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형 치매(dementia of Alzheimer’ s type, DAT)는 기억장애를 중심으로 하는 진행성 인지기능장애로,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일반적인 원인질환이다(McKhann et al., 1984). DAT 환자의 기억 및 인지기능 장애는 질환 초기부터 타인과의 의사소통 및 상호작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환자와의 의사소통 실패는 가족 및 보호자의 좌절과 부담을 초래한다(Lubinski, 1991). Alzheimer’ s Disease and Related Disorders Association (1990)의 많은 전문가들은 DAT 환자와의 의사소통 상황에서 청각적 이해력을 촉진시키기 위해서는 짧고 구문적으로 간단한 문장을 선택하고 문장을 반복하여 제시하는 방법을 사용할 것을 권고한다(Orange & Colton-Hudson, 1998). 짧고 구문적으로 간단한 문장을 사용하는 전략은 문장을 듣고 이해하기 위한 작업기억(working memory)의 요구를 최소화하는 효과가 있으며, 반복하여 문장을 제시하는 전략은 문장 다시 듣기를 통하여 기억흔적(memory traces)을 강화시켜 한 번 들었을 때 놓친 부분을 복원해 주는 효과가 있다(Small, Kemper, & Lyons, 1997). 위와 같은 임상적인 권고는 지금도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이 두 가지 전략의 효과는 다양한 연구들에 의해 다뤄져 왔다.
DAT 환자의 문장 길이 및 구문적 복잡성에 따른 청각적 문장이해 능력의 차이는 여러 연구에서 입증되었다(Choi, 2019; Rochon, Waters, & Caplan, 1994; Small, Kempler, & Andersen, 1991). Choi (2019)의 연구에서는 토큰테스트(token test)의 문항을 사용한 청 각적 문장이해 과제에서 DAT 환자의 경우 문장의 길이가 길고 구문적 복잡성이 증가할수록 문장이해 수행이 저하되었으며, 이러한 저하 양상은 정상적인 노화로 인한 일반노인의 청각적 문장이해 능력 손상에 비해 더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문장-그림매칭 과제를 사용한 연구들(Rochon et al., 1994; Small et al., 1991)에서는 짧고 간단한 문장에서 DAT 환자들의 청각적 문장이해 능력이 향상되었으며, 문장이해 능력은 작업기억과 유의한 상관이 있었다고 보고하였다(Small et al., 1991). 이렇듯 길이가 짧고 구문적으로도 간단한 문장에서 DAT 환자의 청각적 문장이해 수행이 향상되는 이유를 Bayles와 Tomoeda (2007)는 청각적으로 제시되는 문장의 명제(proposition) 수와 관련하여 설명하였다. 명제가 많을수록 청자는 문장 안에 포함된 메시지를 해석하기 위해 더 많은 인지적 자원을 필요로 하게 되며, 다양한 인지기능장애를 가진 DAT 환자의 경우 명제의 수가 제한된, 짧고 구문적으로도 간단한 문장에서 청각적 문장이해 능력이 더 양호함을 알 수 있다. 또한, DAT 환자의 경우 기억을 위한 보유량(span)의 제한을 보이며 중앙집행처리(central executive process) 능력이 손상되어 길고 구문적으로 복잡한 문장이해에 제약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있다(Rochon, Waters, & Caplan, 2000).
DAT 환자의 청각적 이해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문장 전체나 일부 단어를 반복하는 방법이 권고되어 왔지만, 관련 연구는 제한적이며 반복 전략이 실제로 DAT 환자의 문장이해 능력을 향상시키는지에 대한 결론도 명확하지는 않다. 반복과 관련된 임상적 권고사항은 망각이 DAT 환자의 가장 중요한 증상이며, 많은 DAT 환자들이 짧은 시간 후에도 이전의 자극을 재생(recall)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가족이나 보호자는 입력된 자극을 지속적으로 상기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문장을 반복적으로 제시해야 함을 강조한다(Morris & Baddeley, 1988). DAT 환자를 대상으로 축어적(verbatim) 반복이 문장이해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본 Small 등(1997)에 따르면, 제시된 문장을 간략화한 형태의 반복이 DAT 환자들의 문장이해 능력을 향상시켰으며, 이러한 효과는 구문적으로 복잡한 문장에서도 증명되었다. 비록 DAT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는 아니지만 문장 반복이 청각적 이해력을 높이고, 반복해서 문장을 들었을 때 이해를 위한 반응시간이 단축된다는 이른바 ‘반복효과(repetition effect)’는 여러 연구에서 입증되었다. 관련된 연구를 살펴보면, 우선 학령기 아동을 대상으로 한 Cervantes와 Gainer (1992)의 연구에서는 문장을 두 번 들려주었을 때 아동들의 문장이해 능력이 향상되었으며, 반복효과는 구문적 복잡성과 관계없이 모든 문장에서 나타났다. 일반성인을 대상으로 양전자방출단층촬영(positron emission tomography, PET)을 이용하여 단어 반복에 따 른 문장이해 능력 향상과 뇌혈류 사이의 관련성을 살펴본 연구에서는 단어 반복 시 좌측 조가비핵(putamen)과 우측 미상핵(caudate)의 혈류가 증가하고, 좌측 후측두엽의 혈류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Stowe et al., 1999). 즉, 해부학적으로는 반복을 통하여 기억흔적(memory trace)은 증가하며, 자극의 입력을 위한 처리 과정의 요구는 감소하는 것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이러한 반복효과는 종종 누적구조프라이밍(cumulative structural priming) 작용으로도 설명되는데, 반복을 통하여 정보가 누적되고 앞서 들은 정보가 구조적 프라이밍으로 작용하여 언어이해 능력을 높이고(Fine & Jaeger, 2016) 이해 속도를 가속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있다(Myslín & Levy, 2016). 또한, 문장 반복 제시에 따른 시연(rehearsal) 활성화 및 입력강화(input enhancement)로 인한 단기기억 및 작업기억의 활성화 역시 문장이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즉, 청각적으로 입력된 정보를 마음 속으로 되내이는 내현적 시연(subvocal rehearsal)(Baddeley, 2000)과, 동일한 청각 정보를 반복적으로 들려주는 청각적 입력강화(auditory input enhancement)가 단기기억 및 작업기억을 활성화시키며 이러한 활성화로 인해 문장이해 능력이 향상될 수 있다(Kim & Ha, 2019). 반복에 의한 이해 능력의 향상은 담화(discourse) 과제에서도 나타나는데 아동을 대상으로 반복적으로 이야기를 들려준 경우 이야기 이해의 수행이 높았으며(Mares, 2006), 일반노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반복이 문맥(context)에 대한 정보를 채워 주기 때문에 이해력을 향상시킨다고 보고되었다(Pichora-Fuller, 2008).
DAT 환자의 이해력 향상을 위하여 어떤 문장 제시 전략을 사용할 것인가는 임상적으로 매우 중요한 이슈이다. 임상적 관점에서 DAT 환자의 문장이해 어려움의 원인이 주의력 혹은 기억력 결핍으로 인한 것이라면 문장을 반복적으로 제시하는 전략이 효과적일 것이며, 구문적 언어 결함이 동반된 경우라면 문장을 단순화하고 문장 입력의 양식(modality)을 수정하는 것이 유용할 것이다(Kempler, Almor, Tyler, Andersen, & MacDonald, 1998). 그러나 DAT 환자의 문장이해 능력의 제한은 기억력, 주의력 및 구문적 언어 결함이 동시에 내재할 가능성이 높으며, 그렇다면 문장의 길이나 구문적 복잡성에 따라 문장 반복효과가 상이하게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DAT 환자의 문장 반복에 따른 문장이해 능력의 변화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다양한 길이와 구문적 복잡성으로 구성된 문장에서의 반복효과를 비교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러나 DAT 환자의 반복에 따른 문장이해 능력을 살펴본 연구는 대단히 제한적이며, 관련된 기존 연구(Small et al., 1997)에서는 문장 전체를 반복한 것이 아니라 원래의 문장을 간략화하여 반복하는 축약적 반복 방법을 사용하였기 때문에 DAT 환자들의 문장이해 능력 의 향상이 문장의 간략화로 인한 효과인지, 반복의 효과인지를 구별하기 어렵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다양한 문장 길이와 구문적 복잡성을 가진 문장을 반복해서 제시하는 방법이 DAT 환자의 문장이해 능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구체적인 연구문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일반노인과 DAT 환자 집단을 대상으로 집단, 구문적 복잡성, 문장 반복에 따른 문장이해 능력의 차이를 알아본다. 둘째, 두 집단의 문장 반복에 따른 문장이해 능력 향상의 효과가 문장 길이 및 구문적 복잡성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아본다. 마지막으로 토큰테스트의 총점과 문장 반복 시 단원별 문장이해 점수 및 총점 사이의 관련성을 살펴본다.
연구방법
연구 대상
본 연구는 DAT 환자 30명과 일반노인 30명을 대상으로 하였다. 연구 대상자의 구체적인 선정기준은 다음과 같다. DAT 환자는 신경과 혹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에 의해 probable DAT 로 진단받은 환자로, NINCDS-ADRDA (National Institute of Neurological and Communicative Disorders and Stroke and Alzheimer’ s Disease and Related Disorders Association; McKhann et al., 1984)의 진단기준을 충족하는 대상자로 하였다. 중등도(severity) 기준은 Clinical Dementia Rating (CDR; Morris, 1993)의 총점이 2 이하인 경도(mild) 혹은 중등도(moderate) DAT 환자들로 제한하였다. 또한 과제를 수행하는 데 요구되는 시지각, 청지각에 문제가 없는 환자들로 선정하였으며, 선정된 38명의 대상자 중 검사 중단 후 추후 검사 진행에 문제가 있거나 중간에 검사를 거부하는 등의 문제로 제외된 환자는 8명이었다.
일반노인은 65세 이상으로 한국판 간이정신상태검사(Korean version-Mini Mental State Examination, K-MMSE; Kang, 2006)의 정상 규준에 속하며(1 SD 이상), 본인의 보고에 의해 신경학적 질환력이 없고, 노인우울척도(Geriatric Depression Scale, GDS; Jung et al., 1997) 점수가 18점 이하인 대상자를 선정하였다. DAT 환자와 일반노인 집단의 연령, 교육년수, K-MMSE 점수에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하여 독립표본 t-검정을 실시한 결과 연령(t = −1.254, p>.05) 및 교육년수(t =.802, p>.05)에는 집단 간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으나 K-MMSE (t =13.144, p < .001)에서는 일반노인 집단의 점수가 DAT 환자 집단에 비해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두 집단의 연령, 교육년수 및 K-MMSE 점수의 기술통계 결과는 Table 1과 같다.
Table 1.
Healthy elderly adults (N = 30) | DAT (N = 30) | |
---|---|---|
Age (yr) | 78.55 (3.27) | 80.40 (6.02) |
Education level (yr) | 5.25 (3.35) | 4.47 (3.40) |
K-MMSE score | 27.85 (1.63) | 18.40 (2.92) |
DAT = dementia of Alzheimer's type; K-MMSE = Korean version of Mini-Mental State Examination (Kang, 2006).
연구 과제
문장이해
구문적 복잡성과 문장 반복에 따른 문장이해 능력을 평가하기 위하여 본 연구에서는 아동용 토큰 검사(Token Test for Children-Second Edition, TTFC-2; Chung, Kim, & Shin, 2008)를 사용하였다. 토큰테스트는 크기와 색, 모양이 다양한 토큰들을 대상자에게 제시하고 검사자가 불러주는 문장을 듣고 토큰을 조작하는 과제로 DAT 환자들의 문장이해 능력을 평가하는 데 유용한 것으로 알려져있다(Choi, 2019; Faber‐ Langendoen et al., 1988; Swihart, Panisset, Becker, Beyer, & Boiler, 1989). 토큰테스트는 총 4단원이며, 1–3단원은 내부적으로 문장의 길이와 구조가 동일한 각 10개씩의 문항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4단원은 문장의 길이와 구조가 이질적인 16개의 문장을 포함한다. 1–3단원의 경우 단원이 증가할수록 문장의 길이가 점차 증가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문장의 길이는 구문적 복잡성의 일차적인 지표가 될 수 있는데, 그 안에 포함된 어절이나 단어, 형태소와 같은 문법 단위의 수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1단원은 ‘큰 파란 동그라미를 만지세요’와 같이 4어절 문장으로, 2단원은 ‘파란 동그라미와 하얀 네모를 만지세요’와 같이 5어절 문장으로, 3단원은 ‘큰 하얀 네모와 작은 파란 네모를 만지세요’ 와 같이 7어절의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형태소의 수 면에서도 각 단원의 문장 내 형태소는 8개, 10개, 14개와 같이 점차 증가한다. 길이 외에 절이나 문장 성분의 수 등을 이용하여 구문적 복잡성 측정을 정밀화하려는 연구도 존재하지만(Kim, 2010; Kim, 2016; Nam, 2015), 복잡성 측정 지표에 대한 기준은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 다만 어떤 기준을 따르더라도 각 단원의 구문적 복잡성은 점차 증가되는 양상을 보인다. Koo, Park, Yi, Lee와 Hwang (2015)은 ‘하얀’과 같은 관형어를 하나의 절로 인정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관형절의 수는 1단원은 2개, 2단원은 2개, 3단원은 4개이지만, 1단원과는 달리 2단원과 3단원에는 접속조사로 연결된 문 접속 구조가 나타나므로 결국 구문적 복잡성의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한 단어 관형어를 절로 인정하지 않는 분석에서도(Nam, 2015), 2단원과 3단원에는 접속조사로 연결된 문 접속 구조가 존재하며 3단원 문장은 관형어가 더 많 고 ‘하얀 네모’를 다시 ‘큰’이 수식하는 귀환적(recursive) 계층 구조를 갖고 있으므로 2단원 문장에 비해 구문적으로는 더 복잡하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 4단원은 포함된 문장들의 길이와 복잡성이 균일하지 않다. 6어절에서 18어절에 달하는 문장들이 점진적으로 길이와 구문적 복잡성이 증가되도록 배열되어 있는데, 일부 문장은 길이나 포함된 문법 단위의 수가 1–3단원과 유사하였지만 논항의 수와 같은 다른 통사적 지표가 1–3단원에 비해 더 복잡하게 나타나므로 1–3단원에 비해서는 구문적 복잡성이 더 큰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1–3단원에 문장 길이와 구조가 같은 6문장씩을 추가하여 모든 단원의 문장이 16개가 되도록 문장 수를 일치시켰다. 4단원 문항의 예시를 Appendix 1에 제시하였다.
문장 제시
토큰테스트의 문장은 음향분석프로그램인 Praat (version 6.0.33)를 사용하여 조정 후 제시하였다. 우선 말속도의 통제를 위하여 문장을 녹음한 기존의 연구결과(Choi, 2019; Shin, 2018)를 바탕으로 한국어에서의 보통 말속도인 4.7음절/초로 말속도를 통일하였다. 다음으로 문장 반복 문항의 경우 역시 Praat를 활용하여 같은 음원이 두 번 재생되도록 하였다. 전체 문항 중 홀수 문항은 한 번, 짝수 문항은 두 번 제시되는 문항으로 음원을 배열하여 단원별로 한 번 들려주는 문항과 문장 반복 문항이 번갈아 제시되도록 조정하였다.
연구 절차
본 연구는 나사렛대학교 생명윤리위원회의 승인을 얻어 진행하였다(No. 17–1019–05). 또한, 연구 대상자들에게 연구의 목적 및 방법을 설명하고 서면으로 동의를 얻었다. 모든 검사는 조용하고 방해받지 않는 공간에서 일대일로 진행되었으며, 검사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 후 본 검사를 실시하였다. 연구 대상자들에게 Praat를 사용하여 미리 녹음해 둔 토큰테스트의 문항을 듣고 배열된 토큰을 조작하도록 하였다. 연구 대상자들의 반응은 즉시 기록하였으며, 단원별 정답률(%)을 토큰테스트 점수로 사용하였다.
통계 분석
본 연구에서는 일반노인과 DAT 환자 집단을 대상으로 구문적 복잡성과 문장 반복에 따른 문장이해 능력의 차이를 알아보기 위하여 일반노인, DAT 환자 집단을 집단간 요인으로, 구문적 복잡성(4)×문장제시 횟수(2)를 집단 내 요인으로 한 혼합삼원분산분석(three-way mixed ANOVA)을 실시하였다. 추가적으로 구문적 복잡성에 따른 수행차이를 알아보기 위하여 Tukey HSD의 방법으로 사후분석을 실시하였다. 다음으로 한 번 들려주었을 때의 토큰테 스트 총점과 문장 반복에 따른 단원별 문장이해 점수 및 총점 사이의 Pearson적률 상관분석을 실시하였다. 모든 통계분석은 SPSS version 22 프로그램을 사용하였다.
연구결과
구문적 복잡성과 문장 반복에 따른 문장이해 수행
일반노인 집단과 DAT 환자 집단의 구문적 복잡성 및 문장 반복에 따른 문장이해 점수를 Table 2에 제시하였다. 결과를 살펴보면 문장 반복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단원에서 DAT 환자 집단의 문장이해 수행이 일반노인에 비해 낮았으며, 일반노인 집단, DAT 환자 집단 모두 구문적 복잡성이 증가하면 문장이해 점수가 낮아짐을 알 수 있다. 문장 반복에 따른 효과를 살펴보면 일반노인, DAT 환자 집단 모두 3단원까지는 문장 반복으로 인한 문장이해 능력 향상의 효과가 나타났지만, 구문적 복잡성이 가장 복잡한 4단원의 경우 문장 반복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또한, 일반노인 집단의 경우 3단원까지 문장 반복 시 수행률이 95% 이상으로 문장 반복으로 인한 문장이해 능력 향상의 효과가 극명하게 나타났다.
Table 2.
집단 간 구문적 복잡성과 문장 반복에 따른 문장이해 능력의 차이
일반노인과 DAT 환자 집단의 구문적 복잡성과 문장 반복에 따른 문장이해 능력의 집단 간 차이를 알아보기 위하여 혼합삼원분산분석을 실시하였다. 결과를 살펴보면 우선 집단에 대한 주효과가 유의하였다(F=27.283, p <.001). 다음으로 구문적 복잡성(F=285.045, p < .001)과 문장 반복(F = 38.087, p < .001)에 대한 주효과 역시 유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호작용효과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집단×구문적 복잡성(F = 9.375, p < .001), 구문적 복잡성×문장 반복(F =16.276, p < .001)의 상호작용효과는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집단×문장 반복(F =.080, p>.05), 집단×구문적 복잡성×문장 반복(F =.125, p>.05)의 상호작용 효과는 유의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구문적 복잡성에 따른 문장이해 점수의 사후분석을 실시한 결과 1단원과 2단원을 제외한 모든 단원의 문장이해 점수 차이가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단별 구문적 복잡성과 문장 반복에 따른 문장이해 점수를 Figure 1에 제시하였다.
집단별 토큰테스트 총점과 문장 반복 시 문장이해 능력의
상관일반노인과 DAT 환자의 토큰테스트 총점과 문장 반복 시 문장이해 능력의 상관을 알아보기 위하여 문장을 한 번 제시하였을 때의 토큰테스트의 총점과 문장 반복 시의 단원별 문장이해 수행과 총점 간의 상관분석을 실시한 결과는 Table 3에 제시하였다. 결과를 살펴보면 일반노인의 경우 토큰테스트 총점과 문장 반복 시의 문장이해 능력 간의 유의한 상관은 4단원과 총점에서만 나타난 반면, DAT 환자 집단에서는 모든 단원과 총점에서 토큰테스트 총점과 문장 반복 시의 문장이해 능력 간의 유의한 상관을 보였다.
논의 및 결론
본 연구에서는 DAT 환자의 청각적 이해력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가족이나 보호자들에게 권고되고 있는 전략들 중 문장의 구문적 복잡성을 줄이는 방법과 반복적으로 문장을 제시하는 방법에 대한 임상적인 효과를 증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본 연구의 결과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일반노인과 DAT 환자 집단 사이의 집단 간 차이, 구문적 복잡성과 문장 반복에 따른 집단내 차이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집단에 따른 차이를 살펴보면, 구문적 복잡성과 문장 반복의 여부와 관계없이 DAT환자 집단의 문장이해 수행이 일반노인 집단에 비해 낮았다. 우선 DAT 환자의 문장이해 능력의 제한은 DAT로 인한 구문적 문장이해 능력 저하와 연결지어 생각할 수 있다. DAT 환자의 경우 문장이해에서 의미적 손상과 더불어 구문적 손상도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de Jager, Hogervorst, Combrinck, & Budge, 2003; Kim, Sung, & Jeong, 2012). 그런데 DAT 환자의 구문적 문장이해 능력의 손상에도 불구하고 문장 길이가 4어절 정도로 짧고 구문적 복잡성이 비교적 낮은 1단원의 경우 일반노인의 수행과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이 유추할 수 있다. 첫째, 본 연구의 과제는 토큰테스트로 사용된 어휘의 친숙도가 매우 높아 DAT로 인한 의미적 문장이해 능력의 제한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 있다(de Jager et al., 2003). 둘째, 경도 DAT 환자의 경우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간단한 문장의 이해는 상대적으로 보존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Bickel, Pantel, Eysenbach, & Schröder, 2000), 본 연구의 대상이 CDR 총점 2점 이하의 DAT 환자만을 대상으로 하였기 때문에 간단한 문장에서의 이해 능력은 어느 정도 유지되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다음으로 구 문적 복잡성에 따른 차이를 살펴보면 일반노인 집단, DAT 환자 집단 모두 구문적 복잡성이 증가하면 문장이해 수행이 낮아짐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구문적 손상은 작업기억의 제한과 관련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Choi, 2019; MacDonald, Almor, Henderson, Kempler, & Andersen, 2001), 이는 한정된 작업기억 안에서 복잡한 구문을 처리해야 하는 인지적 부담으로 인해 저장용량의 제한이 나타나고, 따라서 작업기억의 손상이 있는 경우 구문적으로 복잡한 문장을 이해하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Kim, Sung, & Yim, 2017). 작업기억 능력의 제한으로 인한 문장이해 능력의 손상은 일반적인 노화(aging)와 DAT의 인지기능장애 모두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장 반복에 따른 효과 또한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일반노인, DAT 집단 모두 3단원까지는 문장 반복으로 인한 문장이해 능력 향상의 효과가 나타났지만, 구문적 복잡성이 가장 복잡한 4단원의 경우 문장 반복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일반노인과 DAT 환자 집단 모두 구문적으로 대단히 복잡한 문장으로 구성된 4단원을 제외하고는 문장 반복 시 문장이해 능력이 유의하게 향상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문장을 반복적으로 제시하는 전략이 정보 입력을 위한 처리과정의 요구를 감소시키고, 첫 번째 들었을 때 미처 저장되지 못한 정보에 대한 기억흔적을 강화시키는 효과를 주었기 때문에 문장이해 수행도 좋아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Small et al., 1997; Smith, 1968). 그리고 반복해서 문장을 들을 때 첫 번째 입력된 정보가 구조적 프라이밍으로 작용하여 문장이해의 정반응을 높이고 이해를 위한 시간을 감소시킨다는 기존의 연구결과와도 관련된 것으로 볼 수 있다(Fine & Jaeger, 2016). 반복효과는 일반노인과 DAT 환자 집단 모두에서 나타났으며, 특히 일반노인의 경우 7어절의 비교적 긴 문장에서도 문장 반복 시 95% 이상의 문장이해 정반응을 보일 정도로 그 효과가 극명하였다.
집단, 구문적 복잡성, 문장 반복 사이의 상호작용효과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집단×구문적 복잡성, 구문적 복잡성×문장 반복의 상호작용 효과가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 집단과 구문적 복잡성의 상호작용효과는 일반노인의 경우 3단원까지의 문장이해 수행에 비해 6어절에서 18어절에 이르는 다양한 길이와 균일하지 않은 구문적 복잡성을 보이는 4단원에서의 수행이 갑자기 급격하게 낮아지는 데 반해, DAT 환자는 문장 길이 및 구문적 복잡성이 증가하는 1–4단원에 걸쳐 점진적으로 수행이 낮아진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다음으로 구문적 복잡성과 문장 반복 사이의 상호작용효과는 일반노인, DAT 환자 모두 3단원까지는 문장 반복으로 인한 문장이해 능력의 향상이 두드러졌으나, 4단원에서는 문장 반복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마지막으로 일반노인과 DAT 환자 집단의 토큰테스트 총점과 문장 반복 시 문장이해 능력의 상관을 알아보기 위하여 한 번 들려주었을 때의 토큰테스트의 총점과 단원별 문장 반복 시의 문장이해 능력 간 상관분석을 실시한 결과, 일반노인의 경우 토큰테스트 총점과 문장 반복 시의 문장이해 능력 간 유의한 상관은 4단원과 총점에서만 나타난 반면, DAT 환자 집단에서는 모든 단원과 총점에서 토큰테스트 총점과 문장 반복 시 문장이해 능력 간의 유의한 정적 상관을 보였다. 특히 DAT 환자 집단에서는 토큰테스트 총점과 문장 반복 시의 총점 간 상관계수는 .8로 매우 높았다. 우선 두 집단에서 토큰테스트 총점과 문장 반복 시의 문장이해 능력 사이의 상관분석 결과가 상이한 이유는 다음과 같이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일반노인 집단은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1–3단원의 경우 문장 반복 시 95% 이상의 문장이해 수행을 보일 정도로 반복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일반노인 집단의 이러한 문장 반복 시 문장이해의 높은 수행은 천정효과(ceiling effect)로 작용하여 토큰테스트의 총점과 유의한 상관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여겨진다. 둘째, 검사자가 불러주는 문장을 듣고 기억하여 토큰을 배열하고 조작해야 하는 토큰테스트는 청각적 문장이해 능력뿐만 아니라 대상자의 작업기억을 민감하게 반영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Cohen-Mimran & Sapir, 2007). 따라서 문장을 한 번 들려주었을 때 1–3단원까지의 수행은 대상자의 작업기억 능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일반노인의 경우 문장 반복 시 작업기억의 저하로 인한 수행 저하를 상쇄할 정도로 반복효과가 극명하였으나, DAT로 인해 병리적인 작업기억 능력의 손상을 가진 환자의 경우에는 이러한 반복효과가 다소 제한적으로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DAT 환자 집단에서 작업기억과 반복효과의 상관이 일반노인에 비해 높게 나타난 본 연구의 결과는 DAT 환자의 경우 작업기억의 개인 차이가 존재하며, 이러한 차이에 의해 문장이해 능력의 제한이 개인별로 서로 상이함을 강조한 기존의 연구결과들(Bayles, Tomoeda, & Trosset, 1992; Choi, 2019; Kempler, Andersen, & Henderson, 1995)과 맥락을 같이한다. 한편 4단원의 경우 일반노인과 DAT 환자 모두 토큰테스트 총점과 문장 반복 시의 문장이해 능력 사이의 상관이 유의하게 나타났다. 4단원은 비균질적인 문장의 집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구문적 복잡성에서도 일관적이지 않은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가장 짧은 문장은 6어절, 가장 긴 문장은 18어절에 달하며, 구문적 구조 면에서도 매우 다양한 분포를 보이고 있다. 1단원에서 3단원까지는 한 단원 내의 모든 문장이 동일한 통사적 구조를 갖고 있으므로 과제 수행 시 작업기억과 통사적 분석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노인의 경우 반복효과가 크게 나타난 것은 이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4단원의 문장들은 길이, 문법 단위의 수, 논항의 수, 문장 성분의 종류 등이 각 문장마다 서로 다르기 때문에 과제가 제시될 때마다 구문 분석의 부담을 피할 수 없으며, 작업기억 능력에 따라 수행력의 차이가 민감하게 반영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1–3단원과 달리 작업기억을 반영하는 토큰테스트의 총점과 4단원의 반복 시 문장이해 능력 사이의 상관이 유의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관련성은 DAT 환자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작업기억의 손상이 적은 일반노인들에게서도 나타남을 알 수 있었다.
청각적 문장이해는 타인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필수적인 능력이다. 문장이해를 위해서는 사용된 단어를 빠르게 처리하고 저장된 다른 단어들과 통합하는 능력(Schaie & Willis, 2010) 및 언어 이해력 이외의 주의력, 단기기억, 작업기억 등의 인지능력도 요구된다(Caplan & Waters, 1999). 따라서 기억력을 포함한 다양한 인지기능장애를 경험하는 DAT 환자의 경우 청각적 이해력의 손상은 타인과의 의사소통 상황에서 다양한 문제를 야기시킨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DAT 환자의 청각적 이해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다양한 전략들이 개발되고 있으며, 환자 가족이나 보호자들에게 여러 경로로 권고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간단한 문장을 사용하고 반복하는 전략은 가장 널리 사용되는 전략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임상적인 효과 검증은 부족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DAT 환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길이와 구문적 복잡성을 가진 문장을 사용하여 문장 반복으로 인한 문장이해의 효과를 살펴보았다. 본 연구의 결과를 통하여 DAT 환자들에게 문장을 반복하여 제시하는 전략은 매우 유용함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반복효과는 구문적 복잡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문장에서만 나타났으며, 구문적 복잡성이 증가하면 이러한 반복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이러한 결과는 DAT 환자에게 문장 길이가 길고 구문적으로 복잡한 문장에 대하여 반복 전략을 사용할 경우 문장을 간략화하여 반복하는 것이 유용함을 시사한다.
본 연구는 일반노인과의 비교를 통하여 정상적인 노화와 DAT 질환 사이의 문장이해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구문적 복잡성과 문장 반복효과 차이를 분석한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그러나, 다양한 구문적 복잡성에 따른 차이를 분석하지 못한 점, 문장이해 능력과 작업기억 등의 인지기능 사이의 직접적인 관련성을 살펴보지 못한 점 등의 한계를 가진다. 향후에는 이러한 제한점을 보완한 후속연구가 진행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