발화를 이용한 Kim (1997)의 연구가 존재하나 대상자가 일반아동이 아닌 기능적 조음장애 아동이고, 분석낱말의 대다수가 낱말발음검사에 기초한 명사였으며 구조화된 상황에서의 문장 발화를 보완적으로 분석한 것이다.
자발화 문맥과 독립낱말 문맥에서 두드러진 차이 중 한 가지는자발화 문맥에서는 다양한 문법형태소 즉 기능어가 고빈도로 산출 된다는 것이다. 한국어는 조사, 어미와 같은 문법형태소가 매우 발달한 언어로 명사, 대명사, 수사와 같은 체언에는 다양한 조사가 붙고, 용언에는 어미가 결합되어야만 완전한 의미가 이루어질 수 있는 첨가적인 특징을 지녔다(Kwon & Jung, 2000). 우리 말소리는 교착어이므로 조사나 어미와 같은 문법형태소가 성인뿐 아니라 아동 의 발화에서도 높은 빈도로 사용되고 있다. 2-5세 사이 일반아동의 자발적 발화에서 우리말 음운빈도를 조사한 결과, 조사나 어미와 같은 기능어의 빈도가 우리말 음운빈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Kim, Pae, & Ko, 2001). 이러한 기능어라는 형태소별 조건은 말소리 발달 및 산출형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Kim et al., 2012; Johnson, 2004). Johnson (2004)은 성인 자발화 자료를 바탕으로 기능어와 내용어의 생략 및 왜곡 비율을 연구하였는데, 내용 어에서는 왜곡 및 생략 비율이 3음절 미만의 단어에서 20% 미만이었고 더 긴 음절에서는 20%-25% 사이였으나, 기능어에서는 1음절과 7음절 단어를 제외하고 모두 약 40% 정도로 나타났다. 영어의 경우 말소리가 완전히 발달한 성인의 경우에도 기능어는 내용어에 비해 정확하게 조음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한국어의 경우 성인의 자발화 자료에서 형태소 유형이 말소리 산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연구된 것은 없지만, 아동의 경우에는 형태소 유형 이 마찰음 산출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Kim et al., 2012). 이 연구에서 치경마찰음은 어휘형태소보다 문법형태소에서 더 많은 오류를, 더 오랫동안 보인다고 보고하였으며 이는 언어학적요인(형태소)이 조음에 영향을 주는 요인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제안하였다. 이러한 현상이 유음에서도 나타나는 지 그리고 형태소 유형에 따라 오류패턴이 달라지는지 알아보고자 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3, 4세 아동을 6개월 단위로 나누어 일상생활에서 산출한 자연스러운 발화를 통해 유음의 두 가지 이음형태(탄설음과 설측음)가 연령 집단별로 두 가지 형태소 유형(문법형태소와 어휘형태소)에 따른 발달 특성을 밝혀 임상 현장에서 조음음운장애 아동의 조음음운평가 및 치료의 방향 설정에 기초자료를 제공 하고자 하였다.
연구 방법
연구 대상
서울, 경기 및 천안 지역에 거주하는 3-4세 아동을 연령에 따라 네 집단으로 나누었다. 3세 전반(3;0-3;5) 9명, 3세 후반(3;6-3;11) 8명, 4세 전반(4;0-4;5) 8명, 4세 후반(4;6-4;11) 7명으로 총 32명으로 선정하였다. 성별은 고려하지 않고 선정하였으나, 각 집단별로 남녀성비는 3세 전반 4:5, 3세 후반 3:5, 4세 전반 6:2, 4세 후반 5:2이었다. 선정기준은 선별검사로 Ling-6 test를 실시한 결과 정상이며『, 우리말 조음음운평가(U-TAP)』(Kim & Shin, 2004)에서 -1 SD 이상, 『수용·표현어휘력검사(REVT)』(Kim et al., 2009)에서 수용 및 표현어휘력검사 결과 모두 -1 SD 이상인 아동만을 대상으로 하였다.
도구 및 절차
대상 아동의 부모에게 녹음기 Click Voice PREMIUM S300를 지급하고 가정에서 자연스러운 발화를 녹음하도록 하였다. 최선의 녹음을 위하여 부모에게 녹음지침을 안내하고 연습과정을 거쳤다. 소음을 최소화하며 아동의 입과 가까운 곳에 녹음기를 장착할 수 있도록 특별 제작된 앞치마의 앞주머니에 넣어두거나, 아동이 앞치마 착용을 거부할 경우에는 아동의 가까운 위치에 놓아두고 녹음 하도록 하였다. 텔레비전 시청이나 책 읽기 등의 상황을 피하고 자연스러운 아동의 발화가 녹음될 수 있도록 하였다.
녹음된 자료 중에서 아동의 평상시 발화를 가장 잘 대표할 수 있는 상황을 선정하였다. 선정된 상황 중에서 완성되지 않은 발화 및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는 제외하고 형태소 유형에 따라 각각 유음 30회가 들어간 어절을 전사하였다. 각 아동별로 문법형태소 및 어휘형태소 각각에 대하여 설측음 및 탄설음이 15회씩 포함되도록 하여 총 60개 음운단어를 전사하였다. 선정된 상황 중에서 완성되지 않은 발화 및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는 전사에서 제외하였다. 연령별로 각 형태소별, 이음별로 15개의 음운단어를 추출하기 위해 분석한 자발화의 분량은 평균 52분으로 어휘형태소에서는 비교적 빨리 산출되었고 문법형태소에서는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문법형태소 맥락에서 3세는 평균 87분(범위: 40-198분), 4세는 평균 72분(범위: 32-115분), 어휘형태소 맥락에서 3세는 평균 19분(범위: 8-27분), 4세는 평균 32분(범위: 13-45분)의 녹음분량이 분석되었다. 가장 빈도가 낮은 것은 문법형태소 조건에서의 탄설음으로 3세는 3시간 이상, 4세도 2시간 분량의 자발화를 분석대상으로 한 경우도 있었다.
오류반응은 대치, 왜곡형태를 모두 포함하였다. 어휘형태소 맥락에서의 어휘는 기본형(예, 날다)을 기준으로 정오반응을 체크 하였으나, 자발화 맥락에서 변이형(예, 날아가요[나라가요])으로 산출된 경우에는 설측음이 아닌 탄설음으로 정오반응을 체크하였다. 전체 자료의 약 20%인 6명의 자료를 무선적으로 선정한 자료에 대하여 언어치료학 석사학위를 소지한 1급 치료사가 평가한 결과, 94.4%의 평가자 간 일치도를 보여주었다. 자료를 청지각적으로 분석하여 아래 식과 같이 오류율을 구한 뒤, 두 가지 이음형태인 설측음과 탄설음으로 나누어서 각각 연령과 형태소 유형에 따른 집단차의 유의성을 검증하였다. 집단검증은 연령에 따른 네 집단을 집단 간 변인으로, 형태소 유형을 집단 내 변인으로 하는 이요인 혼합 분산분석을 실시하였고, Tukey HSD 사후분석을 실시하였다.
오류율(%)=(오류 수/전체 수)×100
특정 유형 오류비율(%)=(특정 유형 오류 수/전체 오류 수)×100
연구 결과
형태소 유형에 따른 연령별 유음발달
형태소 유형에 따른 연령 및 유음유형별 오류율은 Table 1과 같다. 문법형태소와 어휘형태소 모두 탄설음보다 설측음에서의 오류율이 더 낮았으며, 두 형태소 유형 및 두 유음유형 모두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오류율이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또한 동일 연령 내에서도 문법형태소에 비해 어휘형태소에서의 오류율이 더 낮았다.
형태소 유형에 따른 설측음 발달
어휘형태소에서의 연령별 설측음 오류율은 Figure 1, 문법형태소에서의 연령별 설측음 오류율은 Figure 2와 같다. 상자도표는 중앙값과 범위를 보여준다. 어휘형태소에서 4세 아동은 설측음 오류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 반면 문법형태소에서는 4세 후반이 되어서도 20% 내외의 오류를 보이고 있다. 두 형태소 유형 모두 연령이 어릴수록 표준편차의 값이 넓어서 동일 연령대 아동들이 큰 차이를 보이는데, 문법형태소에서 더 큰 편차를 보이고 있다.
형태소 유형에 따른 연령별 설측음 오류율의 차이를 검증하기 위해 혼합분산분석을 실시한 결과, 형태소 유형(F=85.559, p<.001), 연령(F=6.203, p<.05)에서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형태소 유형과 연령집단의 상호작용 효과는 유의미하지 않았다(F=1.319, p<.05). 연령효과에 대해 사후분석을 실시한 결과, 3세 전반과 3세 후반 모두 4세 후반과 유의미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형태소 유형에 따른 탄설음 발달
어휘형태소에서의 연령별 탄설음 오류율은 Figure 3, 문법형태소에서의 연령별 탄설음 오류율은 Figure 4와 같다. 탄설음의 집단별 오류 분포양상은 설측음과는 매우 다르게 나타났다. 어휘형태소에서도 4세 전반까지 오류율이 평균 3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나다가 4세 후반에 가서 오류율이 급감하여 10% 미만으로 나타났다. 문법형태소에서 탄설음은 4세 후반에 이르기까지도 오류율이 30% 내외로 나타나서 아직 완전히 습득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또한 연령이 어릴수록 표준편차의 값이 넓어서 동일 연령대 아동들이 큰 편차를 보였으며, 이러한 편차는 4세 후반이 되면 두 형태소 유형 모두에서 크게 감소한 것을 관찰할 수 있다.
형태소 유형에 따른 연령별 탄설음 오류율의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한지를 살펴보기 위해 혼합분산분석을 실시한 결과, 형태소 유형(F=114.265, p<.001), 연령(F=4.048, p<.05)에서 모두 유의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설측음과 달리 탄설음에서는 형태소 유형과 연령집단 간에 상호작용 효과도 유의미한 것으로 나타났다(F=3.823, p<.05). 이 상호작용 효과는 어휘형태소와 문법형태소 요인이 연령에 따라 영향력이 다르게 미치는 것임을 의미한다. 연령에 따른 차이는 사후분석 결과, 3세 전반과 4세 후반에서만 유의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형에 따른 오류유형 분석
설측음 오류유형
연령집단별 설측음 오류유형의 오류빈도 및 비율은 Table 2와 같다. 설측음의 오류 유형은 모든 연령집단에서 두 형태소 유형과 상관없이 모두 ‘생략’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생략 다음으로 많이 나타난 오류패턴은 활음화였으며 이어서 비음화, 파열음화 순으로 나타났다.
탄설음 오류유형
연령집단별 탄설음 오류유형의 오류율 및 오류빈도는 Table 3과 같다. 설측음과 달리 탄설음은 두 형태소 유형 모두 ‘활음화’가 가장 높은 빈도를 나타냈다. 활음화가 압도적인 오류유형으로 나타나기는 하였으나 설측음에 비하여 다양한 오류패턴을 보이고 있다. 활음화에 이어 생략, 파열음화, 비음화 순서로 오류패턴이 나타났다. 생략도 4세 후반에 이르기까지 소거되지 않았다.
설측음과 탄설음의 형태소 유형별 오류패턴
설측음과 탄설음의 형태소 유형에 따른 오류패턴은 Figure 5와 같다. 설측음은 두 가지 형태소에서 공통적으로 생략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그 다음으로 어휘형태소에서는 비음화(11%)가 많이 나타난 반면 문법형태소에서는 활음화(12%)가 많이나타났다. 탄설음에서도 모두 활음화가 가장 많이 나타났으나 문법형태소에서는 67%가 나타난 반면 어휘형태소에서는 51%로 나타났다. 그 다음 패턴은 생략이었으며 어휘형태소에서는 29%로 문법형태소의 비중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설측음과 탄설음에서 모두 문법형태소에서 활음화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논의 및 결론
본 연구의 목적은 우리 말소리 유음의 습득연령으로 알려진 3세와 4세 아동을 대상으로 하여 자발화 문맥에서 형태소 유형에 따라 설측음과 탄설음이 어떻게 실현되는가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 목적을 위해 연령집단별 형태소별 오류율을 검토하고, 통계적 검증을 실시한 뒤 구체적인 오류패턴을 살펴보았다.
연령별 집단에 따라 그리고 형태소 유형에 따라 나타난 오류율에 유의미한 차이가 있는지 검증한 결과에서 연령과 형태소 유형의 효과는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재까지의 말소리 발달 수준에 대한 평가 및 치료과정에서 간과되어온 자발화 중 문법형태소 맥락의 효과를 확인해주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유음의 발달 연구뿐만 아니라 평가 및 치료과정에서도 어휘형태소 수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문법형태소 맥락에서의 조음능력을 고려해야 함을 시사한다. 다시 말해서, 형태소 유형과 같은 언어적 요인에 따라 아동의 수행에 차이가 있음을 고려하여 아동의 조음능력을 진단 하여야 하며, 치료목표 계획에 있어서도 이러한 언어적 요인의 효과를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연령별 집단과 형태소 유형간 상호작용 효과는 유의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형태소 유형 및 연령별 오류율을 구체적으로 살펴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어휘형태소에서의 유음 중 설측음의 산출은 3세에 10%정도의 오류를 보이지만 4세 전반에 이르면 오류율이 2%, 4세 후반에 이르면 오류가 나타나지 않았다. 어휘형태소에서 설측음은 4세 전반에 오류가 거의 사라진다고 할 수 있겠다. 이는 자발화에서 형태소 유형에 따른 마찰음 산출 결과를 살펴본 이전 연구(Kim et al., 2012)와도 유사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전 연구도 자발화 문맥에서의 연구였으며 3세와 4세 두 집단으로 나누어 비교한 것인데 4세 집단의 마찰음 오류가 어휘형태소에서는 0.2%, 문법형태소에서는 4.7%였다. 이 오류율은 어휘형태소의 설측음 오류율과 유사한 결과이다. 같은 어휘형태소이지만 유음 중 탄설음은 4세 전반까지 오류율이 30% 내외 수준이었다가 4세 후반에 이르면 10% 미만으로 오류가 줄어들었다. 이러한 추세라면 자발화에서는 5세가 넘어야 탄설음 오류가 거의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된다. 자발화에 나타난 문법형태소에서 탄설음의 발달은 4세 후반에 이르러서도 잘 습득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3세 전반은 오류율이 77%로 매우 어려움을 보이고, 3세 후반과 4세 전반에 이르러 50% 내외의 오류를 보이다가 4세 후반까지도 약 30%의 오류를 보인 것이다. 탄설음에서의 오류는 마찰음이나 설측음에 비해 매우 높게 나타났다. Kim 등 (2012)의 연구와 본 연구 모두 집단의 사례 수가 충분히 크지 않고, 집단의 분류방식이 다르므로 직접 비교는 어려워 조심스럽지만 자발화에서 어휘형태소만을 기준으로 본다면 탄설음이 마찰음보다 늦게 발달된다고 볼 수 있다.
오류율 가운데 문법형태소에서 보여주는 설측음 오류율에는 신중한 해석이 필요하다. 3세에 이미 어휘형태소에서 약 90%, 4세에 거의 100%의 정확도를 보이는 설측음이 문법형태소에서 는 3세 전후반 집단 모두 약 40%의 오류를 보이며 4세 전반에 32%, 4세 후반에도 18%의 오류를 보였다. 연령이 증가하면서 오류율이 줄어들기는 하지만 성인이 되어서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설측음에서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고빈도를 보인 문법형태소는 ‘-ㄹ게, -ㄹ까’였다(Appendix 1). 대부분의 오류패턴은 생략이라고도 볼 수 있고(/하께, 하까/), 설측음 뒤에 오는 연구개파열음 때문에 역행동화(/학께, 학까/)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조음음운장애 아동의 일반적인 진단평가 상황에서 동화를 판단하는 조건을 대입한다면, 다른 조건에서 산출된다면 역행동화, 다른 조건에서 산출되지 않는다면 생략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성인집단이 구어 중 문법형태소에서 설측음 실현 현황에도 빈번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라면 오류로 분석할 수 없다.
발달양상을 살펴보는데 있어 오류율과 같은 정확도 수준과 집단 내 개인차의 범위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발달 초기에는 각집단의 오류율 범위가 넓게 나타나지만 후기에 이르면 범위가 매우 줄어든다. 어휘형태소만 우선 살펴본다면 설측음은 4세 전반에 (Figure 1), 탄설음은 4세 후반에(Figure 2) 어느 정도 안정기에 들어가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탄설음의 경우에는 문법형태소에서 오류율은 20-30% 내외를 보이기는 하지만 개인차가 매우 줄어들었다(Figure 4). 이에 반해 설측음은 문법형태소에서 4세 후반에 이르기까지 매우 큰 편차를 보이고 있음에 주목할 만하다(Figure 2). 본 연구에서는 이 현상이 3세 전후, 4세 전후 집단에서 다르게 나타나는지 관찰하기 위하여 일단 문법형태소에서 설측음의 발음은 표준어를 기준으로 하여 오류분석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 연령이 높아질수록 설측음 생략은 줄어들었다. 그러나 문법형태소 조건에서 설측음은 4세 후반에도 높은 오류율, 큰 분산을 보여, 이는 어휘형태소에서의 설측음 발달과 탄설음 발달 양상을 함께 비교하여 살펴 볼때 문법형태소에서 설측음의 오류 판단기준이 달라져야 함을 시사한다. 어중 조건에서 /ㅎ/를 약화하거나 생략하는 현상, 어중에서 /w/계열 이중모음을 단모음화하는 현상, /ㅔ/와 /ㅐ/를 구분하지 않는 현상 등은 한국어를 사용하는 언중이 일반적으로 보이는 것으로 조음오류로 분류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Kim & Shin, 2007). 문법형태소에서 설측음 종성에 연구개파열음이 후행하는 경우 역행동화가 일어나는 현상도 오류에 포함시켜야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위해 성인의 일반적인 설측음 발음양상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설측음뿐 아니라 탄설음의 경우에도 어휘형태소 맥락에서는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표준편차가 줄어들었으나, 문법형태소 맥락에서는 3세 전반에서 3세 후반으로 가면서 오히려 표준편차가 증가하였다가 4세 전반이 되면 크게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Kwon와 Jung (2000)의 연구에서는 3세 6개월 이후로 유음이 포함된 조사의 출현율이 증가하였으며, Kim과 Kim (2004)의 연구에서는 유음이 포함된 종결어미의 산출이 3세에서 2개, 4세에서 8개의 출현율을 나타냈다. 이러한 결과들을 볼 때, 3세에서 4세로 연령이 증가하면서 유음으로 이루어진 문법형태소의 산출이 활발해진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 결과, 문법형태소 맥락에서 3세 후반에는 활 발한 문법형태소의 산출시도와 아동의 조음능력이 충돌을 일으킴으로써 개인 간 차이가 더 커진다고 해석할 수 있겠다.
오류패턴을 분석한 결과, 설측음에서는 모든 경우에 ‘생략’이 가장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두 가지 형태소 맥락에서 모두 설측음의 ‘생략’이 4세에 비해 3세의 빈도가 월등하게 높았는데, 이는 유음생략이 3세, 4세의 일반아동 사이에서 유의한 차이를 보인 음운변동이라는 선행연구(Kim, 1995; Kim & Seok, 2004)의 결과를 설측음 수준에서 확인해주는 결과이다. 또한 설측음의 ‘활음화’ 오류패턴은 3세 전, 후반에 비해 4세 전, 후반에 더 높아졌다. 이는 정확도가 높은 군에서는 ‘활음화(과도음화)’가 더 빈번하게 출현했다는 Kim과 Pae (2000)와의 유사한 결과이다. 설측음은 형태소에 따라서 오류빈도는 큰 차이를 보였지만 ‘생략’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양상에는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이 연구에서 설측음의 생략은 앞에서 언급한 문법형태소에서의 연구개 앞 설측음 생략도 모두 생략이라고 분석한 결과이므로 이를 역행동화라고 분석하는 경우 그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설측음과 달리 탄설음에서는 ‘활음화’가 가장 빈번한 오류유형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설측음에 비해 오류패턴이 비음화, 파열음화 및 생략 등으로 매우 다양하게 나타났다. 탄설음의 ‘활음화’는 문법형태소와 어휘형태소 조건 모두에서 가장 빈번하였다. 기존의 오류패턴 연구에서 유음은 ‘생략’이 주 오류유형으로 논의되어왔는데 본 연구에서는 설측음은 ‘생략’이, 탄설음은 ‘활음화’가 주 오류유형으로 나타났다. 특히, 어휘형태소 맥락보다 문법형태소 맥락에서 이러한 현상이 더 명확하게 관찰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모음 충돌(hiatus) 회피 현상’(Lee, 2001)으로 설명될 수 있다. 아동이 아직 발달되지 않은 탄설음을 산출하지 못하므로 ‘모음충돌’을 피하기 위해 탄설음과 유사한 소리로 대치하여 산출하는 것이다. 본 연구에서 구체적인 예를 보면 ‘아니라고’를 ‘아니야고’로, ‘이렇게’를 ‘이여케’로 탄설음이 ‘활음화’ 되는 현상이 빈번하였다. 모음충돌을 피하기 위해 삽입할 수 있는 소리는 아동의 음소 목록에 들어 있는 파열음, 비음, 활음 등 다양한데 이 가운데 활음이 선택되는 이유는 자신의 음소 목록 안에서도 가장 목표음과 유사한 소리인 활음이 선택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현상은 영어권 아동의 경우에도 /r/ 가 과도음화(gliding) 되는 현상과 유사하다.
결론적으로 유음의 습득은 자발화에서 형태소의 유형과 이음형에 따라 매우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유음의 오류패턴은 형태소 유형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지만 이음형태의 영향이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설측음은 생략>활음화>비음화>파열음화 순으로 나타나는 반면 탄설음은 활음화>생략> 비음화(4세)/파열음화(3세)의 순으로 나타났다. 다른 유도문맥 연구결과와 비교할 때 본 연구에서 ‘생략 및 활음화’가 ‘비음화 및 파열음화’에 비해 현저하게 빈번하게 관찰되었다. 유음의 생략과 활음화를 Kim (1997)은 ‘유음의 단순화’로 아동의 빈번한 발달적 오류패턴으로 파악하였는데, ‘유음의 단순화’는 낱말 유도상황에서 보다 자발화에서 더 두드러지게 빈번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영어권 연구이지만 연속 발화에서는 ‘생략 및 왜곡’ 오류가 빈번하지만, 조음검사도구에서는 ‘대치’ 오류가 더 빈번하다(Morrison & Shriberg, 1992)는 연구결과가 우리말 유음 상황에도 일치되는 것 을 확인하였다. 음운환경은 매우 다양하며 이러한 환경에 따라 오류패턴이 달라질 수 있는데(Kim, 1997; Park & Lee, 2000), 본 연구는 아무 조건도 통제하지 않은 자발적인 말 산출환경에서 아동들이 보이는 오류패턴을 반영하였으며, 언어적 맥락이 조음능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지를 살펴보았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또한 이는 실제 임상현장에서 조음장애 아동의 평가 및 진단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본 연구대상의 수가 소수였다는 점에서 한계점을 가진다. 또한 형태소 유형과 같은 언어학적인 맥락뿐만 아니라 후행하는 모음의 영향 및 선행하는 음소, 음절구조 및 길이, 어휘 빈도, 강세구에서의 위치, 발화의 구문적 복잡성등이 모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추후 이러한 여러가지 맥락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