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소리장애 아동과 일반 아동 간 자극 양식에 따른 포인팅 음운기억 과제 수행력 차이
Performances of Pointing Phonological Memory Tasks between Children with and without Speech Sound Disord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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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배경 및 목적
본 연구에서는 포인팅 반응을 이용한 새로운 음운기억 과제를 개발하고 각 하위 과제의 수행력을 비교하여 말소리장애 아동의 음운기억의 취약성을 잘 판별할 수 있는지 알아보았다.
방법
말소리장애 아동 16명과 일반 아동 14명을 대상으로 자극 양식(청각적, 시각적)에 따른 포인팅 음운단기기억 및 작업기억 과제를 실시하여 그 수행력을 비교하였고, 기존 음운기억 과제(Digit span task)와의 상관관계를 추가적으로 분석하였다.
결과
첫째, 말소리장애 집단은 일반 집단보다 음운단기기억, 음운작업기억 모두에서 유의하게 낮은 수행력을 보였다. 둘째, 말소리장애 집단과 일반 집단 모두 시각 자극보다 청각 자극에서, 음운작업기억보다 음운단기기억 과제에서 유의하게 높은 수행력을 보였다. 셋째, 일반 집단의 경우 청각 음운단기기억 과제의 수행력이 월등히 좋았고 이를 제외하고 다른 세 조건 간 수행력에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은 반면, 말소리장애 집단의 경우 청각 자극보다 시각 자극에서, 단기기억보다 작업기억에서 수행력이 저하되는 정도가 유사하였다. 마지막으로, 포인팅 음운기억 과제와 기존 음운기억 과제 수행력, 어휘력, 자음정확도 간 모두 유의하게 다소 높거나 높은 상관관계를 나타내었다.
논의 및 결론
말소리장애 아동의 음운기억 과제 수행력 저하는 조음산출의 부담감 또는 청지각처리능력의 취약함으로 인한 것이 아니며, 음운단기기억과 음운작업기억 자체의 결함에 기인한다. 본 연구결과는 말소리장애 집단과 일반 집단 간 자극 양식에 따른 음운기억 과제의 상이한 수행 양상에 대해 의미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
Trans Abstract
Objectives
A new phonological memory task using pointing responses was developed and the performance of each sub-task was compared between children with and without speech sound disorders (SSD).
Methods
16 children with SSD and 14 typically developing children (TD) performed pointing memory tasks, which consists of four sub-tasks—auditory short-term, auditory working, visual short-term, and visual working memory; and performances between groups and between each sub-task were compared. In addition, the correlation between the new task and the existing task (digit span task), vocabulary sizes and the accuracy of consonants was analyzed.
Results
First, the SSD group showed significantly lower performance in the pointing memory tasks than the TD group. Second, both the SSD and TD groups showed significantly higher performance in auditory stimulation compared with visual stimulation, and in short-term memory than working memory. Third, in the case of the TD group, the performance of the auditory short-term memory task was much better, and there were no significant differences among the other three sub-tasks, while the SSD group showed a sequential decline in performances among the four sub-tasks. Finally, there was a high correlation between the new task and the existing task, vocabulary sizes, and the accuracy of consonants.
Conclusion
The low performance in the phonological memory task of the SSD group is not due to weakness in articulation or in auditory processing, but to defects in phonological short-term/working memory itself. The results of this study provide meaningful information on the different performance patterns of phonological memory tasks according to stimulus modalities between the SSD and TD groups.
말소리장애의 근본적 원인이 밝혀진 경우는 상당히 제한적으로, 대부분은 여전히 ‘원인 모르는 말소리장애’에 해당한다. 이 같은 현 상황에서 그 원인에 다가가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최근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주제가 말소리장애의 기저요인에 대한 것이다. 말소리장애의 기저요인들로는 말지각의 어려움, 음운인식 결함, 음운기억 손상, 운동프로그래밍 문제, 조음실행의 제한 등 여러 요인들이 거론되고 있다. 이 중 가장 광범위면서도 전방위적으로 여러 요인들과 상호작용하는 것이 바로 음운기억인데, 그 이유는 말지각, 음운인식, 운동프로그래밍 등 다른 요인들을 평가할 때에도 성공적인 과제수행을 위해서는 음운기억능력이 더불어 요구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음운기억에 대해서는, 말소리장애의 유일한 기저요인, 혹은 여러 기저요인들 중 하나, 혹은 다른 기저요인을 통해 말소리장애에 영향을 주는 간접적 요인 등 여러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음운기억은 음운정보들을 저장, 유지, 조작하는 능력으로 음운 처리의 한 요소이다(Wagner & Totgersen, 1987). 이러한 음운기억 능력은 말, 언어, 읽기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특히 음운과 조음능력이 성숙하는 3-5세에 음운기억력 또한 급격히 발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새로운 단어(음운형태)를 습득할 때에는 이를 보유, 저장하여 필요한 경우 동일 형태를 사용하기 위해(Heo & Ahn, 2011), 문장 수준으로 발화길이가 확장되는 시기에는 타인의 발화를 모방하여 이후 반복 활용하기 위해(Kim, M., 2020), 명확한 의사전달 요구가 증가하는 연령에서는 습득한 단어의 음소를 정확하게 산출하기 위해, 아동은 음운기억력을 십분 발휘하게 된다(Lee & Ha, 2018). 때문에 정보 보유의 어려움을 야기하는 음운기억의 결함은 단어학습, 문장산출, 조음의 문제로 이어지고, 더 나아가 이해, 추론 등 인지적 측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Fazio, 1998). 이 모든 것이 음운정보기억의 어려움에서 야기되었음을 상기할 때, 음운단계에 어려움이 있는 말소리장애 아동의 경우 특히 음운기억력의 면밀한 평가가 요구되고, 더 나아가 그것이 여타 의사소통능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심층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음운기억을 평가하는 방법으로 단기기억과 작업기억으로 나뉘며 두 과제는 평가 방법이 상이하다. 음운단기기억은 청각적 자극의 음운을 부호화하여 일시적으로 저장하고 입력된 정보가 사라지지 않도록 시연의 과정을 통해 일정 시간 동안 해당 정보를 보유하는 역할을 한다(Baddeley, Papagno, & Vallar, 1988). 말소리장애 아동의 음운단기기억과 관련한 국내 연구들을 살펴보면, Lee와 Sim (2003), Kim과 Ha (2014) 등은 비단어따라말하기 수행력 비교를 통해 말소리장애 아동이 일반 아동에 비해 낮은 음운단기기억력을 보인다고 보고한 반면, M. Kim (2020)은 말소리산출에만 문제가 있는 순수 말소리장애 아동의 경우 일반 아동과 유의한 차이가 없음을 보고하며 음운단기기억은 말소리장애보다 언어발달지연 여부와 더 관련이 있음을 제안하기도 하였다. 이렇듯 말소리장애 아동의 음운단기기억과 관련해서는 현재까지 다소 상반된 의견들이 존재한다.
반면 음운작업기억은 복잡한 인지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정보를 일시적으로 저장, 유지, 조작하는 능력을 의미하며, 이는 성공적 정보처리를 위한 정신적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즉, 음운작업기억은 음운단기기억에 비해 보다 복잡한 과제수행 시 요구되는 의식적인 음운정보 처리능력이라 할 수 있으며, 때문에 Baddeley (1986)의 작업기억모델에서도 음운루프(phonological loop), 시공간 스케치패드(visuospatial sketch-pad), 일화적 완충기(episodic buffer), 중앙집행기(central executive)의 네 구성요소가 음운작업기억 활동 시 어떻게 복합적으로 상호작용하는지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Rudner & Ronnberg, 2008). 말소리장애 아동의 음운작업기억능력을 다룬 대부분의 연구들에서는 말소리장애 아동이 일반 아동에 비해 낮은 음운작업기억 수행력을 보이고, 이는 말소리산출 결함과 관련이 있다는 대체적으로 일관된 결론을 내리고 있다(Kim, M., 2020; Lee, 2016; Lee & Ha, 2018). 그러나 Lee와 Ha (2018)는 일반 아동의 경우도 어린 연령에서는 음운작업기억 과제수행에 어려움을 보여 두 집단 간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으므로, 말소리장애 아동의 음운작업기억 수행력을 일반 아동과 비교할 때에는 반드시 연령을 고려할 것을 강조하였다. 따라서 음운단기기억과 음운작업기억의 정확한 평가를 위해서는 대상자의 특성을 고려한 다각적 방법이 요구된다.
음운기억을 평가하는 방법으로는 비단어따라말하기 과제와 숫자폭(digit span) 과제가 대표적이다. 비단어따라말하기 과제는 저장된 어휘지식과 음운지식의 하향적 처리(Top-down)를 최대한 배제한 채, 상향적(Bottom-up) 처리에 기반한 음운정보 처리능력을 집중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Ehrhorn, Adlof, Fogerty, & Laing, 2021). 그러나 비단어따라말하기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첫째, 음운정보를 듣고 인식하는 청지각처리 단계, 둘째, 음운표상을 부호화하고 유지하는 음운처리 단계, 셋째, 말운동을 프로그래밍하여 실행하는 말운동처리 단계의 세 단계를 모두 성공적으로 거쳐야 한다(Archibald, 2008). 이 중 음운기억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은 두 번째 단계뿐으로, 첫 번째와 세 번째 단계는 과제수행을 위해 동반되는 과정일 뿐 음운기억과의 직접적 관련성은 미비하다. 비단어따라말하기의 경우 제시한 음운자극이 길어지면 과제수행에 요구되는 능력이 단기기억인지 작업기억인지 그 경계가 모호해지는 단점이 있는 것에 반해(Kim & Ha, 2019), 숫자폭 과제는 숫자배열을 순서대로 따라하는 음운단기기억 과제와 거꾸로 따라하는 음운작업기억 과제로 애초에 구분되어 있다. 그러나 과제수행 측면에서는 비단어따라말하기와 크게 다르지 않은데, 숫자폭 과제도 음운기억뿐 아니라 청지각처리와 말운동처리 과정을 반드시 거치도록 되어 있다. 이처럼 비단어따라말하기와 숫자폭 과제는 완벽한 방법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러 연령대와 다양한 집단들의 음운기억력을 타당하게 평가해주는 과제들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말소리장애는 경우가 좀 다르다. 대상자가 가진 외현적 및 내재적 특성들을 고려할 때, 기존 음운기억 평가 방법을 그대로 적용하여 그 결과를 온전히 해당 아동의 음운기억능력으로 신뢰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음운기억 과제들은 말소리장애 아동에게 취약한 청지각처리와 말운동처리 단계를 모두 포함하고 있어, 수행결과가 저조할 경우 이를 음운기억 측면과 관련하여서만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말소리장애 아동의 음운기억 평가를 위해서는 말소리장애 집단의 특성들을 고려한 보다 특화된 평가방법이 요구된다(Waring, Eadie, Liow, & Dodd, 2017). 이에 연구자들은 청지각처리와 말운동처리 과정이 필연적으로 요구되는 기존 음운기억 과제의 한계점을 극복하고, 말소리장애 아동의 음운기억력을 독립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새로운 음운기억 평가 과제를 고안하고자 하였다.
본 연구에서 제안하는 새로운 음운기억 평가 과제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특징을 가진다. 첫째, 취약한 말소리산출능력으로 인해 과제수행력이 과소평가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 구어산출 대신 포인팅으로 반응을 유도한다. 이 점이 새로운 음운기억 과제의 가장 큰 특징인 만큼 본 과제를 ‘포인팅 음운기억 과제’라 명명하였다. 둘째, 음운정보를 청각(말소리)과 시각(그림)의 상이한 양식으로 제시한 후 자극 양식에 따른 과제수행력을 비교한다. 이는 청지각 처리의 어려움으로 인해(청각 자극의 경우) 혹은 내적 음운정보처리의 어려움으로 인해(시각 자극의 경우) 과제수행력이 저하될 가능성을 변별적으로 살펴보기 위함이었다. 이 같은 특징을 갖는 포인팅 음운기억 과제를 활용하여 본 연구에서 다루고자 하는 연구 질문은 다음과 같다. 첫째, 집단 간(말소리장애 아동, 일반 아동) 자극 양식(청각, 시각) 및 음운기억 종류(단기기억, 작업기억)에 따른 수행력에 차이가 있는가? 둘째, 포인팅 음운기억 과제 수행력은 기존 음운기억 과제(숫자폭 과제) 수행력 및 대상자의 어휘력과 조음 산출능력과 상관관계가 있는가? 본 연구를 통해 포인팅 음운기억 과제가 말소리장애 아동의 음운기억을 타당하게 평가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결과가 대상자들의 말-언어 발달 특성과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에 대해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연구방법
연구대상
연구대상은 5세부터 7세까지의 말소리장애 아동 16명과 일반 아동 14명, 총 30명이었다. 어린 연령에서는 일반 아동도 음운작업기억 과제 수행에 어려움을 보일 수 있어 5세 이후가 되어야 두 집단 간 차이가 유의하게 벌어지기 시작한다는 선행연구 결과(Lee & Ha, 2018)에 근거하여, 대상 집단의 연령대를 이와 같이 정하였다. 말소리장애 아동 선정기준은 첫째, 부모와 교사에 의해 청각, 인지, 정서, 신체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고되었고, 둘째, 수용 · 표현어휘력 검사(Receptive & Expressive Vocabulary Test, REVT; Kim, Hong, Kim, Jang, & Lee, 2009) 결과 수용 ·표현어휘력이 -2 SD 이상에 해당하고, 셋째, 우리말 조음 · 음운평가(Urimal Test of Articulation and Phonology, U-TAP; Kim & Shin, 2004)에서 단어 수준 자음정확도가 -2 SD 이하에 속하는 아동들이었다. 일반 아동 선정기준은 첫째, 부모와 교사에 의해 청각, 인지, 정서, 신체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고되었고, 둘째, REVT의 수용 ·표현어휘력이 -1 SD 이상이고, 셋째, U-TAP의 단어 수준 자음정확도가 -1 SD 이상인 아동들이었다.
두 집단 간 동질성 검정을 위해 독립표본 t-검정을 실시한 결과 U-TAP 자음정확도에서만 집단 간 유의한 차이를 보였고(p<.01), 성별, 연령, REVT 수용 및 표현어휘력에서는 집단 간 차이가 유의하지 않았다(p>.05). 두 집단의 대상자 기본 정보는 Table 1과 같다.
실험방법
포인팅 음운기억 과제 개발
한국 웩슬러 아동용지능검사(Korea-Wechsler Preschool and Primary Scale of Intelligence, K-WISC; Kwak, Oh, & Kim, 2011)의 숫자폭 과제와 같이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음운기억 과제는 앞에서 설명한 것과 같은 이유로 말소리장애 아동의 음운기억력을 평가하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였으나,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국내 검사도구 또는 실험 과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에 연구자들은 청지각 처리 또는 조음운동능력에 영향을 받지 않고 순수하게 음운기억 수행력을 독립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새로운 음운기억 과제인 포인팅 음운기억 과제를 개발하였다.
포인팅 음운기억 과제 자극어 선정
포인팅으로 반응해야 때문에 과제는 기본적으로 그림 또는 글자로 제작되어야 한다. 대상자 대부분이 학령전기였기 때문에 그림으로 표현 가능한 구체어들로 항목을 구성하였고, 이때 아동의 음운기억 보유폭에 과도한 부담이 되지 않도록 일음절어로 항목을 한정하였다. 어휘량 또는 어휘인출력을 평가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제시한 음운정보를 순서대로(혹은 거꾸로) 얼마나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과제인 만큼 제시 항목은 대상 아동에게 매우 친숙한 어휘들이어야 한다. 따라서 선행연구(Ahn, 2016)를 참고하여 2-3세 어린 연령의 아동들도 익숙하게 알고 있는 일음절 어휘들을 일차적으로 추린 후, 이 중 서로 다른 음소로 시작하는 일음절 명사들을 선정하였다. 최종 선정된 포인팅 음운기억 과제의 항목은 ‘공’, ‘차’, ‘발’, ‘해’, ‘쥐’, ‘산’, ‘달’, ‘입’, ‘문’, ‘배’, ‘소’, ‘컵’의 12개였다. 이후 해당 어휘들에 대한 이미지를 전문 일러스트레이터에게 의뢰하여 간결하고 통일성 있게 제작하였다.
포인팅 음운기억 과제 구성
포인팅 음운기억 과제는 음운정보들을 순서대로 포인팅하는 음운단기기억 과제와 거꾸로 포인팅하는 음운작업기억 과제로 구성되어 있다. 전자는 제시된 음운자극들을 기억하여 보기항목에서 순서대로 포인팅하는 과제이고, 후자는 순서를 거꾸로 조작하여 포인팅하는 과제이다. 자극항목과 보기항목은 유사한 연구를 진행한 외국 선행연구(Waring et al., 2017)를 참고하여 다음과 같이 구성하였다. 기억해야 하는 음운항목은 2개부터 5개까지 순차적으로 증가한다. 보기항목에는 가림항목(Foil)이 0개에서 3개까지 포함되어 있어, 제시된 음운정보만 순서를 달리하여 배열되어 있는 경우, 제시되지 않은 음운항목이 3개까지 포함되어 있는 경우 등 다양하다. 예를 들어 /달, 배, 입/이라는 음운항목이 제시되면, 이를 기억하였다가 이후 보여지는 ‘입’, ‘소’, ‘문’, ‘배’, ‘달’, ‘컵’ 그림으로 구성된 3열 2행의 보기화면에서 ‘달’과 ‘배’와 ‘입’ 그림을 순서대로(혹은 거꾸로) 포인팅해야 한다. 반응 유도 방식 이외에 포인팅 음운기억 과제의 또 다른 특징은 음운정보 제시 방식의 다양화에 있다. 음운자극을 청각(말소리)과 시각(그림)의 상이한 양식으로 제시한 후 두 자극 양식 간 수행력을 비교할 수 있는데, 청각 과제는 그림 없이 말소리로만 자극이 제공되고 시각 과제는 말소리 없이 그림으로만 자극이 제공된다. 물론 두 경우 모두 반응은 포인팅으로 해야 한다.
정리하면 포인팅 음운기억 과제는 청각적 음운단기기억(Auditory phonological short-term memory, A-pSTM), 시각적 음운단기기억(Visual phonological short-term memory, V-STM), 청각적 음운작업기억(Auditory phonological working memory, A-pWM), 시각적 음운작업기억(Visual phonological working memory, V-pWM)의 네 가지 하위 과제로 구분되며, 각각은 15개 문항씩 구성되어 있다. 각 문항의 음운자극들은 1,000 ms씩 순차적으로 제시되고, 모든 과제는 태블릿 PC에서 구현되도록 제작하였다. 청각적 자극 포인팅 과제와 시각적 자극 포인팅 과제의 예시는 Figure 1과 Figure 2와 같다.
실험절차 및 분석방법
사전검사 및 본 실험은 소음이 차단된 장소에서 연구자와 일대일로 진행하였다. 모든 과제는 약 60-90분이 소요되었고, 실험 과제들을 모두 완료하지 못하고 이탈한 아동은 휴식을 가진 후 재실시 하였다. 포인팅 음운기억 과제는 15.6인치 삼성노트북(NT550XEZ-A38A)으로 실시되었고 아동과 화면은 50 cm 정도 거리를 유지하여 실시되었다. 포인팅 음운기억 과제의 경우 목표 항목을 여러 버전으로 제작하여 각 항목들이 중복되지 않도록 하였고, 대상자 별로 검사 순서를 조정하여 순서효과를 통제하였다.
실험 시작에 앞서 대상아동이 각 그림의 이름(음운정보)을 확실하게 알고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거쳤다. 아동으로 하여금 말소리 또는 그림으로 제시되는 어휘들을 잘 듣거나 보고, 이후 화면에서 그 어휘에 해당하는 그림들을 순서대로 혹은 거꾸로 가리키도록 지시하였다. 선행연구(Waring et al., 2017)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여 10초 동안 반응이 없으면 무응답으로 처리하였고, 연속으로 6개의 오류가 나타나면 검사를 중단하였다. 목표 음운자극의 항목과 순서가 모두 정확한 문항에 한해 1점씩 점수를 부여하였고, 정반응한 개수를 문항 수(15)로 나눈 후 100을 곱한 백분율 점수를 각 하위 과제의 최종 점수로 기입하였다. 포인팅 과제 반응 기록지를 Appendix 1에 제시하였다.
포인팅 음운기억 과제와 더불어 K-WISC의 숫자폭 과제를 추가적으로 실시하였는데, 이는 연구자들이 개발한 과제와 기존 과제와의 상관 정도를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K-WISC-IV에 제시된 검사방식과 채점방식에 따라, 1-2개의 연습문항 실시 후 검사를 진행하였고 항목과 순서를 모두 정확하게 산출한 문항에 한해 1점씩 부여하고 백분율 점수를 구하였다.
통계분석
자료의 통계처리는 SPSS (Statistics Package for the Social Science, version 18.0 for Window)를 이용하여 분석하였다. 첫째, 두 집단 간(SSD, TD) 자극 양식(청각, 시각) 및 음운기억 종류(pSTM, PWM)에 따라 수행력에 유의한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1피험자 간-2피험자 내 혼합설계에 따른 반복측정분산분석(repeated measure ANOVA)을 실시하였다. 유의한 상호작용효과에 대해서는 COMPARE 하위명령어를 입력한 syntax를 실행시켜 사후분석을 실시하였다. 둘째, 포인팅 음운기억 과제 수행력이 기존 음운기억검사 및 대상 아동의 어휘력, 자음정확도와 상관관계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집단을 구분하지 않은 채 포인팅 음운기억 각 하위 과제 점수, K-WISC 숫자폭검사 점수, 수용 ·표현어휘력 원점수, 자음정확도 각각과 Pearson 적률상관관계 분석을 실시하였다.
연구결과
두 집단 간 자극 양식 및 음운기억 종류에 따른 수행력 차이
말소리장애 집단과 일반 집단 간 자극 양식 및 음운기억에 종류 따른 수행력 평균과 표준편차는 Table 2와 같다. 정반응 점수는 최소 0점부터 최대 15점에 사이에 해당하는데, 말소리장애 집단의 경우 일반 집단보다 모든 과제에서 평균 점수가 낮았고 특히 작업기억 과제와 시각 자극에서 어려움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한지 알아보기 위해 통계분석을 실시한 결과, 말소리장애 집단이 일반 집단보다 유의하게 낮은 수행력을 보였고(F = 28.621, p<.001), 집단에 상관없이 청각 자극에 비해 시각 자극에서(F =15.412, p<.01), 음운단기기억에 비해 음운작업기억에서 유의하게 낮은 수행력을 나타냈다(F = 44.494, p<.001). 또한 자극 양식과 음운기억 종류 간 상호작용효과(F =15.351, p<.01)와 집단, 자극 양식 및 음운기억 종류 간 삼요인 상호작용효과가 유의하였다(F = 8.983, p<.01).
자극 양식과 기억 종류 간 상호작용효과에 대한 사후분석 결과, 단기기억과 작업기억 과제 모두에서 시각 자극보다 청각 자극의 수행력이 유의하게 좋았으나(p<.01), 음운단기기억 과제에서 청각 자극의 이득이 더욱 두드러졌음을 알 수 있었다(Figure 3).
집단, 자극 양식 및 기억 종류 간 삼요인 상호작용효과는, Figure 4에서 알 수 있듯이, 두 집단 간 각 자극 양식에서 단기기억과 작업기억의 차이가 다른 양상을 보였기에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일반 집단의 경우 시각 자극에서는 두 기억 과제 간 수행력에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나(p>.05), 청각 자극에서는 단기기억 점수가 거의 만점에 가까워 작업기억 수행과 큰 격차를 보였다(p<.01). 반면 말소리장애 집단의 경우, 전반적 수행력이 일반 집단보다 떨어지는 것은 여전하지만, 청각 자극이든 시각 자극이든 단기기억과 작업기억의 격차가 유사하게 존재하는 것을 알 수 있다(p<.01).
포인팅 음운기억 과제 수행력, 기존 음운기억 과제 수행력, 어휘력 및 자음정확도 간 상관관계
포인팅 음운기억 과제와 기존 음운기억 과제(숫자폭 과제), 어휘력 및 자음정확도 간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상관관계를 분석하였다. 어휘력과 자음정확도의 상관관계 분석은 대상자 선정을 위해 실시했던 REVT와 U-TAP PCC를 참고하였다. 그 결과 포인팅 음운기억 하위 과제들은 기존 음운기억 과제 수행력과 유의한 상관관계가 있었다(p<.001).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A-pSTM, V-pSTM, A-PWM, V-PWM 각각은 기존 단기기억 과제와 .732, .698, .651, .549의 상관계수를, 기존 작업기억 과제와 .736, .682, .708, .570의 상관계수를 보여, 모두 다소 높거나 높은 상관관계를 나타내었다. 또한 포인팅 음운기억 하위 과제들은 어휘력과 자음정확도와도 유의한 상관관계가 있었다(p<.001).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A-pSTM, V-pSTM, A-PWM, V-PWM 각각은 수용어휘력과 .821, .713, .756, .650의 상관계수를, 표현어휘력과 .784, .705, .696, .612의 상관계수를, 자음정확도와 .775, .562, .590, .527의 상관계수를 보여 모두 다소 높거나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 이는 Table 3에서 볼 수 있듯이 기존 음운기억 과제보다 높은 상관계수임을 알 수 있다.
논의 및 결론
연구결과 첫째, 말소리장애 집단은 일반 집단에 비해 음운단기기억, 음운작업기억 모두에서 수행력이 유의하게 낮았다. 둘째, 말소리장애 집단과 일반 집단 모두 시각 자극보다 청각 자극에서, 음운작업기억 과제보다 음운단기기억 과제에서 유의하게 높은 수행력을 보였다. 셋째, 음운단기기억과 음운작업기억 모두에서 시각 자극보다 청각 자극의 수행력이 유의하게 좋았으나, 단기기억의 경우 청각 자극의 이득이 더욱 두드러졌다. 넷째, 집단별 자극 양식과 검사 종류에 따른 수행 양상이 상이하였다(Figure 4). 즉, 일반 집단의 경우 청각 음운단기기억 과제의 수행력이 월등히 좋았고, 이를 제외하고 다른 세 조건 간에는 수행력에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반면 말소리장애 집단의 경우 청각 자극보다 시각 자극에서, 단기기억보다 작업기억에서 수행력이 저하되었고, 청각 단기기억(A-pSTM), 시각 단기기억(V-pSTM), 청각 작업기억(A-PWM), 시각 작업기억(V-PWM) 순으로 수행력이 떨어지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포인팅 음운기억 과제 수행력과 기존 음운기억 과제 수행력, 어휘력, 자음정확도 간에는 모두 유의하게 다소 높거나 높은 상관관계를 나타내었다.
말소리장애 집단이 일반 집단보다 음운단기기억과 음운작업기억 모두에서 낮은 수행력을 보였다는 결과는 여러 선행연구들과 일치한다(Kim & Ha, 2014; Kim, M., 2020; Waring et al., 2017; Yun & Lee, 2020). 순수 말소리장애 아동의 경우 음운단기기억은 일반 아동과 차이가 없다고 보고한 논문 또한 찾아볼 수 있는데(Kim, M., 2020), 이에 대해서는 해당 연구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말소리장애 집단의 이질적 특성, 특히 언어 발달과 관련한 이질적 특성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본 연구의 대상자 선정기준을 살펴보면 일반 집단의 수용 ·표현어휘력은 -1 SD 이상이었던 반면, 말소리장애 집단은 -2 SD 이상으로 그 범위가 상대적으로 넓었다. 대상자 모집 초기에는 말소리장애 집단도 어휘력 수준을 -1 SD로 엄격히 제한했으나 대상자 모집이 여의치 않아, 이후 말소리장애 집단의 기준을 좀 더 관대하게 수정하였다. 단, 통계적으로는 두 집단 간 수용어휘력, 표현어휘력 모두에서 유의한 차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하였다. 즉, 본 연구의 말소리장애 집단에는 약간 지체된 어휘력을 보이는 아동들이 일부 포함되어 있어 대상자 모두가 순수 말소리장애 아동은 아니었고, 따라서 이러한 대상자 특성이 선행연구(Kim, M., 2020)와 다른 결과를 초래했을 수 있다. 그보다는 본 연구에서 간과하면 안 되는 점은 포인팅으로 과제를 실시하였음에도 말소리장애 집단의 수행력이 유의하게 낮았다는 것이다. 즉, 조음산출의 부담을 제거하고 과제를 수행하게 했음에도 여전히 음운기억 수행력이 유의하게 떨어진다는 결과는 말소리장애 집단의 내재된 음운기억 결함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집단 내 변수와 관련하여 음운단기기억보다 음운작업기억에서 수행력이 유의하게 낮았던 것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결과였다. 이보다는 집단 내 자극 양식의 주효과와 자극 양식 및 기억 종류의 상호작용효과에 대해 주목해야 할 것으로, 두 집단 모두 청각 자극보다 시각 자극에서 유의하게 낮은 수행력을 보였다. 자극 양식에 따른 음운기억 수행력을 비교했던 선행연구들에서는 본 연구 결과와 달리 시각 자극의 이득을 보고한 바 있다(Kim, M., 2020; Jeon & Ha, 2021). 이때 주의할 점은 본 연구의 시각 자극과 선행연구의 시각 자극은 ‘본다’는 측면은 동일하지만, 구체적으로는 전자는 ‘그림’을, 후자는 ‘글자’를 의미한다는 큰 차이점이 있다. 즉, 본 연구는 그림에 해당하는 음운정보를 자발적으로 떠올린 후 그것을 순서대로 기억하는 과제임에 반해, 선행연구들은 숫자들을 글자 형태로 보여주고 이를 기억하게 하는 과제였다. 다시 말해 본 연구는 음운정보를 내적으로 떠올려야 하는, 즉 하향적 처리(Top-down processing)를 요하는 과제라면, 선행연구는 음운정보를 외적으로 제시한, 즉 상향적 처리(Bottom-up processing)에 의존한 과제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와 선행연구의 시각 자극은 본질적으로 다른 처리과정을 통해 기억 메카니즘에 도달하는 것으로, 그로 인해 상이한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보인다.
본 연구를 통해 확인된 시각 자극에 대한 낮은 수행력, 이와 관련한 유의한 상호작용효과들을 종합적으로 해석해보면 다음과 같은 결론이 가능하다. 첫째, 집단에 상관없이 그림을 보고 음운정보를 떠올린 후 그것을 기억하는 과제(시각 음운기억 과제)는 소리로 제공된 음운정보를 기억하게 하는 과제(청각 음운기억 과제)보다 어렵다. 즉, 하향적 처리를 요하는 내적 음운기억 과제는 상향적 처리에 의존한 외적 음운기억 과제보다 어려우며, 말소리장애도 예외는 아니다. 애초 포인팅 음운기억 과제에 자극 양식을 다양화한 것은 말소리장애 아동의 취약한 청지각처리 능력으로 인해 음운기억력이 과소평가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함이었으나, 예상과 달리 말소리장애 집단은 청지각처리에 의존하지 않은 시각 과제에서 더욱 어려움을 보였다. 이 또한 말소리장애 집단의 내재된 음운기억 결함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둘째, 자극 양식과 기억 종류 간 상호작용효과를 통해 음운단기기억 과제에서 청각 자극의 이득이 더욱 두드러짐을 알 수 있었고, 더 나아가 집단, 자극 양식, 기억 종류 간 삼요인 상호작용효과를 통해 일반 집단에서 그 이득이 극대화됨에 따라 청각 음운단기기억 과제에서 두 집단 간 격차가 가장 벌어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따라서 두 집단 간 차이를 가장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과제는 청각 음운단기기억 과제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포인팅 음운기억 과제 수행력과 기존 음운기억 과제 수행력, 어휘력, 자음정확도 간에는 모두 유의하게 다소 높거나 높은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음운기억과 어휘력, 자음정확도 간 유의한 정적 상관은 음운기억 용량에 따라 새 어휘 습득과 말소리의 산출능력이 영향을 받는다는 Ahn, Heo와 Seo (2012), Kim과 Ha (2019)의 연구를 지지하는 결과이다. 이는 어휘 발달 및 말소리 발달을 위해서는 음운정보를 보유하고 조작하는 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함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포인팅 음운기억 과제와 기존 음운기억 과제 간에도 높은 정적 상관이 나타났는데, 이 같은 결과에 의해 연구자들이 개발한 포인팅 음운기억 과제의 타당성은 어느 정도 입증된 것으로 보인다. 그보다 흥미로운 점은 기존 음운단기기억과 작업기억 과제보다 포인팅 음운기억 네 하위과제에서 수용어휘력, 표현어휘력 및 자음정확도와 더 높은 상관이 나타났다는 것이다(Table 3). 특히 자음정확도의 경우 기존 음운단기기억 및 작업기억 과제와의 상관계수는 각각 .495와 .645였던 반면, 포인팅 음운기억 과제와는 .527부터 .775로 보다 높은 상관을 보였다. 이 중 자음정확도와 .775의 가장 높은 상관을 보인 과제는 청각 음운단기기억 과제였으며, 이로 인해 청각 음운단기기억 과제 수행력이 말소리 산출에 관여하는 바에 대해 다시 한번 주목하게 된다.
본 연구를 통해 청각 자극을 제시하지 않고 구어 반응을 요구하지 않더라도 말소리장애 아동의 음운기억 과제 수행력은 유의하게 떨어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즉, 말소리장애 아동의 음운기억 과제 수행력 저하는 조음산출의 부담감 또는 청지각처리 능력의 취약함으로 인한 것이 아니며, 음운단기기억과 음운작업기억 자체의 결함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말소리장애 아동과 일반 아동 모두 음운정보를 내적으로 떠올려 기억하는 과제보다 외부 자극을 통해 제공받은 음운정보를 기억하는 과제를 훨씬 쉽게 수행하였다. 특히 일반 아동의 경우 음운정보를 청각적으로 제시하고 이를 단순히 보유하게 하는 청각 음운단기기억 과제에서는 거의 만점에 가까운 수행을 보임으로써 말소리장애 아동과의 격차를 벌렸고, 따라서 청각 음운단기기억 포인팅 과제는 두 집단 간 차이를 가장 명확하게 볼 수 있는 유용한 과제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