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소리장애 아동의 무의미낱말 따라말하기와 말 지각 및 음운기억 간의 관계
The Relationship between Nonword Repetition and Speech Perception and Phonological Memory in Children with Speech Sound Disord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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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배경 및 목적
말소리장애 아동의 무의미낱말 따라말하기의 수행력이 일반 아동과 비교해서 어떠한지 살펴보고, 무의미낱말 따라말하기와 말 지각, 음운단기기억, 음운작업기억, 자음정확도의 관계를 살펴보았다.
방법
만 5-6세인 순수 말소리장애 8명, 언어장애를 동반한 말소리장애 7명, 일반 아동 9명이 참여하였다. 무의미낱말 따라말하기 검사와 일음절 낱말의 초성과 종성 자음에 대한 말 지각 검사, 단어 순행 및 역행 지적 과제를 이용하여 음운단기기억과 음운작업기억 검사를 실시하였다. 무의미낱말 따라말하기는 전체, 인출, 배열 정확도로 분석하였으며, 오류 유형은 9가지로 구분하여 살펴보았다.
결과
언어장애를 동반한 말소리장애 아동이 일반 아동보다 무의미낱말 따라말하기 전체 정확도와 인출 정확도가 유의하게 낮았다. 조음 위치 대치 오류가 모든 집단에게 가장 빈번하게 나타났으나, 말소리장애 아동만이 음절 구조를 변화시키는 오류를 보였다. 말 지각에서는 집단 간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음운단기기억에서는 언어 장애를 동반한 말소리장애 아동이 일반 아동보다 수행력이 낮았다. 음운작업기억에서는 순수 말소리장애와 언어장애를 동반한 말소리장애 아동이 일반 아동보다 모두 유의미하게 낮았다. 무의미낱말 따라말하기의 전체 정확도는 말 지각, 음운기억, 자음정확도와 모두 관련이 있었고, 특히 음운단기기억과 자음정확도의 상관관계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논의 및 결론
본 연구는 언어장애를 동반한 말소리장애 아동이 무의미낱말 따라말하기상의 두드러진 어려움을 보이고, 무의미낱말 따라말하기의 수행력이 음운단기기억과 말 산출 능력과 복합적으로 관련되어 있음을 지지한다.
Trans Abstract
Objectives
This study aimed to examine nonword repetition (NWR) performance of children with speech sound disorders (SSD) compared with children with typical development (TD) and investigate the relationship between NWR and speech perception, phonological short-term and phonological working memory, and percentage of consonants correct (PCC).
Methods
Participants included 8 children with Pure SSD, 7 children with SSD accompanied by language disorders (LD) and 9 children with TD aged 5 to 6 years. Children completed NWR tasks, speech perception tests focusing on initial and final consonants in one-syllable words, and immediate memory tasks examining forward and reverse recall of familiar words. NWR performances were examined according to the entire, retrieval and sequencing accuracies and analyzed by 9 error types.
Results
Children with SSD and LD performed significantly lower total and retrieval accuracies of NWR than children with TD. Substitution errors of articulation place were most frequent in all groups. Only children with SSD exhibited syllable structure errors. No significant group differences existed in speech perception. Children with SSD and LD showed lower phonological short-term memory than children with TD. Both children with SSD and LD and with Pure SSD performed significantly lower phonological working memory than children with TD. NWR showed significant relationship with speech perception, phonological memory, and PCC. The relationships between NWR and phonological short-term memory and PCC were striking.
Conclusion
This study underlines that children with SSD and LD show remarkable difficulties in NWR and supports the close relationship of NWR with phonological short-term memory and speech accuracy.
언어재활사가 임상 현장에서 만나는 말소리장애(speech sound disorders, SSD) 중 약 11%는 다른 장애를 동반하지 않는, 즉 순수한 말소리장애(Pure SSD)이다(Kim, Kim, Ha, & Ha, 2015). 장애를 유발하는 원인에 대한 정확한 파악은 효율적인 중재로 연결된다. 여러 연구자는 장애 원인을 밝히기 위해 증상, 심리언어학적 손상, 말소리 처리 과정에 따른 분류 등 다양한 모델을 제시하였다. 이 중 Stackhouse와 Wells (1997)가 제안한 말 처리 모델은 말 산출을 위한 과정을 크게 입력(input), 표상(representation), 산출(output) 단계로 나누어서 아동이 보이는 특정 단계에서의 어려움이 말소리장애의 기저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제안하였다. 말 처리 모델은 말 산출을 위한 복잡한 과정에 대한 이해를 돕고, 말소리 오류를 일으키는 근본적인 문제를 설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하지만 말처리 과정을 구성하고 있는 여러 단계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므로 어느 단계의 어려움인지 특정하여 설명하기 어렵다는 제한점이 있다. 말소리장애를 유발하는 원인과 말 산출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복잡하게 얽혀있는 요인들에 대한 추가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연구자들은 보편적으로 말 처리 모델에서 말을 산출하는 실행 이전의 단계를 살펴보기 위해 무의미낱말 따라말하기 과제를 자주 사용해왔다(Dollachan & Campbell, 1998). 무의미낱말 따라말하기는 어휘 지식의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말 산출에 필요한 말 지각, 음운기억, 음운표상 등 말 운동 프로그램 능력을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연구에서 말소리장애 아동은 무의미낱말 따라말하기 수행력이 일반 아동보다 저조한 것으로 보고되었다(Estes, Evans, & Else Quest, 2007; Ha, 2020; Ryu, Ha, & Kim, 2019). 말소리장애 아동을 대상으로 무의미낱말 따라말하기를 살펴본 대부분의 선행 연구에서는 말 지각, 음운기억 등 관련 영역의 능력을 동시에 세부적으로 확인하지 않아 어떤 부분의 문제로 인해 무의미낱말 따라 말하기 수행력이 저조하게 나타났는지 해석상의 어려움이 있었다. 따라서 말소리장애 아동의 말 문제와 무의미낱말 따라말하기 수행력에 영향을 미치는 세부 요인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무의미낱말 따라말하기 수행 시 요구되는 능력 중 하나로 말 지각 능력이 있다. 말 지각 능력은 말소리에 포함된 정보를 듣고 지각하는 능력으로, 무의미낱말을 구성하는 각각의 개별 음소를 지각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말소리장애 아동의 말 지각 능력은 일반 아동에 비해 어려움을 보이는 것으로 많은 연구결과에서 입증되었다(Hearnshaw, Baker, & Munro, 2018; Hoffman, Daniloff, Bengoa, & Schuckers, 1985; Lewis, 1974; Won & Ha, 2015). 예를 들어 Ha (2016)의 연구에서는 말소리장애 아동은 언어장애 동반 유무에 따라 말 지각 능력에도 차이가 있으며, 말 지각상의 어려움은 음향학적 정보가 불충분하게 제공되었을 때 심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말소리장애 집단의 특성을 고려하여 말 지각 능력을 자세히 살펴볼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무의미낱말 따라말하기 과제는 청각적으로 제시되는 의미 없는 소리 조합을 듣고 일정 기간 보유하였다가 인출해야 한다. 따라서 많은 연구에서 음운기억을 살펴보기 위해 무의미낱말 따라말하기 과제를 사용하였다(Gathercole, Willis, Baddeley, & Emslie, 1994; Hoff, Core, & Bridges, 2008). 하지만 무의미낱말 따라말하기 과제는 음운기억 능력 외에도 다양한 능력이 요구되므로 음운 기억 능력을 독립적으로 살펴보기 위해서는 부가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대개 숫자 바로 따라말하기 또는 거꾸로 말하기 과제를 사용하여 음운기억을 측정하는데, 이러한 과제는 조음 오류로 인해 말부담감이 큰 말소리장애 아동의 순수한 음운기억 능력을 측정하는 데는 제한이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Waring, Eadie, Rickard Liow와 Dodd (2017)는 말 산출 부담을 최소화하고자 단어 순행 지적 과제(item Forwards)와 단어 역행 지적 과제(item Reversed)를 고안하여 적용하였다. 실시 방법은 1음절 단어가 최소 2개에서 최대 8개로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그림판에서 평가자가 들려준 1음절 단어를 나타내는 그림을 순서대로 또는 역순으로 지적한다. 이 방법을 통해 음운지연 아동의 음운기억 능력을 측정한 결과, 음운작업기억에서 음운지연 아동은 일반 아동보다 낮은 수행력을 보였다.
무의미낱말 따라말하기 수행력을 살펴본 많은 연구에서는 무의미낱말을 구성하는 음절 또는 음소를 인출하는 능력에만 초점을 두었다. 하지만 Ryu 등(2019)은 무의미낱말 따라말하기 수행력을 인출하는 능력과 더불어 자리에 순차적으로 배열하는 능력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므로 이를 구분하여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하였다. 인출 수행력의 경우 개별 음소를 위치와는 관계없이 인출 여부에 따라 0, 1점으로 채점하였다. 배열 수행력은 첫 음소와 끝 음소를 기준으로 정확한 위치에 배열한 점수를 합산하였다. 선행연구에서는 말소리장애 아동이 일반 아동보다 전반적으로 낮은 수행력을 보였는데, 두 집단 모두 인출보다 배열 수행력에서 어려움이 심화되었고, 음절 길이가 길어질수록 수행력이 낮아졌다. 또한 오류 분석을 실시한 결과 일반 아동에게서는 발성유형 대치가, 말소리장애 아동에게서는 음절생략 오류가 빈번하게 나타났다. 선행연구에서는 무의미낱말 따라말하기를 인출과 배열로 구분하면서 새로운 음운배열 점수 산정 방식을 제시하여 무의미낱말 따라말하기의 수행력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게 하였다. 선행연구에서 말소리장애와 일반 아동이 빈번하게 보인 오류 유형이 달랐음을 고려해볼 때 정반응 여부에 따라 이분법적으로 채점하기 보다는 아동의 반응을 세밀하게 정량화할 수 있는 점수 체계로 분석하는 것이 보다 더 타당할 수 있겠다.
본 연구는 만 5-6세 말소리장애 아동과 일반 아동의 무의미낱말 따라말하기 수행력을 전체 정확도와 함께 인출과 배열에 따라 구분하여 살펴보고, 무의미낱말 따라말하기와 관련된 주요 요인을 동시에 살펴보고자 이루어졌다. 말소리장애는 언어장애 동반 여부에 따라 기저 결함과 특성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본 연구에서는 언어장애 동반 여부에 따라 말소리장애 아동의 무의미낱말 따라말하기 수행력을 비교하고자 한다. 본 연구는 Ryu 등(2019)의 선행연구가 제안한 점수 체계에서 더 나아가 아동의 무의미낱말 따라말하기 수행력 분석 시 조음 위치, 조음 방법, 발성 유형에 따라 달라지는 음운자질(phonological feature)을 반영하여 과제 수행의 정확성을 보다 세밀하게 분석하였다. 또한 무의미낱말 따라말하기 수행력과 따라말하기 과제 수행 시 요구되는 관련 요인인 말 지각, 음운단기 기억, 음운작업기억, 자음정확도 간의 상관관계를 살펴보았다.
연구방법
연구대상
서울, 경기 및 강원 지역에 거주하는 만 5-6세의 순수 말소리장애 아동 8명, 언어장애를 동반한 말소리장애 아동 7명, 일반 아동 9명으로 총 24명을 대상으로 실시하였다. 말소리장애 아동은 아동용 발음평가(APAC; Kim, Pae, & Park, 2007)에서 16%ile 미만이고, 순음청력검사 시 500 Hz, 1,000 Hz, 2,000 Hz, 4,000 Hz에서 청력 역치가 20 dB HL 이하로 정상 청력이고, 부모와 교사가 신체적, 인지적 문제가 없다고 보고한 아동이었다. 말소리장애 아동 집단은 수용어휘력 검사(REVT-R; Kim, Hong, Kim, Jang, & Lee, 2009)를 토대로 -1 SD 이상에 속하는 경우 순수 말소리장애로, -1 SD 미만에 속하는 경우 언어장애를 동반한 말소리장애로 구분하였다.
일반 아동은 APAC에서 16%ile 이상이고, REVT-R에서 -1 SD이상이고, 순음청력검사 시 500 Hz, 1,000 Hz, 2,000 Hz, 4,000 Hz에서 청력 역치가 20 dB HL 이하로 정상 청력이고, 부모와 교사가 신체적, 인지적 문제가 없다고 보고한 아동이었다. 본 연구 대상자의 기본 정보와 조음 및 언어 평가 결과는 Table 1에 제시하였다.
연령에 유의한 차이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KrusKal-Wallis 검정을 실시한 결과, 연령에서는 세 집단 간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H = 4.242, p= .120). REVT-R (H =13.457, p= .001)과 APAC 자음 정확도(H =19.055, p< .001)에서 집단 간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 사후 분석으로 Mann-Whitney U 검정을 실시한 결과, 언어장애를 동반한 말소리장애, 순수 말소리장애, 일반 아동 집단 대응 쌍이 모두 유의한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언어장애를 동반한 말소리 장애 아동은 순수 말소리장애 아동보다 유의하게 낮은 REVT-R(U = 8.500, p= .021)와 APAC-PCC (U = 8.000, p= .021)를 보였다. 순수 말소리장애 아동은 일반 아동보다 REVT-R (U =14.500, p= .036)과 APAC-PCC (U = 0.0E0, p< .001)에서 유의하게 낮았다. 마지막으로 언어장애를 동반한 말소리장애 아동은 일반 아동보다 유의하게 낮은 REVT-R (U = 0.500, p< .001)과 APAC-PCC (U = 0.0E0, p< .001)를 보였다.
검사도구
무의미낱말 따라말하기
말소리장애 아동의 무의미낱말 따라말하기 능력을 확인하기 위해 총 18개의 목표 단어를 선정하였다. 목표 단어는 3-5음절로 각 음절 수당 6개의 문항으로 구성하였다. 음절 수당 난이도도 하, 중, 상으로 수준을 달리하였다. 난이도 하는 모든 음절에 종성이 없는 경우, 난이도 중은 종성이 있는 음절 1개가 포함된 경우, 난이도 상은 종성이 있는 음절 2개가 포함된 경우로 하였다. 자세한 단어 선정기준은 다음과 같다.
한 음절에서 가능한 음절 구조는 ‘V(모음), C(자음)V, VC, CVC, G(활음)V, CGV, GVC, CGVC’가 있다. 이중 ‘G(활음)’은 단모음과 비교해 조음 기관이 빠르게 움직여야 하므로 청지각적으로 구분하기 어렵고, 말소리장애 아동은 일반 아동과 비교해 혀가 위아래로 움직이는 범위가 좁아 활음 산출에 어려움이 있어(Cho, Pyo, Han, & Lee, 2021) 활음이 포함된 ‘GV, CGV, GVC, CGVC’는 제외하였다. 본 연구는 종성 유무에 따라 수행력이 달라질 것으로 예측하고 ‘CV, CVC’ 음절 구조의 일음절로 선정하였다.
음소 난이도는 발음으로 인한 오류를 배제하고자 일반적인 자음 발달 습득 순서에 따라 후기에 습득되는 경구개파찰음, 탄설음, 치경마찰음은 제외하였고, 모음 /ㅔ/와 /ㅐ/는 하나로 통합하였다.
무의미 낱말은 의미를 지니며 홀로 쓰일 수 있는 명사, 대명사, 수사, 관형사, 부사, 감탄사를 제외하였으며 사전에는 등재되어 있지 않지만 의미를 떠올릴 수 있는 ‘커(크다), 꺼(끄다)’와 같은 일음절을 제외하였다. 이후 한국어에서는 사용되지 않는 음절을 제외하여 최종적으로 CV구조의 일음절 22개, CVC구조의 일음절 135개가 추려졌다. 남은 음절을 무작위로 조합하여 목표 문항 수의 3배로 제작하였다.
제작한 총 56개 무의미 낱말에 대해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언어 치료사 5명을 대상으로 발음 용이성 및 어휘 유사성을 살펴보기 위해 설문지형식의 내용 타당도 검사를 진행하였다. Likert 3점 척도를 사용하여 발음 용이성 측면에서는 ‘발음하기 어렵다(0점), 보통이다(1점), 발음하기 쉽다(2점)’로, 어휘 유사성 측면에서는 ‘어휘적으로 유사하다(0점), 보통이다(1점), 어휘적으로 유사하지 않다(2점)’로 나누어 평가하였다. 그 결과, 어휘 유사성 측면에서는 모든 문항이 유사하지 않다고 보고되었으나 발음 용이성 측면에서는 18개의 무의미 낱말이 발음하기 어렵다고 보고되어 제외하였다. 남은 38개의 문항 중 검사자가 음절 구조 및 음소 난이도를 고려하여 18개의 무의미낱말을 최종 선정하였다. 본 연구에 사용된 무의미낱말 검사 항목은 Appendix 1에 제시하였다.
말 지각
어두 초성 및 어말 종성 위치에서의 말 지각 능력을 확인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기준을 적용하여 연구자가 직접 제작하였다.
어두 초성 위치에서의 말 지각 검사는 APAC에서 제시한 음소 변화 변동 중 발달적 오류 패턴이면서 말소리장애 아동에게서 빈번하게 관찰되는 연구개음의 전방음화, 파열음화, 파찰음화를 기준으로 CVC구조의 1음절 낱말 중 목표 말소리가 포함된 단어(목표어)와 오류 말소리가 포함된 단어(대립어) 총 8쌍을 선정하였다. 낱말 쌍 구성을 자세히 살펴보면 연구개음의 전방음화 2쌍(예, 칼-탈), 마찰음의 파열음화 2쌍(예, 손-돈), 파찰음의 파열음화 2쌍(예, 총-통), 마찰음의 파찰음화 2쌍(예, 십-집)으로 이루어졌다.
어말 종성 위치에서의 말 지각 검사는 변별 자질 중 1가지 또는 2가지에서만 차이를 보이는 최소 대립 낱말 쌍을 기준으로 CVC구조의 1음절 낱말 총 6쌍을 선정하였다. 예를 들어, ‘밥-밭[받]’은 어말 종성 /ㅂ/와 /ㄷ/가 포함된 낱말 쌍으로 설정성에서만 차이를 보였으며, ‘붓[붇]-불’은 어말 종성 /ㄷ/와 /ㄹ/가 포함된 낱말 쌍으로 공명성과 설측성 2가지에서 차이를 보였다.
말 지각 검사는 어두 초성 위치에서는 8쌍의 자극어가 2회 반복되고, 어말 종성 위치에서는 6쌍의 자극어가 2회 반복되도록 구성되었다. 자극어는 ‘Computerized Speech Lab (CSL)’을 사용하여 검사자가 직접 녹음하였다. 자극어 음성은 자극어 제시 전후로 1초의 묵음 구간을 여유로 두어 음성파일 편집 시 발생하는 잡음을 최소화하였다. E-Prime을 이용하여 검사 실시에서의 순서 효과와 하나의 번호로 일관되게 고르는 것을 방지하고자 모든 아동에게 검사어의 순서 및 그림 제시 방향이 무작위로 제시되도록 조건을 설정하였다.
음운기억
음운단기기억과 음운작업기억을 확인하기 위해 Waring 등(2017)이 제안한 그림 지적 과제(pointing span task)를 참고하여 단어 순행 지적 과제(item forwards)와 단어 역행 지적 과제(item reversed)를 수정하여 과제당 연습 문항 2개와 본 문항 20개로 구성하였다. 검사어에 사용된 어휘는 일음절 명사(예, 빗, 달, 곰)로 한국판 맥아더-베이츠 의사소통 발달 평가(K M-B CDI; Pae & Kwak, 2011) 유아용을 참고하여 선정하였다.
자료수집
본 연구는 한림대학교 생명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실시하였다(IRB 승인번호: HIRB-2020-027-R). 연구자는 기관장의 허락을 맡은 기관을 방문하거나 한림대학교 음성학실에서 아동과 1:1로 만나 자료수집을 진행하였다. 본 검사를 실시하기 전에 사전 검사인 APAC과 REVT-R을 실시하여 아동의 말, 언어발달 수준을 확인하였다. 본 검사는 무의미낱말 따라말하기 검사, 말 지각 검사, 음운 기억 검사로 구성되어 있으며 검사 소요시간은 사전 검사를 포함하여 약 1시간이었다.
무의미낱말 따라말하기 검사는 아동에게 녹음된 낱말을 들려주고 즉각적으로 따라말하는 방법으로 진행하였다. 무의미낱말 제시 시 Y잭을 이용하여 아동용 헤드셋과 이어폰을 각각 연결하고 아동에게 들리는 무의미낱말을 동시에 확인하였다. 무의미낱말은 3음절, 4음절, 5음절 순으로 들려주었고, 음절 내에서는 난이도 하, 중, 상의 순으로 들려주었다. 원칙적으로 음성 제시 횟수는 1회이나 아동이 집중하기 어려워 못 들었다고 검사자가 판단되거나 아동이 다시 들려 달라고 요청한 경우 1회 반복을 허용하였다. 아동의 반응은 다시 들려준 뒤에 보인 반응을 최종 반응으로 기록하였다.
말 지각 검사는 아동이 검사 어휘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그림 자극을 하나씩 제시하고 명명하도록 하였다. 이후, E-prime을 이용하여 아동에게 목표어를 들려주고 두 그림 중 목표어에 해당하는 그림을 지적하는 방법으로 실시하였다. 아동의 모든 반응은 E-prime에 기록되었다.
음운단기기억 및 음운작업기억 검사는 검사 어휘를 익히기 위해 그림 자극을 아동에게 하나씩 제시하고 검사자가 들려주는 단어를 듣고 그대로 따라말하도록 격려하였다. 두 검사 모두 아동에게 흑백 선화 그림을 제시하고 2-8개로 그림 수가 증가하는 동안 검사자가 제시하는 순서 또는 역순으로 그림을 지적하도록 하였다. 모든 검사어는 초당 1음절씩 같은 속도로 들려주었다. 연속해서 6개 문항에서 오류를 보이면 검사를 중단하였다.
자료분석
무의미낱말 따라말하기
무의미낱말 따라말하기 점수는 총점과 인출 점수, 배열 점수를 각각 구한 후에 목표 점수 대비 정확률로 산출하였다. 또한, 아동이 보인 오류 유형을 구분하여 아동의 수행력을 자세히 분석하였다.
인출 능력은 Pi와 Ha (2018)의 평균자질길이(Feature Mean Length of Utterance)를 참고하여 본 연구에 적용하였다. 아동이 산출한 음소에 대한 자세한 평가를 위해 기본 점수와 추가 점수로 나누어 점수 체계를 분류하였다. 기본 점수는 음소의 정확성과 상관없이 아동이 산출한 모든 분절음인 자음, 모음에 1점씩 부여하였다. 추가 점수는 자음의 조음 난이도를 고려하여 초성, 중성 및 종성별로 점수를 부여하였다. 자세히 살펴보면 먼저, 초성은 한국어의 특징인 조음 위치, 조음 방법 및 발성 유형에 따라 점수가 달라진다. 초성 자음은 조음 위치가 정확하면 1점, 파열음의 경우 발성 유형이 같으면 1점, 비음의 경우 조음 방법이 정확하면 1점을 주었다. 앞서 언급된 파열음과 비음 외에 성문마찰음 /ㅎ/는 추가 점수는 주지 않았다.
두 번째로 중성(모음)은 단모음을 정확하게 산출하면 1점을 주었다. 마지막으로 종성 자음은 어말 종성을 정확하게 산출하면 1점, 어중 종성의 경우에는 비음이면 1점을 추가하였다. 어중 종성 위치에서 앞서 언급된 비음 외에 설측음 /ㄹ/은 추가 점수는 주지 않았다.
검사어에 존재하지 않는 음소를 첨가하면 기본 점수에서는 아동이 산출한 모든 분절음에 1점씩 부여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이를 준수하되, 추가 점수는 주지 않았다. 따라서 인출 수행력은 [(기본 점수+조음 난이도를 고려한 추가 점수)/(총 목표 음소 수)]*100으로 계산하였다.
배열 능력은 Ryu와 Ha (2018)가 제안한 음운 배열 방식을 본 연구에 적용하였다. 아동이 산출한 음소에 대해 첫 음소(시작점)와 마지막 음소(끝점)의 기준을 적용하여 두 가지 기준이 적용된 점수를 합산하였다. 아동이 검사어에 포함되지 않은 음소를 추가로 산출하였을 경우 추가된 음소가 처음 또는 마지막에 위치하면 이를 배제하고 검사어와 비교하여 점수를 부여하였다. 따라서 배열 수행력은 [(시작점 기준 점수+끝점 기준 점수)/(총 목표 음소 수)]*100으로 구하였다.
오류 유형은 조음 방법 대치, 조음 위치 대치, 발성 유형 대치, 모음 대치, 음소 생략, 음소 첨가, 음절 도치, 음절 생략, 음절 첨가의 9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구분하였다. 아동이 한 음소에서 2가지 이상의 오류를 동시에 보인 경우에는 모두 포함하여 계산하였다.
말 지각
말 지각 변별과제에서는 아동이 목표 반응을 정반응할 때마다 문항당 1점씩 부여하여 어두 초성의 말 지각 점수는 16점, 어말 종성의 말 지각 점수는 12점으로 이 두 점수를 합산한 총 0-28점으로 채점하였다.
음운단기기억 및 음운작업기억
단계마다 검사자가 제시한 순서 또는 반대 순서로 알맞게 지적할 때마다 1점씩 부여하여, 음운단기기억과 음운작업기억의 최고 점수는 각각 20점으로 채점하였다.
신뢰도
전체 대상자의 20%에 해당하는 5명의 자료를 무작위로 선정하여 검사자 내 신뢰도를 살펴본 결과 무의미낱말 따라말하기 수행력에 대한 검사자 내 일치율은 98%, 오류 유형 분석에 대한 일치율은 100%로 나타났다.
통계분석
자료의 통계분석은 IBM SPSS 25.0 Program을 사용하여 처리하였다. 집단에 따라 무의미낱말 따라말하기 전체 정확도, 음운 인출 및 배열 정확도, 말 지각, 음운단기기억 및 음운작업기억 간에 차이가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비모수 통계분석 방법 중 하나인 Kruskall-Wallis 검정을 실시하였다. 세 집단 간에 유의미한 차이가 있는 경우, 두 집단으로 짝지어 사후 검정으로 Mann Whitney 검정을 실시하였다. 또한, 집단 간 무의미낱말 따라말하기 전체 정확도와 음운 인출 및 배열 정확도와 말 지각 능력, 음운기억 능력, 자음정확도 간 상관관계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Pearson의 적률상관분석을 실시하였다.
연구결과
무의미낱말 따라말하기 전체 정확도
무의미낱말 따라말하기 전체 정확도를 살펴보면 순수 말소리장애 아동의 중위값이 68.73%, 언어장애를 동반한 말소리장애 아동의 중위값은 57.10%, 일반 아동의 중위값은 76.32%로 언어장애를 동반한 말소리장애 아동의 무의미낱말 따라말하기 정확도가 가장 낮았다. 세 집단 간 차이의 유의성 검증 결과, 집단에 따라 무의미낱말 따라말하기 전체 정확도에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다(H = 7.194, p< .05). 사후분석 결과, 언어장애를 동반한 말소리장애 아동이 일반 아동에 비해 무의미낱말 따라말하기 전체 정확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U = 8.000, p= .013).
무의미낱말 따라말하기 인출 정확도
무의미낱말 따라말하기의 인출 정확도를 살펴보면 순수 말소리장애 아동의 중위값이 72.84%, 언어장애를 동반한 말소리장애 아동의 중위값은 68.27%, 일반 아동의 중위값은 74.62%로 언어장애를 동반한 말소리장애 아동이 가장 낮았다. 그러나 집단에 따른 무의미낱말 따라말하기의 인출 정확도에서의 차이는 유의하지 않았다(H = 4.370, p>.05).
무의미낱말 따라말하기 배열 정확도
무의미낱말 따라말하기의 배열 정확도를 살펴보면 순수 말소리장애 아동의 중위값은 61.57%, 언어장애를 동반한 말소리장애 아동의 중위값은 34.26%, 일반 아동의 중위값은 67.28%로 언어장애를 동반한 말소리장애 아동이 가장 낮았다. 통계분석 결과, 집단에 따라 무의미낱말 따라말하기 배열 정확도에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다(H = 8.733, p< .05). 사후분석 결과, 언어장애를 동반한 말소리장애 아동이 일반 아동에 비해 배열 정확도가 유의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U = 5.00, p= .005).
무의미낱말 따라말하기 오류 유형 비교
세 집단이 무의미낱말 따라말하기 과제에서 보인 오류를 유형별로 빈도를 살펴본 결과는 Figure 1과 같다. 집단별로 높은 빈도를 기준으로 총 9가지 오류 유형 중 상위 오류 유형 4가지를 살펴보았다. 순수 말소리장애 아동은 오류 유형 중 조음 위치 대치가 75회로 가장 많이 보였고, 음소 생략이 22회, 발성 유형 대치를 21회, 조음 방법 대치가 18회 순으로 나타났다. 언어장애를 동반한 말소리장애 아동은 조음 위치 대치를 111회로 가장 많이 보였고, 음소 생략이 44회, 조음 방법 대치를 37회, 모음 대치가 27회 순으로 나타났다. 일반 아동은 조음 위치 대치를 57회로 가장 높은 횟수를 보였고, 모음 대치를 17회, 발성 유형 대치를 13회, 조음 방법 대치가 8회 순으로 나타났다.
세 집단에서 공통으로 조음 위치 대치가 가장 높은 빈도로 나타났으나 언어장애를 동반한 말소리장애 아동이 일반 아동과 비교해 약 2배 정도 높은 비율을 보였다. 또한 일반 아동은 평균 1.5회씩 아동 간 비슷한 빈도로 모음과 발성 유형 대치를 보였으나, 말소리장애 아동은 소수의 특정 아동이 오류를 집중적으로 보이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예를 들어 순수 말소리장애 아동 중 A는 모음 대치를 10회, 발성 유형 대치를 8회 보였다. 순수 말소리장애 전체 아동이 모음 대치를 18회, 발성 유형 대치를 21회 보인 것과 비교하면 아동 1명의 오류 횟수가 절반 가까이 차지하였다. 또한 언어장애를 동반한 말소리장애 아동 중 B는 모음 대치를 11회, 발성 유형 대치를 7회를 보여, 집단 내 아동들이 모음 대치를 27회, 발성 유형 대치를 16회 보인 것과 비교하면 B가 높은 빈도로 모음 및 발성 유형 대치를 보였다.
음절 도치나 음절 생략, 음절 첨가 오류와 같이 음절 구조를 변화시키는 오류는 말소리장애 아동 집단에서만 관찰되었다. 하위집단 별로 자세히 살펴보면, 순수 말소리장애 아동 집단에서는 음절 도치가 3회, 음절 생략과 음절 첨가는 각각 1회씩 나타났다. 언어장애를 동반한 말소리장애 아동 집단에서는 음절 도치 오류는 보이지 않았으나 음절 생략이 4회, 음절 첨가가 2회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음소 첨가 오류는 순수 말소리장애 아동 집단에서는 12회, 언어장애를 동반한 아동 집단에서는 11회, 일반 아동 집단에서는 2회 나타나, 말소리장애 아동에게서 주로 관찰되었다.
말 지각
말 지각 능력을 살펴보면 집단별로 총 28점 중 순수 말소리장애 아동은 약 25점, 언어장애를 동반한 말소리장애 아동은 약 23점, 일반 아동은 약 26점을 받았다. Kruskall-Wallis test 결과, 말소리장애 유무에 말 지각 능력에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H = 5.409, p>.05).
음운기억
음운단기기억
음운단기기억을 살펴보면 총 20점 중 순수 말소리장애 아동은 약 11점, 언어장애를 동반한 말소리장애 아동은 약 5점, 일반 아동은 약 14점을 받았다. Kruskall-Wallis test 결과, 집단에 따라 음운 단기기억 능력에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다(H = 9.943, p< .01). 사후 분석 결과, 언어장애를 동반한 말소리장애 아동이 일반 아동에 비해 음운단기기억 능력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U = 2.00, p= .002).
음운작업기억
음운작업기억을 살펴보면 총 20점 중 순수말소리장애 아동은 약 2점, 언어장애를 동반한 말소리장애 아동은 약 .8점, 일반 아동은 약 8점을 받았다. 통계분석 결과, 집단에 따라 음운작업기억 능력에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다(H =15.967, p< .001). 사후분석 결과, 순수 말소리장애 아동이 일반 아동에 비해(U = 4.00, p= .002), 언어장애를 동반한 말소리장애 아동이 일반 아동에 비해(U = .0E0, p= .001) 음운작업기억 능력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무의미낱말 따라말하기와 말 지각, 음운기억 능력 간 상관관계
무의미낱말 따라말하기의 전체 정확도와 인출 및 배열 수행력과 말 지각, 음운단기기억, 음운작업기억, 자음정확도의 상관관계를 전체 아동과 말소리장애와 일반 아동별로 살펴보았다(Table 3).
먼저 전체 아동을 대상으로 상관분석을 실시한 결과, 무의미낱말 따라말하기의 전체 정확도는 인출 정확도(r = .789, p< .01), 배열 정확도(r = .930, p< .01), 말 지각(r = .496, p< .01), 음운단기기억(r = .768, p< .01), 음운작업기억(r = .599, p< .01), 자음정확도(r = .728, p< .01) 모두와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무의미낱말의 인출 및 배열 정확도를 제외하고 음운단기기억과 자음정확도가 무의미낱말 따라말하기의 전체 정확도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
말소리장애 아동을 대상으로 살펴보았을 때는 무의미낱말 따라 말하기의 전체 정확도는 인출 정확도(r = .823, p< .01), 배열 정확도(r = .946, p< .01), 음운단기기억(r =.729, p< .01), 자음정확도(r =.605, p< .05)와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따라서 무의미낱말의 인출 및 배열 정확도를 제외하고 음운단기기억이 무의미낱말 전체 정확도와 가장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
반면에 일반 아동은 무의미낱말 따라말하기의 전체 정확도와 인출 정확도(r = .767, p< .05) 간의 상관관계만이 유의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논의 및 결론
본 연구는 만 5-6세 말소리장애 아동을 언어장애 동반 여부에 따라 나누어 일반 아동과 비교해서 무의미낱말 따라말하기 수행력이 어떠한지 살펴보고자 하였다. 무의미낱말 따라말하기 정확도는 음운 자질이 반영된 점수 체계를 바탕으로 구하였으며, 인출과 배열 정확도도 함께 구하여 집단별로 비교하였다. 또한 무의미낱말 따라말하기 수행 시 요구되는 능력인 말 지각 능력, 음운단기기억, 음운작업기억, 자음정확도를 집단별로 비교하고 무의미낱말 따라 말하기와 말 지각, 음운단기기억, 음운작업기억, 말 산출과의 관련성을 살펴보았다.
첫 번째로, 순수 말소리장애 아동과 언어장애를 동반한 말소리 장애 아동, 일반 아동의 무의미낱말 따라말하기를 살펴본 결과, 일반 아동보다 언어장애를 동반한 말소리장애 아동 집단에서 어려움을 보였다. 순수 말소리장애 아동은 일반 아동과 무의미낱말 따라말하기의 수행력의 차이가 없었으며, 언어장애를 동반한 말소리장애 아동과도 통계적으로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따라서 언어장애를 동반한 말소리장애 아동이 무의미낱말 따라말하기 과제에서의 어려움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음운처리 종류에서는 인출 수행력에는 집단 간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나 배열 수행력에서는 언어장애를 동반한 말소리장애 집단이 일반 아동과 비교해 어려움을 보였다. 이 결과는 국내 연구에서 무의미낱말 따라말하기 수행력을 인출과 배열로 나누어 살펴본 Ryu 등(2019)의 연구와 다소 차이가 있다. 선행연구에서는 수용어휘상의 문제를 보이지 않는 순수 말소리장애 아동이 일반 아동에 비해 무의미낱말의 배열에서만 낮은 수행력을 보였다. 본 연구에서는 언어장애를 동반한 말소리장애 아동만이 통계적으로 배열에서만 일반 아동과 비교해 낮은 수행력을 보였다. 이러한 선행연구와 본 연구의 결과 차이는 사용한 무의미낱말의 음운 특성상의 차이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 본 연구에 사용된 무의미낱말 목록은 비교적 발음하기 쉬운 비음, 파열음으로 구성하여 경구개파찰음, 탄설음, 치경마찰음에서 주된 오류를 보이는 순수 말소리장애 아동의 조음 능력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또한 무의미낱말 따라말하기는 수용어휘력을 포함하여 언어 능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Dollaghan & Campbell, 1998; Estes et al., 2007; Jung & Ha, 2017). 따라서 본 연구결과는 언어장애를 동반한 말소리장애 아동이 수행에 더 큰 어려움을 보이고, 특히 무의미낱말에 포함된 개별 말소리를 인출하는 과정보다는 배열 상의 어려움을 두드러지게 보임을 제시하고 있다.
세 집단의 오류 유형을 살펴보면 조음 위치 대치가 가장 빈번한 오류로 나타났다. 하지만 언어장애를 동반한 말소리장애 아동은 일반 아동과 비교해 약 2배 가까이 많은 횟수로 오류를 보였다. 이와 같은 오류는 검사어에서 비음 ‘ㅁ-ㄴ’ 간의 조음 위치 혼동에서 가장 빈번하게 나타났으며, 말소리장애 아동은 낱말 내에서 서로 다른 조음 위치의 자음을 정확하게 배열하는 데 어려움을 보였다. 또한 일반 아동과 달리 말소리장애 아동 집단에서만 적은 빈도이지만 ‘음절 도치, 음절 생략, 음절 및 음소 첨가’와 같이 음절 구조를 변화시키는 오류 유형이 나타났다. 음절 도치는 인접한 음절의 위치가 뒤바뀌는 오류로, 음운정보를 잘 인출하였으나 말소리장애 아동의 배열 능력의 취약성이 나타난 오류이다. 인출 정확도는 일반 아동과 10% 이내의 차이를 보인 반면 배열 정확도는 크게는 30%까지 차이가 났다. 음절 생략은 무의미낱말 중 특정 음절을 빠뜨리는 오류로, 음절 길이가 긴 5음절에서 나타났다. 무의미낱말의 길이가 길수록 더 큰 기억 용량이 요구되는데 말소리장애 아동이 5음절의 긴 무의미낱말에서 보인 음절 생략은 작업기억 용량이 일반 아동에 비해 작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Waring et al., 2017). 음절 첨가는 제시된 무의미낱말에 없는 음절을 추가한 오류로, 음절 생략 오류와 동일하게 5음절에서 나타났다. 정확히 어디에서 기인한 음운정보인지는 파악이 어렵다는 제한점이 있다. 하지만 긴 길이의 음운정보를 인출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특성으로 미루어 짐작해 볼 때, 음절 첨가도 음절 생략과 마찬가지로 음운기억의 용량과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음절 도치, 생략 및 첨가 오류는 일반 아동과 명확히 구분되는 말소리장애 아동의 근본적인 어려움 또는 기저 결함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말소리장애 아동의 근본적인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실제 중재 시 표면상의 오류인 조음 교정뿐만 아니라 상위 단계의 음운처리 활동도 병행되어야 한다.
두 번째로, 세 집단의 말 지각 능력을 살펴본 결과, 일반 아동, 순수 말소리장애 아동, 언어장애를 동반한 말소리장애 아동 순으로 점수가 낮았으나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일반 아동과 말소리장애 아동의 말 지각 능력을 비교한 Won과 Ha (2015)의 연구에서는 종성 위치에서 살펴보았다. 그 결과, 음향학적 정보의 길이와 상관없이 모든 조건에서 말소리장애 아동은 일반 아동에 비해 종성 지각력에서 어려움을 보였다. 말소리장애 아동은 언어장애가 동반된 경우 동반되지 않을 때와 비교해 더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고되었다(Ha, 2016). 말소리장애 아동의 말 지각 능력에서의 경향성은 본 연구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자음정확도가 낮았던 아동일수록 말 지각상의 어려움이 두드러지게 관찰되었다. 예를 들어 자음정확도가 각각 48.6%와 58.6%로 말소리장애 아동 중에서도 자음정확도가 낮았던 두 아동은 말 지각에서 일반 아동 평균 26.44점, 순수 말소리장애 아동 평균 25.00점보다 낮은 19점, 22점을 보였다. 또한, 일부 말소리장애 아동은 청각적 자극에 기반하여 반응하기 보다는 어휘 친숙도에 의존하여 반응하는 모습도 관찰되었다. 언어장애를 동반한 말소리장애 아동 집단이 어려움을 보였던 문항을 자세히 살펴보면 초성 위치에서는 ‘칼-탈’, 종성 위치에서는 ‘뱀-백’과 같은 문항이 있다. 말 지각 검사 실시 전, 그림 자극을 보여주고 이름을 확인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개별 말소리에 주목하기보다 어휘 지식에 의존하여 고르기도 하였다. 즉 청각적으로 제시된 목표 반응은 ‘탈’과 ‘백’이지만 의미적으로 친숙한 ‘칼’과 ‘뱀’을 고르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언어적 어려움을 지닌 말소리장애 아동의 경우 말 지각 시 단어를 이루고 있는 개별 말소리를 정확하게 듣고 통합하여 의미적으로 처리하기보다 어휘 친숙도 및 지식을 기반으로 단순 반응할 가능성이 있음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말소리장애 아동을 대상으로 자음정확도와 어휘 능력에 따른 말 지각 능력을 추가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세 번째로, 세 집단의 단어 선행 및 후행 지적 과제를 이용하여 음운기억 능력을 살펴본 결과, 음운단기기억(단어 선행 지적 과제)에서는 언어장애를 동반한 말소리장애 아동이 일반 아동보다 수행력이 유의미하게 낮았다. 선행연구에서는 말소리장애 아동이 일반 아동과 비교해 음운기억 수행력이 낮다는 결과가 대부분이다(Lee & Ha, 2018; Lee & Sim, 2003). 대개 선행연구에서는 숫자 바로 따라하기나 무의미낱말 따라말하기 과제를 사용해서 음운단기기억을 측정해왔다. 하지만 언어적 어려움을 고려하지 못하였으며 순수한 음운기억 측정을 위해서는 한계가 있었다. Yun과 Lee (2020)의 연구에서는 Waring, Rickard Liow, Eadie와 Dodd (2019)의 그림 지적 과제를 수정, 보완하여 음운단기기억을 측정한 결과, 음운지연 아동이 일반 아동과 비교해 어려움을 보였다. 본 연구에서는 순수 말소리장애 아동은 5-6개, 일반 아동은 6-7개 항목 보유가 가능하여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언어장애를 동반한 말소리 장애 아동은 2-3개의 항목 보유를 하여 일반 아동 수행력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였다. 본 연구의 순수 말소리장애 집단에는 발달적 오류 패턴을 보이는 음운지연 외에도 1-2개 특정 음소에서만 오류를 보이는 조음장애 아동도 포함되어 Yun과 Lee (2020)의 음운지연 아동보다 음운기억상의 취약함이 적거나 없는 아동이 포함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음운작업기억 능력(단어 후행 지적 과제)에서는 순수 말소리장애 아동과 언어장애를 동반한 말소리장애 아동이 일반 아동보다 수행력이 유의미하게 낮았으나, 순수 말소리장애 아동과 언어장애를 동반한 말소리장애 아동 간에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Waring 등(2019)의 연구에서는 또래 수준의 언어 능력을 가진 3-5세 아동을 자음정확도를 기준으로 자음정확도가 높은 집단(75%ile)과 낮은 집단(25-63%ile)으로 나누어 살펴보았을 때 작업기억 능력에서 두 집단 간에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났다. 말소리장애 하위 집단 모두 연령 대비 낮은 자음정확도를 보였으며, 언어장애를 동반한 말소리장애 집단이 순수 말소리장애보다 낮은 자음정확도를 보여 집단 간 차이가 났다. Waring 등(2019) 연구와 본 연구에서 나타난 결과를 연결 지어 살펴보면 말소리장애 아동은 검사자가 들려준 단어의 음운정보를 보유하였다가 반대의 순서로 배열한 뒤 지적하는 조작 능력에 어려움을 갖고, 자음정확도가 낮을수록 더 큰 어려움을 보인다. 주목할 점은 순수 말소리장애 아동은 8명 중 2명, 언어 장애를 동반한 말소리장애 아동은 7명 중 5명이 단어 후행 지적 과제에서 0점을 획득하였다. 본 문항 전 연습 문제를 통해 검사 방법을 충분히 이해시켰지만 본 검사에서 수행상의 어려움을 보였다. 따라서 말소리장애 아동의 말 능력 평가 시 최종적인 말 산출 능력을 의미하는 자음정확도뿐만 아니라 상위 단계인 음운기억 평가까지도 포함하는 것이 필요하며, 자음정확도와 비교하여 말 능력에 대한 종합적인 해석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에서는 무의미낱말 따라말하기와 이 과제의 수행에 요구되는 말 지각, 음운단기 및 작업기억, 자음정확도와의 관련성을 살펴보았다. 전체 아동을 대상으로 살펴보았을 때는 무의미낱말 따라말하기의 전반적인 정확도는 모든 관련 능력과 정적 상관을 보였다. 이 중 자음정확도와 음운단기기억 능력과 비교적 높은 관련성이 나타났다. 이와 유사하게 말소리장애 집단만 독립적으로 상관관계를 분석했을 때에도 무의미낱말 따라말하기의 전체 정확도는 인출과 배열 정확도 외에 음운단기기억과 자음정확도 사이에만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많은 연구에서는 음운기억을 측정하기 위한 방법으로 무의미낱말 따라말하기 과제를 사용해왔다. 하지만 제시된 무의미낱말을 듣고 따라말할 때에는 단순히 음운기억 외에도 말 지각과 조음 능력과도 복합적으로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말의 정확도가 떨어지는 말소리장애 아동을 대상으로 무의미낱말 따라말하기 검사를 실시할 때는 아동의 기저 결함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관련 요인을 동시에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국외에서는 최근 들어 무의미낱말 따라말하기와 음운기억 외에 일련의 구강 움직임 및 조절 능력, 낱말 재인 등 다양한 요인과의 관련성을 살펴보는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Pigdon, Willmott, Reilly, Conti-Ramsden, & Morgan, 2020).
본 연구는 말소리장애 아동을 언어장애 동반 여부에 따라 분류하여 무의미낱말 따라말하기와 관련 요인을 세부적으로 살펴보았으나, 연구 대상자 수가 적어 연구결과의 일반화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추후 더 많은 수의 아동을 대상으로 무의미낱말 따라말하기 과제와 말-언어 처리 과정의 다양한 단계와 요인 간의 관계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궁극적으로 말소리장애 아동의 특정 영역의 기저 결함을 확인하여 차별적이고 효율적인 중재를 제공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다양한 요인 중 말소리장애 아동의 음운기억상의 취약함이 무의미낱말 따라말하기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따라서 무의미낱말 따라말하기 상의 어려움을 보이는 말소리장애 아동에게는 말 운동 능력을 향상시키는 중재와 더불어 음운기억을 증진하는 기억폭 향상 훈련 등이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