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항운동능력 검사(diadochokinetic test, DDK 검사)는 /퍼/, /터/, /커/의 세 음절을 이용하여 일정 시간동안 빠르고 정확하게 반복하도록 하는 검사를 말한다(Kim & Shin, 2007). DDK 검사는 무의미 일음절어인 /퍼/, /터/, /커/ 각각의 반복 횟수를 측정하는 교대운동 속도(alternating motion rate, AMR) 검사와 /퍼/, /터/, /커/ 세 음절을 결합한 이음절 혹은 삼음절어의 반복 횟수를 측정하는 일련운동속도(sequential motion rate, SMR) 검사를 포함한다(Shin, Kim, Lee, & Lee, 2008). 이러한 검사는 주로 구강의 운동기능을 평가하기 위해 사용되는데(Bernthal & Bankson, 2004), AMR 과제는 조음기관 운동의 속도와 규칙성을 알아보고 연인두폐쇄 및 조음 정확성을 파악하는 데 유용하며 SMR 과제는 조음기관의 신속하고 자연스러운 운동을 평가하는 데 유용하다(Duffy, 2005). 이 과제를 수행하는 방법으로는 음향학적 방법과 청지각적 방법이 있는데 음향학적 방법은 정해진 시간동안 반복된 횟수를 측정한 후 1초당 반복 횟수로 환산해서 제시하는 방법이고 청지각적 방법은 등간척도를 이용하여 주관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이다(Jung, Cho, Kim, & Kim, 2011).
DDK 검사는 다양한 연령과 다양한 대상자의 연구에 사용되어 왔다. 의사소통 문제를 동반하지 않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 학령전기 아동(Jeong, Lee, & Sehr, 2011; Sehr, 2013)과 성인(Choe & Han, 1998; Shin et al., 2008) 및 노인(Cho & Kim, 2013; Padovani, Gielow, & Behlau, 2009)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환자군에 대해 실시되는 경우는 주로 마비말장애 환자군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는데 파킨슨 병(Jung et al., 2011; Kang, Park, & Koo, 2013), 외상성 뇌손상(Wang, Kent, Duffy, Thomas, & Weismer, 2004), 실조형 마비말장애(Kent et al., 2000) 환자군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가 보고되기도 하였다.
임상현장에서 DDK 검사는 주로 조음기관 기능의 정상성을 판단하기 위해서 사용되며 그 결과를 통해 조음 능력에 대한 정확성과 중증도를 판단한다. 그러나 과연 DDK 검사 결과와 조음 능력 사이에 어느 정도의 관련성이 있는가에 대해서는 학자마다 의견이 분분하고 그 관련성의 정도도 연구마다 다르다(Kang et al., 2013). Bernthal과 Bankson (2004)은 음절배열에 문제가 있는 발달성 말 실행증 아동이나 구강기관의 발달이 늦어 말소리 산출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경우는 DDK 검사 결과가 조음 능력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 예외적인 경우라고 하여 대개는 관련성이 적음을 언급하였다.
조음기관의 운동성을 파악하는 검사를 실시하는 것은 그를 통해 조음능력이나 조음치료의 예후를 판단해보고자 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러므로 DDK 검사가 조음능력을 예측하는 데 회의적인 결과를 보일 수 있다면 보다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연구되어야 한다.
Seikel, King과 Drumright (2010)는 DDK 검사가 조음기관의 평가를 위해 사용하는 검사 도구이지만 발성 및 조음체계와의 협응을 평가하는 데에도 유용하다고 했다. 이와 같이 대개 조음기관의 기능에 초점을 맞추어 실시되는 DDK 검사는 실질적으로 조음 기능뿐 아니라 조음과 관련된 발성, 호흡 등 여러 측면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 검사를 적절히 실시하고 분석하며 해석하는 데에는 조음기능 외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 또한 고려해야 한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Duffy (2005)가 조음의 정확성을 보는 데 유용하다고 언급한 AMR 검사와 검사 실행 시 조음기능 외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공기역학적 특성에 초점을 맞추고자 하였다. AMR 검사 시 자극어로 사용하는 /퍼/, /터/, /커/는 기류방출이 강한 기식음(aspirated sound)이기 때문에 발화 시 기류손실을 동반하는 환자들은 조음기관의 운동성에 문제가 없더라도 검사 수행에 문제를 보일 수 있다.
이러한 내용을 근거로 하여 본 연구에서는 AMR 검사 수행 시 동일 화자가 정상적인 발화를 할 때와 속삭임 발화를 할 때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비교해 보고자 하였다. 즉, 동일한 조음기관과 동일한 호흡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성대 수준의 발성 방식을 바꾸어 공기역학적 특성을 달리 할 때 결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해 보고자 하였다. 이를 통해 공기역학적 특성의 차이가 AMR 검사 수행에 차이를 가져올 수 있음을 증명하여 보다 더 효율적이고 타당성있게 AMR 검사를 수행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찰해 보고자 하였다.
연구 방법
본 연구는 동일 화자의 정상 발화 및 속삭임 발화 시 AMR 검사를 실시하여 그 결과를 비교하는 방법으로 진행되었다. 또한 정상 발화와 속삭임 발화가 공기역학적으로 차이가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두 발화에 대한 공기역학적 검사를 아울러 실시하였다.
연구 대상
본 연구의 참여자는 본 연구자의 선행연구(Pyo, 2014)에 참여한 일반 성인과 동일하다. 즉 실험 당시 음성 및 조음 문제 등의 의사소통 문제를 동반하지 않은 18-23세(평균 연령 19.6세)의 일반 성인 여성 39명으로 이들은 연구 참여 모집공고를 통해 본 연구에 참여하게 되었다.
실험 방법
사용 기기
AMR 검사를 위한 /퍼/, /터/, /커/ 음절 반복 녹음 및 분석을 위해 Multidimensional Voice Program (MDVP, Model No. 5105; Kay-PENTAX, Montvale, NJ, USA)를 사용하였다. 정상 발화 및 속삭임 발화의 공기역학적 특성 파악을 위해서는 Phonatory Aerodynamic System (PAS, Model No. 6600; KayPENTAX)를 사용하였다.
실험 절차
AMR 검사는 MDVP의 녹취(capturing)화면의 지속시간을 5초로 설정한 후 /퍼/, /터/, /커/의 세 음절을 각각 정상 발화와 속삭임 발화로 수행하도록 하였다. 정상 발화와 속삭임 발화의 순서 효과를 배제하기 위해 참여자마다 순서를 무작위로 배열하였다. 가능한 한 빠르게, 목표 음소로 들릴 정도로 명료하게 음절을 반복하도록 요구하였으며 빠른 속도로 인해 명료성의 저하가 심각하다고 판단될 경우 다시 한 번 반복하도록 하였다.
공기역학적 검사는 PAS의 ‘Maximum Sustained Phonation’ 프로그램을 통하여 실시하였다. Maximum Sustained Phonation 프로그램의 매뉴얼대로 평소 음도와 강도로 편안하게 /아/를 최대한 연장하여 발성하도록 하였고 이를 세 번 반복하도록 하였다. AMR 검사와 마찬가지로 정상 발화와 속삭임 발화로 두 번 실시하였으며 순서는 무작위로 배열하였다.
분석 방법
AMR 검사를 실시하면 MDVP 프로그램에서 다음과 같은 그림을 얻을 수 있다.
Figure 1은 정상 발화와 속삭임 발화로 /퍼/ 음절을 최대한 빨리 반복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는데, 이 파형을 통해 제시되는 음절의 반복 횟수를 계산하였다. 5초 동안 반복된 횟수를 지속시간인 5로 나누어 1초당 반복 횟수로 환산한 후 이를 최종 분석에 사용하였다. Jeong 등(2011)이나 Padovani 등(2009)의 연구에서는 Motor Speech Profile (MSP, KayPENTAX)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AMR 결과를 자동분석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Wang 등(2009)이 에너지의 감소가 급격한 경우에는 MSP를 이용한 분석이 불가능하다고 언급한 대로, 속삭임 발화 또한 정상 발화에 비해 에너지가 매우 적은 발화이기 때문에 이를 통한 분석이 어려웠다. 따라서 MSP를 이용하지 않고 수동적인 방법으로 AMR을 분석하였다.
PAS의 Maximum Sustained Phonation 검사 결과의 분석은 각 발화마다 세 번 반복한 발화 중 연장발성시간이 가장 길었던 경우를 선정하여 이루어졌다. 이를 통해 평균호기류량(mean expiratory airf low, MEA)과 최장연장발성시간(maximum phonation time, MPT)을 측정하였다.
연구 결과
공기역학적 검사 결과
정상 발화와 속삭임 발화 시 /아/ 연장발성의 평균호기류량(MEA)과 최장연장발성시간(MPT)을 분석한 결과는 Table 1과 같이 나타났다.
정상 발화를 했을 때 MEA는 속삭임 발화보다 유의하게 낮은 수치를 보인 반면 MPT는 유의하게 높은 수치를 보여 발성 방식에 따라 공기역학적 특성이 유의한 차이를 보임을 알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정상 발화와 속삭임 발화가 공기역학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이는 발성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AMR 검사 결과
정상 발화와 속삭임 발화로 AMR 검사 수행 시 세 음절의 초당 평균 반복 횟수와 표준편차를 Table 2에서 제시하였다.
Table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세 음절 중에서는 정상 발화와 속삭임 발화 모두 /터/의 횟수가 가장 많았고 /커/의 횟수가 가장 적었다. 반복측정 분산분석 결과 세 음절 간의 평균 차이는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다(F(2, 114)=4.044, p<.05). 이 결과에 대한 사후분석 결과, 유의수준 .05에서 /퍼/와 /터/, /터/와 /커/는 서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으나 /퍼/와 /커/의 차이는 유의하지 않았다.
Table 3은 각 음절의 정상 발화와 속삭임 발화 시 그 차이가 유의한지를 검정해 본 결과이다(평균 횟수는 편의상 형식을 달리하여 다시 한 번 반복해서 썼다).
Table 3에서 보는 바와 같이 /터/와 /커/는 정상 발화와 속삭임 발화에서의 수행이 유의한 차이를 보였으나 /커/의 경우는 두 발화에서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논의 및 결론
본 연구는 조음기관의 기능을 검사하기 위해 주로 사용하는 DDK 검사를 보다 더 신뢰롭고 타당하게 검사하기 위해서는 화자의 공기역학적 특성을 고려해야 함을 검증하고자 이루어졌다. 동일 화자가 발화 방식을 달리 함으로써 공기역학적 상황을 달리하여 AMR 검사를 수행하도록 한 결과, 발화 방식이 달라짐과 함께 AMR 검사의 수행 결과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 결과 AMR 검사 시 사용하는 세 음절의 반복횟수는 /터/, /퍼/, /커/의 순서로 적어짐을 보인 것은 선행연구의 결과와 일치한다. Padovani 등(2009)의 연구나 Choe와 Han (1998), Shin 등(2008)의 정상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이와 같은 결과를 보였다. /커/가 다른 음절에 대해 반복횟수가 적은 데 대해 Kim 등 (1997)은 /커/가 /터/나 /퍼/에 비해 기본적으로 성대진동시작시간 (voice onset time)이 느려 조음동작이 어렵기 때문으로 설명했다 (as cited in, Jeong et al., 2011). 본 연구자가 참여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할 때 관찰한 바에 따르면 일부 연구 참여자들이 /커/를 빠르게 반복할 때 /ㅋ/ 음소의 조음위치가 차차 뒤로 이동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래의 조음위치인 연구개가 아닌 구개수(uvulae) 혹은 그 뒷부분까지 이동하면서 산출하는 경우도 다수 관찰할 수 있었는데 이는 /커/가 다른 음절과 달리 후방자음에 후설모음으로 연결된 음절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으로 사료된다. 이러한 조음위치의 후방이동이 구강 뒷부분의 공기흐름을 방해하여 발화 시 호흡조절을 어렵게 함으로써 조음기관과 호흡 사이의 협응을 방해하는 것으로 보인다.
공기역학적 검사 결과 MEA와 MPT가 정상 측정치와 차이를 보이는 것은 발성에 문제가 있는 환자들의 일반적인 특징이 그대로 나타난 결과이다. 그 원인이 중추적이든 말초적이든 성대에 있든 호흡기관에 있든 발화에 필요한 기류를 효율적으로 조절하지 못하는 환자들은 성도로 올라오는 기류를 적절히 조절하지 못한다. 본 연구에서는 동일 화자가 발성 방식을 달리 했을 때의 차이를 보기 위해 속삭임 발화 시의 수행으로 이런 상황을 가정하였는데 역시 속삭임 발화 시 AMR의 수치가 정상 발화보다 유의하게 적었다. AMR을 검사하는 음절은 /퍼/, /터/, /커/를 사용하는데 서론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ㅍ/, /ㅌ/, /ㅋ/ 음소는 기식음으로서 다른 음소보다 성대가 넓게 벌어지며 이로 인해 공기의 배출 또한 크다. 그러므로 기류량의 조절이 정상적이지 못한 경우는 본 연구 결과에서처럼 조음기관의 문제가 없다고 해도 AMR의 수치가 문제를 보일 수 있는 것이다.
최근의 AMR 검사는 주로 마비말장애 화자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특히 운동감소형 마비말장애의 대표적 경우인 파킨슨병(Parkinson disease, PD)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많았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대부분 정상 통제군에 비해 PD 환자의 AMR이 유의하게 낮다고 보고하고 있다. Kang 등(2013)도 PD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를 보고하면서 PD 환자를 대상으로 한 AMR 결과가 연구마다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고 했다. 이렇게 PD 환자들이 다양한 AMR 수행능력을 보이는 것 또한 조음기관의 문제뿐 아니라 발성 및 호흡능력의 차원에서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Hammer (2013)는 21명의 PD 환자를 대상으로 공기역학적 측면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음절당 폐용적(lung air volume)이 정상군보다 유의하게 적었다고 했다. Saxena, Behari, Kumaran, Goyal과 Narang (2014) 또한 PD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이들의 음성강도가 정상군보다 유의하게 낮다고 보고하여 이들의 발화 시 공기역학적 측면에 문제가 있음을 언급했다. Seikel 등(2010)이 언급한 것과 같이 DDK 검사는 발성 및 조음능력의 협응을 반영하므로 마비말장애 화자의 AMR 결과를 해석하는 데 조음기관의 기능뿐 아니라 호흡능력 및 그와의 협응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는 비단 마비말장애 화자뿐 아니라 AMR 검사를 포함한 조음기관의 기능을 검사하고 해석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문제이다.
조음기관의 기능성을 검사하는 AMR 검사가 실질적으로 조음능력을 예측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양하다. 본 연구는 조음기관의 구조와 기능이 동일한 동일 화자가 발화 방식을 달리 하여 공기역학적 특성을 달리 했을 때 AMR 검사 결과가 유의하게 다르게 나타남을 보여주어 AMR 검사를 수행할 때 발화 시 공기역학적 특성을 함께 고려해야 함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본 연구는 10대 후반 및 20대 초반의 연령층만을 대상으로 했고 여성만을 대상으로 했으며 AMR 검사 과제만 사용했다는 제한점을 가지고 있다. 추후에, 다양한 연령층 및 남성을 포함한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다양한 환자군을 대상으로 공기역학적 측면과 조음기관의 기능 및 조음능력 간의 상관성 연구가 지속되어 AMR 검사의 신뢰성 및 타당성을 보강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 또한 이를 SMR 검사에도 적용해봄으로써 그 결과를 DDK 검사 전반으로 일반화시킬 수 있는지도 검증해 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