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책읽기 환경이 학령전기 아동들의 수용 및 표현 어휘력에 미치는 영향
The Effect of Home Literacy Environment on Receptive and Expressive Vocabulary Skills in Preschool Children
Article information
Abstract
배경 및 목적
가정에서의 부모와 자녀 간 다양한 책읽기 환경 중 아동들의 수용 및 표현 어휘력을 유의하게 예측하는 요인이 무엇인지 검토하고자 하였다.
방법
본 연구에는 4-6세의 학령전기 아동 45명과 그 부모가 연구에 참여하였다. 가정에서의 책읽기 환경은 부모 대상 설문지(Greenberg & Weitzman, 2014)를 사용하여 조사하였으며, 아동들의 어휘력은 수용 및 표현 어휘력 검사(Kim et al., 2009)를 통해 측정하였다.
결과
상관분석 결과, 연구대상 아동들의 수용 어휘력은 책읽기 시 부모의 질문 사용 여부 및 아동의 책읽기 참여도와 정적 상관관계를 보였으며, 표현 어휘력은 가정에서의 책읽기 빈도 및 반복적 책읽기의 정도, 그리고 아동의 책읽기 참여도와 정적 상관관계를 보였다. 회귀분석 결과, 연구대상 아동들의 수용 어휘력을 설명하는 책읽기 환경 요인은 아동의 책읽기 참여 적극성과 관련된 요인이었으며, 표현 어휘력을 유의하게 설명하는 책읽기 환경 요인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의 및 결론
부모-자녀 간 책읽기에서 아동의 적극적인 참여가 아동들의 수용 어휘력을 예측하는 요인인 것으로 나타나, 책읽기 시 아동의 참여를 격려하는 부모 역할의 중요성을 확인하였다.
Trans Abstract
Objectives
This study examined which factors in the home literacy environment significantly predicted children’s receptive and expressive vocabulary skills.
Methods
A total of 45 dyads of children and parents participated in this study. A questionnaire was used to investigate the home literacy environment (Greenberg & Weitzman, 2014), and standardized receptive and expressive vocabulary tests (Kim et al., 2009) were administered to assess the children’s vocabulary skills. The Pearson product-moment correlation coefficient was calculated to examine the correlation between children’s vocabulary skills and home literacy sub-items, a stepwise multiple regression analysis was conducted to verify the predicting factors for the children’s receptive and expressive vocabulary skills.
Results
The results showed that receptive vocabulary scores were significantly correlated with the parents’ use of questions and child’s reading attitude during book reading; whereas expressive vocabulary scores were significantly correlated with the frequent and repetitive book reading, and children’s attentive reading attitude during book reading. Children’s positive and active participation was a significant factor explaining receptive vocabulary scores. There were no factors that significantly explained children’s expressive vocabulary scores.
Conclusion
This study’s results suggest that children’s active participation in book reading was the most important factor predicting children’s receptive vocabulary skills, and confirmed that it is vital for parents to positively encourage children to participate actively while reading a book.
아동은 부모 등 양육자와의 일상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언어를 자연스럽게 습득한다. 특히 그림책 또는 이야기책은 소지가 간편하면서 시·공간적 제약 없이 사용할 수 있고 동시에 교육의 도구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발달의 이른 시기부터 부모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Fletcher & Reese, 2005; Ninio & Bruner, 1978). 각 가정에서 부모와 자녀 간 만들어지는 책읽기 역동은 가정마다 서로 다를 것인데, 가정에서의 책읽기 환경을 주제로 한 선행연구들은 이러한 책읽기 환경과 아동들의 언어 능력이 유의한 정적 상관관계가 있음을 밝혀 왔다(Deckner, Adamson, & Bakeman, 2006; Korat, Klein, Segal-Drori, 2007; Payne, Whitehurst, & Angell, 1994; Whitehurst et al., 1988). 이때책읽기환경이란, 가정에서 보유한 책의 양과 책읽기의 빈도, 아동이 처음 책을 읽기 시작한 시기, 아동이부모에게책읽기를요청하는횟수, 부모-자녀간책을함께 읽는 지속시간, 책읽기에 대한 부모의 태도, 도서관 방문 횟수 등 다양한 측면이 포함된다(Baker, Mackler, Sonnenschein, & Serpell, 2001; Payne et al., 1994; Rhyner, Haebig, & West, 2009; Wasik & Hendrickson, 2004). 특히 가정에서 책을 얼마나 많이, 그리고 자주 읽는지는 중요한 책읽기 환경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동들은 책읽기를 통해 다양한 어휘와 구문, 담화에 노출되면서 자연스럽게 언어를 습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Hindman, Skibbe, & Foster, 2014; Moerk, 1985).
가정의 책읽기 환경과 아동들의 언어 능력 간의 관계를 검토한 선행연구들 가운데 Payne과 동료들(1994)은 가정의 책읽기 환경을 다양한 변수로 정의하여 측정하고, 아동의 언어와 가정의 책읽기 환경 간의 상관관계를 검토하였다. 연구결과, 아동들의 어휘 능력과 강한 상관관계를 보였던 변인으로는 가정에서 자녀와 함께 책을 읽는 빈도, 자녀와 함께 책읽기를 시작한 연령, 가정에서 보유하고 있는 그림책의 수, 자녀가 책읽기를 요청하는 빈도, 도서관 방문 횟수 등이 있었으며, 약한 상관관계 또는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았던 변인으로는 자녀와의 책읽기 지속 시간, 자녀가 혼자 책을 읽는 빈도, 양육자 스스로의 독서 시간, 양육자의 독서 선호도 등이 있었다. 이를 통해 연구진은 부모와 자녀 간의 책읽기 환경에 있어 상호작용적 동기와 환경이 아동의 언어발달에 중요한 요소임을 확인하였다. 또한 Sénéchal, LeFevre, Hudso과 Lawson (1996)은 부모-자녀 간 책읽기 빈도를 책의 제목과 주인공, 내용 등을 잘 알고 있는지를 측정하는 동화책 지식의 정도로 정의하고, 이러한 동화책 지식이 아동의 어휘력과 관련이 있는지 검토하였다. 연구결과, 아동들의 지능과 부모의 독서 활동 및 교육력을 통제하였을 때 부모의 동화책 지식이 자녀의 수용 어휘력을 유의하게 설명하는 요인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또한 부모의 독서 활동 및 사회경제적 지위를 통제했을 때 아동들의 동화책 지식은 그들의 수용 및 표현 어휘력을 유의하게 설명하는 요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부모와 자녀가 얼마나 많은 동화책에 대한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지, 다시 말해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는지가 아동들의 어휘력을 유의하게 설명하는 요인임을 밝힘으로써 가정에서의 책읽기 환경의 중요성을 설명하였다. 이 외에도 국내의 3세 미만 영아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가정의 읽기 및 쓰기 자료, 부모의 문해 모델링, 영아의 책읽기 활동이 아동들의 수용 및 표현 어휘력과 유의한 정적 상관관계가 있음을 확인하여, 영아기에 있어서도 가정의 책읽기 환경이 아동들의 어휘력 발달에 중요한 요인임을 보고하였다(Park & Kim, 2010).
가정의 책읽기 환경은 아동들의 어휘력 외에도 다양한 언어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 110명의 학령전기 아동들과 58명의 1학년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선행연구에서는, 가정에서의 책읽기 노출 및 읽기 교육 빈도가 수용 어휘, 듣기 이해, 음운인식과 같은 아동의 구어 능력, 그리고 인쇄물 개념, 자소 지식, 1음절 낱말 읽기, 창안적 쓰기(invented writing) 등과 같은 기초 문해 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였다(Sénéchal, Lefevre, Thomas, & Daley, 1998). 연구결과, 부모의 독서 경험과 아동의 연령 및 지능을 통제했을 때, 학령전기 아동들의 책읽기 노출은 아동의 구어 능력을 유의하게 예측하였으며, 읽기 교육 빈도는 아동의 기초 문해 능력을 유의하게 예측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아동의 구어 및 기초 문해 능력은 1학년 말단어 읽기를 설명하는 요인으로 나타나, 아동의 책읽기 환경은 아동의 문해 능력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가정의 책읽기 환경을 조사한 국내의 선행연구들은 대부분 아동들의 초기 문해 기술에 관심을 갖고 가정의 문해 환경과의 관계를 검토하였는데(Jeong & Choi, 2012; Kim & Kim, 2008; Kim & Park, 2013; Son & Kim, 2012), 이 연구들에서도 마찬가지로 가정의 문해 환경이 영유아기 아동들의 기초 문해 능력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를 확인하였다.
한편 부모들은 자녀와 책을 읽을 때 아동을 책읽기 활동에 참여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아동들의 어휘력을 증진시킬 수 있다(Hargrave & Sénéchal, 2000). 부모-자녀 간 책읽기 활동에서 성인과 아동 간 상호작용의 방식이 아동의 어휘 학습 능력에 영향을 주는지 알아보기 위한 선행연구에서는, 책읽기 방식을 듣기 조건, 명명하기 조건, 가리키기 조건으로 분류하여 그에 따른 아동들의 어휘 학습 수행력 차이를 비교 검토하였다(Sénéchal, Thomas, & Monker, 1995). 연구에서 사용한 책읽기 방식 중 듣기(listening) 조건에서는 성인과의 책읽기 과정에서 아동이 단순히 수동적인 청취자로만 참여하게 하였으며, 명명하기(labeling) 조건에서는 성인이 책을 읽어주면서 아동에게 목표어휘를 구어로 명명하도록 하는 질문을 하도록 하였다(예: ‘주인공은 무엇을 하고 있나요?’, 목표어휘: 낚시하다). 마지막 가리키기(pointing) 조건에서 성인은 아동에게 목표어휘가 포함된 문장을 들려준 뒤 “(목표어휘)를 가리켜 주세요.”와 같이 요구하여, 아동이 자극 그림들 가운데 목표어휘에 대한 참조물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게 하였다. 연구결과, 명명하기와 가리키기 조건에서의 수용 및 표현 어휘 학습 수행력이 듣기 조건보다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나, 책읽기 과정에서 아동의 구어 및 비구어적 참여가 어휘 습득력과 유의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밝혔다. 특히 이 연구에서는 실험 직후 사후평가에서 명명하기 조건에서의 수행력이 가리키기 조건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나, 성인과의 책읽기 상호작용에서 아동의 구어적인 참여가 중요함을 확인하였다. 이를 통해 연구진은 책읽기 중 아동이 새로운 어휘를 직접 산출할 수 있도록 촉진하는 것이 아동의 어휘 습득에 효과적임을 주장하였다.
이와 같이 성인과 아동 간 책읽기 활동에서 아동이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청취자가 아닌, 책을 통해 성인과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하면서 능동적인 참여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책읽기를 상호작용적 책읽기(interactive book reading), 대화식 책읽기(dialogic book reading), 함께 책읽기(joint book reading, shared book reading) 등으로 정의할 수 있다(Ard & Beverly, 2004; Blewitt & Langan, 2016; Hargrave & Sénéchal, 2000; Justice, Weber, Ezell, & Bakeman, 2002; Kaderavek, Pentimonti, & Justice, 2014; Milburn, Girolametto, Weitzman, & Greenberg, 2014; Mol, Bus, & De Jong, 2009; Ninio, 1983; Rezzonico et al., 2015; Sénéchal & Cornell, 1993; Storkel, Komesidou, Fleming, & Romine, 2017; Taverne & Sheridan, 1995; Wasik & Bond, 2001; Whitehurst et al., 1994). 아동의 발달은 성인과의 사회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촉진될 수 있는데, Vygotsky (1978)는 이를 근접발달영역(Zone of Proximal Development)으로 설명하였다. 즉, 아동의 잠재력은 성인의 언어적 지원을 통해 사회 · 인지적으로 발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읽기 활동에서도 마찬가지로 부모 등 성인은 아동의 발달 수준에 맞는 적절한 상호작용적 언어 지원을 통해 아동의 언어발달에 긍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Storkel et al., 2017; Whitehurst et al., 1988). 이 외에도 Whitehurst과 동료들(1988)은 부모-자녀 간 책읽기 활동 중 부모가 아동의 반응을 촉진할 수 있는 상호작용적 언어를 사용하도록 교육하고, 그에 따른 아동의 표현 어휘 학습 수행력을 비교하였다. 이 연구에서는 상호작용적 언어를 폐쇄형 질문 대신 개방형 질문 사용, 확장 및 수정, 확인과 같은 피드백 사용 등으로 정의하였다. 연구진은 통제 집단 부모에게는 상호작용적 언어에 대한 교육 없이 평소와 같은 방법으로 자녀에게 책을 읽어주도록 지시하였고, 실험집단 부모에게는 자녀와의 책읽기 시 상호작용적 언어를 사용하도록 교육하였다. 그 결과 상호작용적 언어를 사용한 집단의 아동들은 통제집단의 아동들보다 더 많은 어휘와 구문을 습득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를 근거로 연구진은 부모가 자녀에게 책을 읽어줄 때 상호작용적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자녀의 참여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언어발달을 촉진한다는 점에서 중요함을 주장하였다.
한편, 부모의 상호작용적 책읽기 태도뿐만 아니라 책읽기에 참여하는 아동의 태도 또한 부모-자녀 간 책읽기 역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Schneider와 Hecht (1995)는 4-6세의 발달지연 아동 28명과 그 부모를 대상으로 부모-자녀 간 책읽기 활동을 분석하였으며, 그 결과 자녀의 책읽기 참여 수준 및 반응성 정도와 부모의 책읽기 행동 간 유의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 수준이 높은 아동의 경우 부모는 지시보다는 질문 등의 상호작용을 통해 아동의 반응을 유도하는 비율이 높았으며, 이는 부모가 자녀 스스로 이야기 정보를 말할 수 있도록 독려하며 상호작용을 유지하였음을 의미한다. 반면, 참여 수준이 낮은 아동의 부모는 자녀에게 대답을 유도하는 상호작용보다는 부모가 이야기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특징은 자녀의 발화량에서도 관찰되었는데, 책읽기 활동에서 아동의 발화량 및 참여 수준은 부모의 지시적 상호작용과는 부적 상관관계를 보인 반면, 아동의 반응을 요하는 부모의 상호작용 시도와는 정적인 상관관계를 보였다.
책읽기에 아동의 참여를 유도하는 전략으로는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는데, PEER와 CROWD 전략이 대표적이다(Zevenbergen & Whitehurst, 2003). PEER 전략은 성인이 아동에게 책의 주요 요소를 말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Prompt), 이에 대한 아동의 반응을 평가하고(Evaluation) 정보를 덧붙여 아동의 발화를 확장해주며(Expansion), 아동이 확장된 말을 사용하도록 재촉진 하는 과정(Repeat)을 통해 아동의 참여를 유도한다. CROWD 전략은 책읽기 활동에 아동을 참여시키기 위해 아동에게 문장을 완성하게 하거나(Completion), 내용을 회상하게 하기(Recall), 이야기의 뒷부분을 연상하게 하기(Open-ended), 다양한 의문사 질문에 답하게 하기(Wh-question), 경험과 연결시키기(Distancing) 등의 방법을 제시한다. 이러한 상호작용적 전략은 다양한 연구들에서 채택되었으며, PEER와 CROWD를 적용한 책읽기 상호작용이 아동의 언어 능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왔음을 밝힌 많은 선행연구들을 통해 책읽기에 아동을 참여시키는 것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Blom-Hoffman, O’Neil-Pirozzi, & Cutting, 2006; Elmonayer, 2013; Fung, Chow, & McBride-Chang, 2005; LaCour, McDonald, Tissington, & Thomason, 2013; Pillinger & Wood, 2014; Simsek & Erdogan, 2015; Trussell, Hasko, Kane, Amari, & Brusehaber, 2018; Yim et al., 2018).
이와 같이 가정에서의 부모-자녀 간 책읽기 상호작용이 부모와 자녀 상호 간에 영향을 미친다면, 부모의 책읽기 능숙도를 조절했을 때 아동들의 책읽기에 참여하는 태도와 그에 따른 책읽기 활동의 결과에 변화를 가져올 것임을 예측할 수 있다. Newman (1996)은 일반적으로 가정의 문해 환경이 빈약할 것으로 생각되는 저소득층 41쌍의 부모에게 책읽기 시 자녀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방법을 교육하고 그 효과를 검토하였다. 이때 부모-자녀 간 책읽기 상황에서 부모가 자녀에게 제공하는 비계(scaffolding)의 수준에 따른 차이를 비교하기 위해, 부모의 친숙함 정도에 따라 그림책을 ‘예측 가능한 이야기’, ‘단편적으로 예측 가능한 이야기’, ‘담화’의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여 제공하였다. 연구결과 텍스트의 이러한 세 가지 유형에 따라 부모가 자녀와 시도하는 책읽기 상호작용 패턴이 서로 다른 것으로 나타났는데, Newman은 이를 각각의 유형에서 아동에게 요구되는 인지적 부담이 서로 다르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하였다. 한편 부모의 읽기 숙련도가 높은 집단과 낮은 집단을 나누어서 비교했을 때, 읽기 숙련도가 높은 집단은 자녀와의 책읽기 상호작용에서 책의 내용을 일상 경험과 연결시키기, 이야기의 주제와 세부적인 내용들을 회상할 수 있는 질문 등 그림책의 의미에 초점을 둔 대화 맥락의 상호작용을 더 많이 하는 반면, 읽기 숙련도가 낮은 집단은 그림책의 글자나 그림에 주의를 집중시키거나 텍스트의 운율을 활용하여 그대로 읽기, 또는 상대방의 발화를 모방하는 등 책 자체에 집중한 상호작용 전략을 더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부모-자녀 간 상호작용의 빈도는 부모의 읽기 숙련도와 텍스트 유형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는데, 읽기 숙련도가 낮은 집단은 예측 가능한 이야기에서 그 빈도가 가장 높았으며, 읽기 숙련도가 높은 집단은 담화에서 그 빈도가 가장 높았다. 즉, 부모의 읽기 숙련도에 따라 부모가 자녀를 책읽기에 참여시키는 데에 활용한 비계의 종류가 달랐으며, 여기에는 그림책의 유형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에서는 두 집단의 아동들 모두 사후 평가에서 어휘력 및 인쇄물 지식이 향상되었으며, 특히 부모의 읽기 숙련도가 낮은 집단의 수행력이 더 높은 상승률을 보였음을 밝힘으로써 부모-자녀 간 책읽기 상호작용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가정의 책읽기 환경을 검토한 국내 연구를 살펴보면, 주로 가정의 문해 환경과 아동들의 인쇄물 인식, 음운인식 등의 초기 읽기 기술 간의 관계를 검토하여 가정의 책읽기 환경이 아동들의 직접적인 읽기 기술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연구가 대부분이다(Jeong & Choi, 2012; Kim & Kim, 2008; Kim & Park, 2013; Son & Kim, 2012). 이 외에 가정의 문해 환경이 부모의 문해 신념 및 양육 효능감과 함께 부모와 자녀 간 그림책 읽기 상호작용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거나(Choi, 2012), 가정의 문해환경 및 아동모의 상호반응적 교수 행동이 영아의 어휘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Park & Kim, 2010) 등 가정에서의 책읽기 환경과 함께 부모 개인이 갖고 있는 변인을 고려한 연구도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영아를 대상으로 한 연구들에서는 발달상의 특징으로 인하여 아동들의 언어 능력을 측정할 때 부모 보고 형식의 도구를 사용하거나(Lim & Kim, 2013; Park & Kim, 2010), 표준화 검사 도구를 사용하면서 부모의 보고를 참고하여 측정할 수밖에 없다(Kim & Jeong, 2012). 이 외에 다양한 실험 과제들로 아동들의 초기 읽기 기술, 이야기 이해력 등을 검토한 연구들이 있지만(Jeong & Choi, 2012; Kim & Kim, 2008; Kim & Kim, 2010; Kim & Park, 2013; Son & Kim, 2012), 아동과의 일대일 검사 형식의 표준화된 언어 검사를 통해 각 아동들의 현재 언어능력을 측정하고 가정의 책읽기 환경과의 관계를 검토한 연구는 찾아보기 어렵다. 또한 성인과의 책읽기에 참여하는 아동들의 태도 또한 중요한 책읽기 환경 요인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독립적인 요인으로 정의하여 분석한 연구는 찾아볼 수 없다.
본 연구에서는 책읽기 활동이 특히 아동들의 어휘 능력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를 검증한 많은 선행연구들을 근거로(Barnes, Dickinson, & Grifenhagen, 2017; Goldstein et al., 2016; Ninio, 1983; Toub et al., 2018), 아동들의 수용 및 표현 어휘 능력을 표준화된 검사 도구를 사용하여 객관적으로 측정하고, 연구대상 아동들의 어휘력과 가정의 책읽기 환경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검토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하여 본 연구에서는 가정의 책읽기 환경을 6가지 하위 범주로 세분화하여 조사하였으며, 연구대상 아동들의 어휘력과 가정의 책읽기 환경 하위 범주들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하였다. 이를 기반으로 연구대상 아동들의 어휘력을 유의하게 예측하는 가정의 책읽기 환경이 무엇인지 밝히고자 하였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본 연구는 아동들의 어휘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가정의 책읽기 환경을 모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연구문제는 다음과 같다.
연구문제 1: 아동들의 수용 및 표현 어휘력과 가정의 책읽기 환경(책읽기 빈도 및 반복적 책읽기 여부, 부모의 질문 사용 및 상호작용적 책읽기 여부, 어휘 학습을 돕는 활동을 하는지 여부, 인쇄물 인식 활동 여부, 음운인식 활동 여부, 아동의 책읽기 참여도) 간 유의한 상관관계가 있는가?
연구문제 2: 아동들의 수용 및 표현 어휘력을 유의하게 예측하는 가정의 책읽기 환경은 책읽기 빈도 및 반복적 책읽기 여부, 부모의 질문 사용 및 상호작용적 책읽기 여부, 어휘 학습을 돕는 활동을 하는지 여부, 인쇄물 인식 활동 여부, 음운인식 활동 여부, 아동의 책읽기 참여도 중 무엇인가?
연구방법
연구대상
본 연구는 서울 및 경기 지역에 거주하는 만 4-6세(M=62.64개월, SD=8.456) 아동 45명(남아 25명, 여아 20명)을 대상으로 하였다. 연구에 참여한 모든 아동들은 (1) 한국 카우프만 아동용 지능검사(Korean Kaufman Assessment Battery for Children, K-ABC; Moon & Byun, 2003) 결과 비구어 동작성 지능지수가 85 (-1 SD) 이상이고, (2) 부모 및 교사에 의해 신체 및 정서, 감각, 행동발달에 문제가 없으며 신경학적 결함이 없는 것으로 보고된 아동들로 선별하였다. 연구 대상 아동들의 연령 집단별 정보는 Table 1에 제시하였다.
연구도구
책읽기 환경 설문지
본 연구에서는 부모-자녀 간 책읽기 환경을 조사하기 위하여 캐나다 Hanen center에서 개발한 부모 대상 설문지를 번안하여 사용하였다(Greenberg & Weitzman, 2014). 본 설문지는 부모-자녀 간 책읽기 시 부모의 태도를 묻는 5개의 하위 범주(A-E) 15문항과, 아동의 태도를 묻는 1개의 하위 범주(F) 5문항으로 구성되었다. 구체적으로, 범주 A는 책읽기 횟수와 책을 반복적으로 읽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2개 문항, 범주 B는 책읽기 시 부모의 질문 사용 여부 및 상호작용적 책읽기 여부를 묻는 5개 문항, 범주 C는 책읽기 시 어휘 학습을 돕기 위한 활동 여부를 묻는 3개 문항, 범주 D는 인쇄물 인식(print awareness)과 관련된 활동 여부를 묻는 3개 문항, 범주 E는 음운인식(phonological awareness)과 관련된 활동 여부를 묻는 2개 문항, 마지막 범주 F는 부모와의 책읽기 활동에 아동의 참여도를 묻는 5개 문항으로 구성되었다. 본 연구도구는 Appdendix 1에 수록하였다. 총 6개 하위 범주의 20문항으로 구성된 본 설문지는 모든 문항을 3점 척도로 제작하였으며, 1번 문항을 제외하고 모든 문항에 대해 ‘아니요’(1점), ‘가끔’(2점), ‘네’(3점)로 채점하여 총점을 계산하였다. 자녀와 얼마나 자주 책을 읽는지에 대해 묻는 1번 문항은 ‘일주일에 한 번 이상’(1점), ‘일주일에 3-4번’(2점), ‘5번 이상’(3점)으로 채점하였다. 분석을 위해 각 하위 범주별 획득한 점수를 총점으로 나눈 후 백분율을 산출하여 종속변수로 사용하였다.
수용 및 표현 어휘력 검사
연구대상 아동들의 어휘력을 측정하기 위하여 2세 6개월부터 만 16세 이상 성인까지의 수용·표현 어휘력을 측정할 수 있는 표준화 검사인 수용 · 표현 어휘력 검사(Receptive and Expressive Vocabulary Test, REVT; Kim, Hong, Kim, Jang, & Lee, 2009)를 실시하였다. 검사를 실시하기 전 검사자는 아동에게 검사의 진행 방법을 간단히 소개하였고, 연습 문항을 통해 아동이 검사를 충분히 숙지하여 반응하는 것을 확인한 뒤에 본 문항을 실시하였다. 표현 어휘력 검사는 검사자가 아동에게 그림을 보여주면서 해당 그림의 어휘를 명명하도록 하는 질문을 하면 아동이 목표 어휘를 구어로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수용 어휘력 검사는 검사자가 아동에게 목표 어휘를 들려주면 4개의 보기 그림 중 일치하는 것을 손가락으로 가리켜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지침서에 따라 표현 어휘력과 수용 어휘력 검사 모두 아동이 연속한 8개 문항을 정반응하는 경우 가장 낮은 단계의 문항을 기초선으로 설정하였으며, 연속되는 8개 문항 중 6개 문항에 오반응하면 최고한계선으로 정하고 검사를 중지하였다. 원점수는 지침서에 따라 최고한계선 문항번호에서 틀린 문항수를 차감하여 산출하였다. 분석에는 원점수를 종속변수로 사용하였다.
자료분석 및 결과처리
연구 대상 아동들의 수용 어휘 및 표현 어휘 능력을 설명하는 책읽기 환경 변수를 찾기 위해 연령을 통제한 후 단계적 중다회귀분석(stepwise multiple regression)을 실시하였다. 모든 통계 분석은 SPSS ver. 25 (SPSS Inc, Chicago, IL, USA)를 사용하였다.
연구결과
수용 및 표현 어휘력과 책읽기 환경과의 상관관계
먼저, 연구대상 아동들의 수용 및 표현 어휘력과 책읽기 환경 하위 범주 간 상관관계를 검토하기 위하여 피어슨 적률 상관계수(Pearson product-moment correlation coefficients)를 산출하고, 연령을 통제변인으로 설정한 후 편상관관계 계수(Pearson’s partial correlation coefficients)를 산출하였다. 상관분석 및 편상관분석의 결과는 Table 2에 제시하였다. 분석 결과, 연구대상 아동들의 연령을 통제하였을 때, 아동들의 수용 어휘력은 책읽기 시 부모의 질문 사용 여부 및 상호작용적 책읽기를 하는지 여부를 묻는 영역 B (r=.325, p=.047), 그리고 아동의 참여도에 관련된 문항들로 구성된 영역 F (r=.614, p<.001)와 유의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표현 어휘력은 가정에서의 책읽기 횟수와 반복적 책읽기의 정도에 관련된 영역 A (r=.350, p=.031), 그리고 수용 어휘력과 마찬가지로 아동의 참여도를 묻는 영역 F (r=.529, p=.001)와 유의한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책읽기 환경 하위 범주 간 관계를 검토했을 때에는, 책읽기 시 부모의 질문 사용 여부 및 상호작용적 책읽기를 하는지 여부를 묻는 영역 B는 책읽기 시 부모가 어휘 학습을 돕는 활동을 하는지 여부를 묻는 영역 C (r=.532, p=.001), 인쇄물 인식과 관련된 활동을 하는지 묻는 영역 D (r=.380, p=.019), 음운인식 활동과 관련된 활동을 하는지 묻는 영역 E (r=.514, p=.001), 그리고 아동의 책읽기 참여도에 관련된 문항들로 구성된 영역 F (r=.549, p<.001)와 유의한 정적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부모가 아동과 책을 읽을 때 어휘 학습을 돕는 활동을 하는지 여부를 묻는 영역 C는 인쇄물 인식과 관련된 활동을 하는지 묻는 영역 D (r=.540, p<.001) 및 아동의 책읽기 참여도와 관련된 영역 F (r=.351, p=.031)와 유의한 정적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부모-자녀 간 책읽기 활동에서 부모가 인쇄물 인식과 관련된 활동을 하는지 묻는 영역 D는 음운인식과 관련된 활동을 하는지 묻는 영역 E (r=.333, p=.041), 그리고 아동의 책읽기 참여도와 관련된 영역 F(r=.344, p=.035)와 유의한 정적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수용 어휘력을 설명하는 책읽기 환경 요인
연구대상 아동들의 수용 어휘력을 설명하는 책읽기 환경 요인이 무엇인지 검토하기 위하여 연령을 공변인으로 통제하고 6개 책읽기 환경 하위 범주를 설명변수로 하여 단계적 중다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회귀분석을 실시하기에 앞서 다중공선성 진단 결과 분산팽창 요인(variance inflation factor, VIF)은 1.000-1.051로 나타나 다중공선성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였으며, 잔차분석 결과 Durbin-Watson 값이 2.258로 잔차의 독립성 요건에 위배되지 않음을 확인하였다.
회귀분석의 결과는 Table 3에 제시하였다. 회귀분석 결과, 연령의 설명력을 통제한 후 연구 대상 아동들의 수용 어휘력의 분산은 아동들의 책읽기 참여 적극성과 관련된 요인이 추가적으로 약 17.7%의 설명력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R2=.177, △F(1,41)=14.387, p<.001).
표현 어휘력을 설명하는 책읽기 환경 요인
연구대상 아동들의 표현 어휘력을 설명하는 책읽기 환경 요인이 무엇인지 검토하기 위하여 연령을 공변인으로 통제하고 6개 책읽기 환경 하위 범주를 설명변수로 하여 단계적 중다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회귀분석 결과, 연령의 설명력을 통제했을 때 연구 대상 아동들의 표현 어휘력을 추가적으로 유의하게 설명하는 책읽기 환경 요인은 없었다(p>.05).
논의 및 결론
본 연구는 가정에서 부모와 자녀 간 책읽기 환경을 조사하고, 다양한 책읽기 환경 변수와 아동들의 수용 및 표현 어휘력과의 관계를 검토하고자 하였다. 가정에서의 책읽기 환경은 부모를 대상으로 설문지를 통해 조사하였으며, 책읽기 환경을 6개의 하위 범주로 분류하여 각각의 하위 범주 가운데 아동들의 수용 및 표현 어휘력과 관계 있는 요인이 무엇인지 분석하였다.
연구결과, 아동들의 수용 어휘력은 책읽기 환경의 하위 범주 가운데 책읽기 활동을 하면서 부모가 질문 등 상호작용을 하는지 여부를 묻는 영역, 그리고 아동의 참여 적극도를 묻는 영역과 유의한 정적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표현 어휘력은 부모-자녀 간 책읽기 빈도와 반복적 책읽기 여부를 묻는 영역, 그리고 아동의 참여 적극도를 묻는 영역과 정적인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책읽기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아동일수록 수용 어휘력과 표현 어휘력 점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이야기책을 통한 어휘력 확장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결과이다. 즉, 부모가 책을 읽어줄 때 끝까지 이야기를 듣고, 삽화를 가리키거나 관련된 질문을 하는 등 능동적으로 참여하며, 부모가 질문을 하면 답을 하는 등 부모와의 책읽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아동들이 책읽기를 통해 수용 및 표현 어휘력 확장에 도움을 받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부모와 자녀 간 책읽기 활동에서 부모가 유도할 수 있는 아동의 반응을 ‘듣기’, ‘명명하기’, ‘가리키기’ 로 통제하고 어휘 학습 효과를 검토한 선행연구와도 일치하는 결과로서(Sénéchal et al., 1995), 아동이 성인과의 책읽기 상호작용 시 듣기만 하는 수동적인 참여자가 아닌 적극적 참여자일 때 책에서 제시된 목표어휘를 보다 효과적으로 학습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어휘 지식도 풍부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아동의 책읽기 참여 적극도 외에 수용 어휘력 및 표현 어휘력과 유의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 책읽기 환경 하위 범주는 서로 달랐는데, 연구대상 아동들의 수용 어휘력 점수는 부모가 자녀와의 책읽기 시 다양한 상호작용을 시도할수록, 표현 어휘력 점수는 책을 자주 그리고 반복적으로 읽을수록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부모가 자녀에게 책을 읽어줄 때 책의 내용을 다시 되짚어 보면서 회상하거나 또는 아동의 관심사나 일상과 관련시켜서 대화를 나누는 등의 활동이, 이야기책의 내용을 이해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아동들의 수용 어휘력 확장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표현 어휘력 점수는 일상에서 이야기책에 자주 노출된 아동들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난 본 연구의 결과를 통해, 표현 어휘력 확장에 있어서는 특히 반복적인 노출이 중요함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본 연구에서 사용된 질문지에서는 아동들이 일상에서 책에 노출된 정도를 ‘얼마나 자주 자녀와 책을 읽는지’, 그리고 ‘같은 책을 여러 날에 걸쳐서 반복적으로 읽어주는지’의 문항을 통해서 측정하였다. 다시 말해, 본 연구에서 사용한 질문지는 부모의 역할을 전제로 한 책읽기를 조사하였으며, 아동이 혼자 이야기책을 읽는 경우는 고려하지 않았다. 가정의 책읽기 환경과 아동들의 언어 능력 간 관계를 조사한 선행연구에서는 자녀가 책읽기를 요청하는 빈도와 언어 능력 간에는 강한 정적 상관관계가 나타난 반면, 자녀가 혼자 책을 읽는 빈도는 언어 능력과의 상관관계가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하였다(Payne et al., 1994). 이러한 연구결과를 통해 아동과의 책읽기에서 성인 역할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는데, 부모가 얼마나 자주 자녀와 책읽기 활동을 하는지가 아동들의 표현 어휘력과 유의한 정적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 본 연구의 결과 또한 이와 같은 선행연구 결과를 지지한다. 즉, 본 연구의 결과는 아동을 혼자 책에 노출시키는 것이 아닌, 부모와 일상에서 자녀가 함께 책을 읽는 것에 대한 필요성을 확인하였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에서는 아동들의 수용 및 표현 어휘력을 유의하게 예측하는 책읽기 환경 요인이 무엇인지 검토하기 위하여 연구 대상 아동들의 연령을 통제한 후 단계적 중다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 수용 어휘력 점수와 표현 어휘력 점수를 예측하는 책읽기 환경 질문지의 하위 범주는 모두 아동의 책읽기 참여 적극도와 관련된 문항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상관관계가 있는 변수들의 영향력을 조정했을 때 연구대상 아동들의 어휘력의 분산에 대한 유의한 설명력을 갖는 요인은 아동들의 책읽기 참여 적극도였다. 이 요인은 아동들의 수용 어휘력과 표현 어휘력 분산의 약 17.7%를 추가적으로 설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자녀 간 책읽기 상호작용에 아동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하는지 여부가 아동들의 어휘력을 예측한 본 연구의 결과를 통해, 부모 또는 성인이 아동들을 책읽기 활동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게 하는 방법을 고민해보아야 할 필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성인과 아동 간 책읽기를 주제로 한 많은 선행연구들에서 아동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법으로 다양한 상호작용적 책읽기 전략을 제시하고, 또 이러한 상호작용적 책읽기가 아동들의 언어 능력을 향상시킴을 밝혔는데(Blom-Hoffman et al., 2006; Elmonayer, 2013; Fung et al., 2005; LaCour et al., 2013; Pillinger & Wood, 2014; Simsek & Erdogan, 2015; Trussell et al., 2018; Whitehurst et al., 1988; Yim et al., 2018), 본 연구에서는 부모들이 상호작용적 책읽기를 시도하는지 여부보다 아동들의 책읽기 참여 적극도가 아동들의 수용 및 표현 어휘력을 유의하게 예측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다양한 상호작용적 책읽기 전략을 아동과의 책읽기에서 사용하는 것 자체가 아닌, 그러한 전략을 통해 아동들을 책읽기에 적극 끌어들이는 것이 더욱 중요함을 의미한다.
선행연구에 의하면 아동들이 책읽기에 잘 참여하고 반응성이 높을수록 부모는 아동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책읽기에 참여시키며, 아동들의 책읽기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는 일상에서의 책읽기 빈도와 관련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Schneider & Hecht, 1995), 이러한 연구결과는 책읽기에 참여하는 부모와 아동의 책읽기 상호작용 행동 및 태도는 상호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일상에서의 책읽기 환경에도 영향을 미치는 요인임을 시사한다. 아동들의 책읽기 참여 적극도가 어휘력의 중요한 예측변인으로 나타난 본 연구에서도, 아동들이 책읽기에 참여하는 태도는 다른 책읽기 환경 요인들과 상호작용하면서 아동들의 어휘력에 영향을 미칠 것임을 추론해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본 연구에서 정의한 6개 책읽기 환경 하위 범주 간 상관관계 분석에서도, 아동들의 책읽기 참여도와 관련된 영역은 책읽기 빈도를 제외한 상호작용적 책읽기 여부, 인쇄물 인식 및 음운인식 활동 여부와 유의한 정적 상관관계를 보였는데, 이를 통해 아동과 부모가 책읽기에 참여하는 태도와 전략들이 서로 영향을 미치면서 가정의 책읽기 역동을 만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상관관계 결과를 고려한다면, 부모가 자녀와의 책읽기 시 일방적인 책읽기보다는 상호작용적 책읽기를 시도하고 인쇄물 인식 또는 음운인식과 같은 기초 문해력 향상을 위한 전략을 계획하여 아동의 책읽기 참여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책읽기 환경의 하위 범주 중 자녀와의 책읽기 활동 시 어휘 학습을 돕는 활동을 하는지 여부, 인쇄물 인식 활동 여부, 음운인식 활동 여부를 묻는 문항들은 아동들의 수용 및 표현 어휘력과 유의한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와의 책읽기에서 이러한 활동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부모들은 정확한 어휘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하며, 인쇄물 인식과 음운인식과 같은 기초 문해 능력과 관련된 정보에도 친숙해야 한다. 이러한 요소들은 부모들의 읽기 태도, 교육 수준, 사회경제적 지위 등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데, 대부분의 선행연구들에서는 이러한 요인들은 통제함으로써 책읽기 환경에서 제외하거나(Hamilton, Hayiou-Thomas, Hulme, & Snowling, 2016; Sénéchal et al., 1995), 또는 집단 구분의 변수로 설정하여 그 차이를 검토하였다(Newman, 1996). 본 연구에서도 아동들의 수용 및 표현 어휘력과 유의한 관계가 나타나지 않은 위의 세 가지 하위 범주들은, 아동의 언어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 변수라기보다는 부모의 읽기 기술이나 문해 능력과 관계있는 변수일 수 있다. 이를 검증하기 위한 부모들의 교육력, 가정의 사회경제적 지위 등을 측정하지 않은 점은 본 연구의 제한점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본 연구는 아동들이 기질적으로 보유하고 있을 수 있는 적극성을 통제하지 못한 한계점이 있다. 즉, 기질적으로 적극적인 아동들은 책읽기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연구대상 아동들의 기질이 본 연구의 결과에 매개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아동들의 기질과 같은 개인적 변수를 함께 검토하는 후속연구를 통해 본 연구결과의 신뢰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본 연구는 학령전기 아동들의 수용 및 표현 어휘력을 예측하는 책읽기 환경이 무엇인지 검토하고자 하였으며, 연구결과 아동들의 적극적인 책읽기 참여 태도가 수용 어휘력의 유의한 예측 변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를 통해 가정에서의 책읽기 환경이 아동들의 어휘력에 유의한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확인하였으며, 특히 가정 또는 임상 현장에서 아동들을 책읽기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기 위한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해보아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또한 책읽기 참여도가 낮은 아동들을 책읽기에 참여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상호작용적 책읽기와 인쇄물 인식 또는 음운인식과 같은 기초 문해력 향상을 위한 책읽기 전략의 가능성을 확인하였다는 점에서 임상적인 의의가 있을 것이다. 본 연구의 제한점들을 보완한 후속연구를 통해, 가정에서의 책읽기 환경에 대해 면밀히 분석하고 특히 가정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책읽기 환경 요인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검토하여 아동들의 어휘력 격차를 줄이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