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언어발달장애 아동을 위한 비구어 실행기능의 임상적 진단 가능성 탐색
Nonverbal Executive Functioning as Clinical Markers for Culturally Diverse Children with Language Disord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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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배경 및 목적
본 연구에서는 비구어 실행기능(업데이트, 억제조절, 인지적 유연성)이 다문화 아동의 언어적 어려움을 탐지해내는지 알아보기 위해 임상적 진단 가능성을 확인하고자 하였다.
방법
만 4-7세 학령전기 아동의 다문화 아동(일반 아동 24명, 언어발달장애 아동 26명) 총 50명이 참여하였다. 모든 아동이 비구어 실행기능 과제를 수행하였다. 다문화 아동 중 언어발달장애 아동을 식별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판별분석과 ROC curve 분석을 실시하였다.
결과
비구어 실행기능 과제에서 다문화 언어발달장애 아동은 다문화 일반 아동에 비해 일관적으로 부족한 수행을 보였으며, 원 집단 케이스의 총 80.0% (특이도=75.0%, 민감도=84.6%)가 올바르게 분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의 및 결론
본 연구는 더 나은 언어능력을 보이는 아동에게서 실행기능의 이점이 보고된다는 선행연구를 뒷받침한다. 본 연구를 통해 실행기능 수행에 대한 이중언어의 이점을 확인할 수 없었는데, 이는 한국의 다문화 아동이 집 안팎에서 모국어를 사용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가 부족하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다문화 아동이 두 가지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잠재력은 계속해서 격려되어야 한다. 본 연구는 비구어 실행기능 과제를 통해 학령전기 다문화 아동의 언어발달장애를 진단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한 것에 의의가 있다.
Trans Abstract
Objectives
This study attempted to explore the possibility of clinical diagnosis to see if nonverbal executive functions (updating, inhibition, cognitive flexibility) detect language difficulties in culturally diverse children.
Methods
Culturally diverse children [TD (typically developing children)=24, LD (children with language disorder)=26] in the preschool age of 4 to 7 years old participated in this study. All children participated in the nonverbal executive function tasks. Discriminant analysis and ROC (Receiver Operator Characteristic) curve analysis were conducted to confirm whether it is possible to identify children with language disorders among culturally diverse children.
Results
The differences between TD and LD in culturally diverse children’s nonverbal executive function were consistently significant, and a total of 80.0% (specificity=75.0%, sensitivity=84.6%) of the original group cases could be correctly classified.
Conclusion
This study supports previous studies that reported the benefits of executive function in children with better language skills. This study did not reveal the benefits of bilingualism for performing executive functions, which is likely influenced by the lack of sufficient opportunities for culturally diverse children in Korea to speak their native languages both inside and outside their homes. The potential for culturally diverse children to speak two languages should continue to be encouraged. This study is meaningful in identifying the possibility of diagnosing language disorders in culturally diverse children in pre-school age through nonverbal executive functioning tasks.
우리나라 전체 출생아 중 다문화 아동의 비율은 2010년 4.3%에서 2020년 6.0%로 증가하였으며 점차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Ministry of Gender Equality and Family, 2021). 국내 다문화 이주 여성 138,578명 중 동남아에서 결혼을 위해 이주한 여성은 63,271명으로 45%를 차지하며, 이들의 모국어는 한국어에 비해 언어적 지위가 낮고 소수언어로 인식되기 때문에 자녀의 이중언어 환경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다(Yim et al., 2021). 다문화 가정 자녀의 언어습득 패턴에 관한 선행연구에 따르면, 두 언어 중 한 언어의 지위가 낮거나 소수언어일 때 이중언어 사용을 더욱 어렵게 한다고 보고하였다(Fillmore, 1991; Yim, Kim, Han, Kang, & Lee, 2020; Yim et al., 2021). 즉, 우리나라 다문화 가정 어머니의 모국어는 언어적 지위가 높지 않고, 지역사회 내 사용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에 감가적 이중언어 환경(subtractive bilingual environment)에 속한다(Hwang & Kang, 2016). 2021년 전국 다문화 가족실태조사의 ‘가족 내 이중언어 사용’ 항목에 의하면, 자녀의 언어발달을 위해 부모가 가장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는 ‘모국어’ 사용이 최근 10여 년간 지속적으로 강조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2018년에 비해 우리나라 다문화 가정에서는 부모의 모국어 사용 의지가 오히려 감소하였다는 보고가 있었다(Ministry of Gender Equality and Family, 2021). 다문화가족 자녀 중 외국 출신 부모의 언어를 더 잘하는 비율도 3.7%로 2018년 5.9%에 비해 줄어들었다고 보고된다(Ministry of Gender Equality and Family, 2021). 이러한 사회문화적 맥락 속에서 우리나라 다문화 아동은 또래 한국 단일문화 아동에 비해 부 또는 모로부터 상대적으로 양질의 언어적 자극을 못 받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것이 언어 발달장애를 유발하는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Artiles & Klingner, 2006; Lee, Jeon, Hong, & Kim, 2023; Oh, Kim, & Kim, 2009; Yim et al., 2020). 이처럼 우리나라 다문화 아동은 날로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에게 주어진 사회문화적, 언어적 환경은 양질의 언어능력을 갖추기에 또래 단일문화 아동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불리함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Kim, 2011; Cho, 2006).
더불어 다양한 언어적, 문화적 배경을 가진 아동들의 언어발달 장애 여부를 정확하게 식별하는 것 또한 임상 현장에서는 지속적으로 어려운 과업으로 남아있다(Ebert & Pham, 2019). 아동의 언어능력을 평가하는 기존의 접근 방식은 단일언어 아동을 대상으로 성립된 규준과의 비교에 의존하지만, 단일언어 아동의 수행을 통해 수립된 규준으로는 다양한 언어적 맥락 속의 이중언어 아동이나 다문화 아동의 언어적 능력을 평가하기에는 다소 부적절할 수 있다(Hoff & Core, 2015; Kohnert, 2010). 두 가지 이상의 언어에 노출되거나, 부 또는 모가 자신의 모국어가 아닌 언어를 사용할 때 아동들은 개개인마다 이질적인 언어 프로파일을 나타내므로 이들이 받은 언어적 자극의 양과 질이 임상적 진단 정확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Bedore et al., 2018; Castilla-Earls et al., 2016). 즉, 기존의 표준화 언어검사만으로는 다문화 아동의 기능적인 언어문제를 감지하지 못할 수 있다(Bishop et al., 2017; Park et al., 2021). 이처럼 다문화 아동이 국내에 비해 월등하게 많은 국외에서도 다문화 아동의 언어발달 평가는 어려운 과제로 남아있지만, 규준 참조검사를 개선하고 적용대상 집단의 폭을 넓히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으며, 최근 스페인어-영어 이중언어 사용자를 위한 규준 참조검사가 개발되기도 하였다(Peña, Gutiérrez-Clellen, Iglesias, Goldstein, & Bedore, 2018).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 이중언어 사용자를 위한 표준화 언어발달 검사도구가 개발되지 못한 실정이다.
한편, 개념점수(conceptual scoring)는 이중언어 사용자를 위한 단일언어 측정에 대한 편향성이 적은 대안으로 제안되었다(Anaya, Peña, & Bedore, 2018; Gross, Buac, & Kaushanskaya, 2014). 개념점수(conceptual scoring)란, 아동이 적어도 한 가지 언어로 단어를 가지고 있는 개념의 총 수를 고려한다. 예를 들어, 아동이 ‘rice, 집, 콩, bean’이라는 단어를 아는 경우, 어느 단어는 한국어로만 알고, 어느 단어로는 영어로만 알고 있으며, 또 어느 단어는 한국어, 영어 모두 알고 있어도 세 가지 개념(밥, 집, 콩)에 대한 지식을 반영하므로 3점을 받게 된다. 개념점수는 이중언어 아동의 어휘지식을 보다 완전하게 파악할 수 있는 방법으로 경험적 연구에서 지지를 받고 있다(Kan & Kohnert, 2005; Sheng, Peña, Bedore, & Fiestas, 2012).
비단어 따라 말하기(nonword repetition, NWR), 문장 따라 말하기(sentence repetition, SR)의 수행이 하나의 대안적 과제로 대두되어 왔다(Antonijevic-Elliott et al., 2020). NWR은 다양한 사회경제적, 문화적 배경을 가진 아동의 언어장애를 파악하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밝혀진 과제이다(Chiat & Polišenská, 2016; Ellis Weismer et al., 2000). 다른 언어 평가도구에 비해 언어 노출 및 언어별 지식에 덜 의존하고, 특정 단어에 대한 지식보다는 주어진 언어의 음성학적 특성에 기반한 하위 어휘 표현을 형성하는 능력을 측정한다(Boerma et al., 2015). SR 역시 단일언어 및 이중언어 아동의 언어장애 임상 마커로 상당한 잠재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Conti-Ramsden, Botting, & Faragher, 2001; Meir, Walters, & Armon-Lotem, 2016; Thordardottir & Brandeker, 2013). Thordardottir와 Brandeker (2013)의 연구에서 NWR과 SR 모두 아동의 이중언어 사용 여부와 상관없이 이전에 언어장애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던 아동을 정확하게 탐지하는 높은 수준의 민감도를 보였다(NWR=85%, SR=92%). 특이도는 단일언어 및 이중언어 사용 아동 모두에서 NWR이 더 좋았지만, 그 자체로 가장 좋은 민감도를 보인 것은 SR 과제라고 언급하였다(Thordardottir & Brandeker, 2013). 그러나, 이 역시 ‘언어기반의 처리과제’로서 아동에게 제시된 언어적 노출의 양과 질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언어적 경험이 비단어 따라 말하기나 문장 따라 말하기의 수행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증거도 존재한다(Almeida et al., 2017; Windsor, Kohnert, Lobitz, & Pham, 2010). 따라서 언어기반의 처리과제는 언어발달장애 식별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주었지만, 수많은 언어적 배경에 맞게 과제를 개발하고 검증하는 데에는 상당한 부담이 존재한다.
다문화 아동의 능력을 평가할 때 내용 및 언어적인 편향(bias)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적 평가 절차로서 처리기반의 측정(Laing & Kamhi, 2003), 비구어 인지능력의 측정이 언어적으로 다양한 환경에서의 언어발달장애 예측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지에 대해 지속적으로 그 가능성을 탐색해오고 있다(Park et al., 2021). 비언어성 지능에서 정상발달 범주에 속하는 언어발달장애 아동은 심적회전(mental rotation) 과제 등 언어적 개입이 최소한으로 요구되는 다양한 비구어 과제에서 일반 아동에 비해 더 낮은 수행을 보인다(Ebert & Kohnert, 2011; Leonard, 2014; Miller, Kail, Leonard, & Tomblin, 2001). 비구어 과제는 언어적 환경의 영향을 최소화하므로 단일언어 및 이중언어 아동 집단 모두에서 진단 정확도를 향상시킬 수 있었다(Ebert & Pham, 2019). 일반적 인지 메커니즘은 언어 학습과 처리에 기여하는 것으로 가정되며, 비구어적 인지 측정을 통해 언어적 경험과 관계없이 아동의 언어능력을 살펴볼 수 있다(Park et al., 2021). 비구어 과제에서는 비언어적 자극을 사용하며, 인지적 처리 시스템의 측면이 강조되도록 설계되어 있다(Ebert & Pham, 2019). 즉, 언어발달장애 아동의 비구어 인지처리 과제 수행에서 나타나는 미묘하게 느린 처리속도는 이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접하는 언어적 정보, 특히 언어에서도 가장 눈에 띄지 않는 형태소를 처리하는 능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언어발달장애 아동에게 ‘주의력 조절’ 및 ‘억제’ 능력의 결함이 나타나기 때문에 이러한 능력을 비구어적 인지 과제를 통해 측정할 경우 다문화 언어발달장애 아동을 선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제기된다(Ebert & Pham, 2019). 즉, 관련없는 정보를 억제하면서 대상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은 단어의 선택(Thompson-Schill, D’ Esposito, Aguirre, & Farah, 1997), 문장 이해력(Novick, Trueswell, & Thompson-Schill, 2005; Woodard, Pozzan, & Trueswell, 2016)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선행연구들에 따르면, LD 아동은 또래 TD 아동에 비해 전반적으로 청각적 작업기억, 주의력 조절과 같은 실행기능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단일언어 및 이중언어 사용 아동을 단일 그룹으로 지정했을 때에도 언어발달지연을 식별해내는 결과가 그대로 유지되었음을 확인하였다(Ebert & Pham, 2019; Park et al., 2019).
6-10세의 단일언어(영어) 사용 아동 집단과 이중언어(영어, 스페인어) 사용 아동들을 대상으로 비구어 인지처리 과제를 통해 언어 발달장애 식별 여부를 조사한 결과, 높은 특이도 또는 민감도를 보여줄 수 있는 잠재력을 보였다(Ebert & Pham, 2019). 만 8-12세의 학령기 단일언어 및 이중언어 아동을 대상으로 운동기능, 절차적 학습, 실행기능 주의력 및 처리속도를 측정하는 비구어 인지 과제를 통해 각 측정값이 LD 집단과 TD 집단을 얼마나 잘 분리할 수 있는지 살펴보았을 때 언어적 측정과 비언어적 측정의 조합이 단일언어 및 이중언어 집단 모두에서 언어발달장애 유무를 가장 잘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였다. 이러한 연구들을 통해 언어적으로 다양한 환경에서 성장하는 아동 집단에서 비구어 인지 측정을 사용하여 언어발달장애 식별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Park et al., 2021) 즉, 비구어 인지처리 과제가 특히 언어적으로 다양한 집단의 언어발달장애 진단 정확도를 향상시키는 데에 잠재적으로 기여할 수 있었다. 만약, 표준화 언어검사를 통해 다문화 아동이 언어적 오류를 보였거나 저조한 수행을 보임과 동시에 비구어 실행기능 과제를 통해서도 컷포인트보다 느린 수행을 보였다면 언어발달장애 진단을 확인하는 데에 더욱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특히, 표준화 언어검사 시 다문화 아동의 저조한 수행이 단순히 언어적 노출의 양과 질의 차이로 인한 것인지, 근본적인 언어적 결함에 기인하는지 명확하지 않을 경우에 더욱 유용할 수 있다.
언어발달장애 아동의 언어적 어려움을 설명하기 위한 ‘처리용량 제한이론(processing capacity limitation theories)’에 의하면, 주어진 자극을 효율적으로 인식하고 행동하는 능력으로서의 처리속도(Kail & Salthouse, 1994)는 언어처리 및 언어학습의 기초가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정보를 효율적으로 인코딩, 전송 및 찾기를 하는 것과 관련된다. 정보처리속도가 지연되면 새로운 정보를 수용하는 것이 어렵고, 정보 간 간섭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느린 처리속도는 언어능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Park et al., 2020). 또한 종단연구에 따르면, 초기 정보처리속도는 어휘(Fernald, Perfors, & Marchman, 2006) 및 구문(Peter et al., 2019)과 관련되며 후기 언어 능력을 예측하는 것으로 나타난다(Park et al., 2021).
이에 본 연구에서는 다양한 문화적, 언어적 환경에 적합한 언어 발달장애 진단을 위한 잠재적 요인을 탐색하고자 한다. 이러한 접근은 다양한 언어적 경험에 따라 본질적으로 달라지는 각 언어별 특성을 찾기보다는 아동들의 언어적 경험과는 별개로 언어발달장애 진단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보편적인 기능을 찾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다문화 아동들의 비언어적 결함을 고려하게 되었으며, 아동들에게 구어 반응을 요구하지 않는 실행기능 측정치를 통해 세 가지 비구어 실행기능에서의 다문화 집단(일반, 언어발달장애) 간 차이가 유의한지, 다문화 아동 중 언어발달장애가 있는 아동들을 판별해낼 수 있는지 임상적 진단 가능성을 탐색해보고자 하였다. 이에 따른 연구 질문은 다음과 같다.
(1) 세 가지 비구어 실행기능(업데이트, 억제조절, 인지적유연성)에서 다문화 아동(일반, 언어발달장애) 간 차이는 유의한가?
(2) 세 가지 비구어 실행기능(업데이트, 억제조절, 인지적유연성) 변수들을 통해 다문화 아동 중 언어발달장애가 있는 아동을 판별 해낼 수 있는가?
연구방법
연구대상
본 연구에 참여한 다문화 아동은 ‘결혼이민자 및 귀화자 등과의 사이에서 한국에서 출생하여 한국어를 제1 언어로 사용하는 아동’으로 정의한다. 만 4-7세의 다문화 아동(일반 24명, 언어발달장애 26명) 50명이 참여하였다. 비언어성 인지능력(Korean Kaufman assessment battery for children, K-ABC; Moon & Byun, 2003)이 85점(-1 SD) 이상으로 정상발달 범주에 속하며, 주양육자 또는 교사에 의해 임상적 수준의 감각(시청각), 정서행동, 운동발달의 이상을 보이지 않는 아동들을 연구대상으로 하였다.
다문화 일반아동 집단의 평균 월령은 66.92개월(SD=10.53), 다문화 언어발달장애 아동 집단의 평균 월령은 60.62개월(SD=9.32)이었다. 다문화 일반아동 집단의 비언어성 지능 평균은 107.88점(SD=10.74), 다문화 언어발달장애 아동 집단의 비언어성 지능 평균은 98.87점(SD=6.37)이었다.
수용·표현 어휘력검사(Receptive and expressive vocabulary test, REVT; Kim, Hong, Kim, Jang, & Lee, 2009), 수용언어 및 표현언어 척도(Preschool receptive-expressive language scale, PRES; Kim, Seong, & Lee, 2003)에서 일반 아동은 -1 SD 이상, 언어발달장애 아동은 -1.25 SD 미만인 경우로 구분하였다. 위 표준화 검사도구 사용 시 단일언어 측정에 대한 편향성이 적은 대안으로 제시되는 개념점수(conceptual scoring) 측정방법을 사용하였다(Anaya et al., 2018; Gross et al., 2014). 즉, 두 언어 중 어느 하나라도 개념을 가지고 있다면 점수를 부여하는 방법이다. 본 연구에 참여한 이중언어 사용 아동의 경우, 모국어로 알고 있는 개념들의 경우 모두 한국어 개념으로도 가지고 있어 총점의 변화가 없음을 확인하였다. 다문화 일반 아동 집단의 수용어휘 점수는 63.35점(SD=14.11), 표현어휘 점수는 61.85점(SD=6.37), 수용언어 점수는 45.38점(SD=9.93), 표현언어 점수는 45.21점(SD=6.53)이었다. 다문화 언어발달장애 아동 집단의 수용어휘 점수는 37.62점(SD=13.63), 표현어휘 점수는 41.23점(SD=15.12), 수용언어 점수는 36.96점(SD=7.02), 표현언어 점수는 33.08점(SD=7.74)이었다. 두 집단의 어휘 및 언어능력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다른 지 확인하기 위해 독립표본 t검정을 실시한 결과, 다문화 일반 아동 및 언어발달장애 아동 집단의 수용어휘, 표현어휘, 수용언어, 표현언어 모두에서 집단 간 차이가 유의함을 확인하였다(p<.01).
다문화 아동 가정의 사회경제적지위(어머니 교육연수)와 언어적 맥락을 조사한 결과, 다문화 일반 아동 어머니의 교육연수는 초등학교 졸업 2명(8%), 중학교 졸업 4명(17%), 고등학교 졸업 9명(38%), 대학교 졸업 6명(25%), 대학원 졸업 2명(8%), 무응답 1명(4%)였고, 다문화 언어발달장애 아동 어머니의 교육연수는 초등학교 졸업 3명(12%), 중학교 졸업 5명(19%), 고등학교 졸업 10명(38%), 대학교 졸업 6명(23%), 무응답 2명(8%)이었다.
다문화 일반 아동의 언어사용 맥락은 단일언어 사용(한국어만 사용)이 15명(62.5%), 이중언어 사용(어머니 언어+한국어)이 9명(37.5%)이었고, 다문화 언어발달장애 아동의 언어사용 맥락은 단일 언어 사용(한국어만 사용)이 12명(46%), 이중언어 사용(어머니 언어+한국어)이 14명(54%)이었다. 이에 대한 내용을 Tables 1과 2에 제시하였다.
연구과제
아동은 세 개의 비구어 실행기능 과제(업데이트, 억제조절, 인지적유연성)에 참여하였으며, 과제 정확도는 모두 정반응 1점, 오반응 0점으로 계산한 후 백분율(%) 점수로 산출하였다.
업데이트 과제
본 연구에서 비구어 업데이트 능력을 측정하기 위한 과제로 n-back test (Im-Bolter, Johnson, & Pascual‐Leone, 2006; Yang & Gray, 2017)를 참고하여 제작하였다. 이는 Yang과 Gray (2017)의 연구에서 학령전기의 만 4-5세 아동을 대상으로 시각적 업데이트 능력을 측정하기 위해 해당 과제를 사용한 것에 근거하였다.
업데이트 과제는 대상 아동에게 노트북 모니터(29.6×17.5 cm)를 통해 검정색 바탕 위에 하얀색 3×3 매트릭스를 제시한다. 총 9개의 정사각형 중 3,000 ms 동안 제시되는 한 개의 초록색 정사각형의 위치를 기억했다가 다음으로 제시되는 초록색 정사각형의 위치가 직전 자극과 일치하면 O, 달라지면 X 버튼을 누른다. 현재 맥락에서 유용한 정보는 계속 유지하고, 불필요한 정보는 억제하는 능동적 처리가 요구된다. 자극 간 간격(Inter stimulus interval, ISI)은 2,000 ms로 설정하였다. 총 문항 수는 50개이며, 문항의 50%인 25개는 O, 문항의 50%인 25개는 X가 정반응인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연구과제 제시의 예를 Figure 1에 제시하였다.
억제조절 과제
본 연구에서 비구어 억제조절 과제는 flanker task (Eriksen & Eriksen, 1974)를 기반으로 제작하였다. Eriksen이 고안한 flanker task는 일렬로 제시되는 5개의 자극 중 가운데 목표자극(target)의 화살표 머리 방향에 따라 반응하는 것이 요구되는데, 본 연구에서는 학령전기 연구 대상자에게 적합하도록 돌고래 그림을 삽입하여 돌고래의 입이 향하는 방향으로 반응할 수 있게 하였다. 예를 들어, 돌고래의 입이 왼쪽을 향하면 ←, 오른쪽을 향하면 → 버튼을 눌러야 한다. 즉, 4개의 방해자극(distracter)이 가운데의 목표자극(target)과 인접하여 있으므로, 방해자극을 적절히 억제하면서 목표자극에 집중해야 한다. 총 문항 수는 50개이며, 40% (20개)는 방해자극과 목표자극이 일치하는 조건(congruent), 문항의 40% (20개)는 방해자극과 목표자극이 불일치하는 조건(incongruent), 그리고 나머지 20% (10개)는 반응하지 않을 것이 요구되는 조건(Nogo) 으로 구성되어 있다. 연구과제 제시의 예를 Figure 2에 제시하였다.
인지적유연성 과제
본 연구에서의 비구어 인지적유연성 과제는 차원전환카드분류 과제(The dimensional change card sort; Zelazo, 2006)를 참고하여 제작하였다. 인지적유연성 과제의 경우, 색깔게임인 기본단계 1(pre shifting)의 버튼 누르기 단계를 지나, 곧바로 규칙이 모양게임으로 전환하여 기본단계 2 (post shifting)의 수행을 진행하며, 마지막으로 이중규칙이 적용되는 심화단계(advanced shifting)에서 기본단계 1과 2에 적용되었던 두 가지 규칙이 무작위로 적용되었다. 즉, 본 연구에서 인지적 유연성의 경우, 기본단계 2 (post shifting)와 심화 단계(advanced shifting)에서의 두 가지 측정치를 살펴보았다. 연구과제 제시의 예를 Figure 3에 제시하였다.
자료분석 및 결과처리
두 집단의 실행기능의 차이를 살펴보기 위해 독립표본 t-검정을 실시하였으며, 다문화 아동 중 언어발달장애가 있는 아동들을 판별해낼 수 있는지 확인하고자 판별분석(Discriminant analysis) 및 Receiver operator characteristic (ROC) 분석을 실시하였다. 통계분석 및 자료처리에는 SPSS ver. 25 (SPSS Inc., Chicago, IL, USA)가 사용되었다.
연구결과
비구어 실행기능에서의 집단 간 수행 차이
비구어 실행기능 세 가지(업데이트, 억제조절, 인지적유연성) 과제 수행에 대해 다문화 일반 아동 및 언어발달장애 아동 집단 간 수행 능력의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한지 확인하기 위해 독립표본 t-검정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 업데이트 과제에서 다문화 일반 아동 집단의 수행점수(M=68.17, SD=21.43)는 다문화 언어발달장애 아동 집단의 수행점수(M=49.62, SD=18.63)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더 높았다(t=3.273, p<.01). 억제조절 과제에서도 다문화 일반 아동 집단의 수행점수(M=68.54, SD=33.90)는 다문화 언어발달장애 아동 집단의 수행점수(M=47.31, SD=27.47)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더 높았으며(t=2.422, p<.05), 인지적유연성 과제에서도 다문화 일반 아동 집단의 post shifting 조건 수행점수(M=52.00, SD=41.45)는 다문화 언어발달장애 아동 집단의 수행점수(M=12.85, SD=28.74)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더 높았고(t=3.851, p<.01), 다문화 일반 아동 집단의 advanced shifting 조건 수행점수(M=56.58, SD=18.71)는 다문화 언어발달장애 아동 집단의 수행점수(M=46.85, SD=12.91)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더 높았다(t=2.125, p<.05). 이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을 Table 3에 제시하였다.
비구어 실행기능 수행 변수를 통한 언어발달장애 진단 가능성 탐색
비구어 실행기능 수행 변수(업데이트, 억제조절, 인지적유연성의 두 가지 조건- postshifting, advanced shifting)를 통한 언어발달장애 진단 가능성을 탐색하고자 판별분석(Discriminant analysis)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일반 아동을 일반 아동으로 판별하는 특이도 (specificity)는 75.0%, 언어발달장애 아동을 언어발달장애 아동으로 판별하는 민감도(sensitivity)는 84.6%로 원 집단 케이스 중 총 80.0%가 올바르게 분류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χ2 =20.920, p=.034). Plante와 Vance (1994)의 연구에 의하면, 민감도와 특이도가 90% 이상일 때 ‘좋은(good) 판별’, 80-89%에 속할 때 ‘타당한(fair)’ 판별로 해석할 수 있다고 보았으므로 이에 근거한다면 ‘타당한(fair)’ 판별에 속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한 세부 결과는 Table 4와 같다.
위에서 실시된 판별분석 결과를 토대로 비구어 실행기능 과제의 언어발달장애 여부를 가장 잘 변별하는 최적 절단점을 확인하기 위해 ROC 분석을 실시하였다. Area under the curve (AUC)는 실제 임상 상태에 대한 예측을 보여주는 것으로, 곡선 아래 면적 값을 계산하는 것이다. 즉, AUC가 .5일 때 예측 값이 없음을 의미하고, AUC가 1.0에 가까울수록 좋은 예측값을 나타낸다는 의미이다. 이에 AUC 면적이 넓은 조건을 확인하였을 때, 비구어 업데이트 .748 (p=.003), 비구어 인지적유연성 중 ‘post’ 조건(post shifting) .741 (p=.003), 비구어 억제조절 .688 (p=.003), 비구어 인지적유연성 중 ‘advanced’ 조건(advanced shifting) .662 (p=.050) 순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한 ROC curve는 Figure 4에 제시하였다.
논의 및 결론
본 연구에서는 아동들에게 구어 반응을 요구하지 않는 실행기능 측정치를 통해 세 가지 비구어 실행기능에서의 다문화 집단(일반, 언어발달장애) 간 차이가 유의한지, 다문화 아동 중 언어발달장애가 있는 아동들을 판별해낼 수 있는지 임상적 진단 가능성을 탐색해보고자 하였다.
비구어 실행기능(updating, inhibition, post shifting, advanced shifting) 변수에 대한 집단 간 차이를 확인한 결과, 모든 하위 과제에서 다문화 언어발달장애 아동은 또래 다문화 일반 아동에 비해 유의하게 낮은 수행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언어를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아동에게서 실행기능의 이점이 보고된다는 선행연구를 뒷받침하는 결과이다(Adesope, Lavin, Thompson, & Ungerleider, 2010). Henry, Messer와 Nash (2012)의 연구에서 언어발달장애 아동들은 작업기억, 억제, 계획 등 다양한 실행기능 과제에서 어려움을 보였으며, 이 어려움은 아동들의 구어능력을 통제하였을 때에도 여전히 유의하여 실행기능의 광범위한 영역-일반적(domain-general) 어려움이 확인되었다. 언어발달지연 유무에 따라 과제 수행에 불리함이 최소화되도록 구어반응 요구가 없는 비구어 기반의 과제를 사용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언어발달장애 아동은 구어기반의 실행기능에서 부족한 수행을 보일 뿐 아니라 비구어적인 시각적 실행기능 과제에서도 어려움을 보인다는 선행연구가 다수 존재한다(Henry et al., 2012; Marton, Campanelli, Scheuer, Yoon, & Eichorn, 2012). 본 연구에서도 다문화 언어발달 장애 아동들이 구어 반응을 요구하지 않았던 비구어 실행기능 과제에서 일관적으로 부족한 수행을 보였다.
실행기눙의 세부 영역을 살펴보면, 업데이트(updating) 과제를 적절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제시되는 시각적 정보 중 필요한 정보를 유지시키고, 방해되는 정보의 활성화를 억제시키는 능동적 처리가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Jung, Luvsantseren, & Min, 2024). 그러나, 언어발달장애 아동의 경우 실시간으로 변하는 시공간적 색깔 정보에 대해 효율적인 처리가 어려워 비언어성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업데이트 과제 수행 시 유의하게 부족하였음을 알 수 있다(Im-Bolter et al., 2006). 억제(Inhibition)의 경우 언어발달장애 아동이 일반아동에 비해 정지신호과제(Stop signal task, SST)에서 우세반응을 억제하는 것에 어려움을 보였다고 보고하였다(Finneran, Francis, & Leonard, 2009). Kane과 Engle (2003)은 억제능력을 측정하는 간섭과제는 작업기억 용량과도 밀접하게 관련되는데 언어발달장애 아동은 작업기억의 요구가 더 많을수록 억제 과제에서 더 부족한 수행을 보일 수 있다고 언급하였다. 실제로 현재 맥락에서 불필요한 정보를 억제하는 과정은 작업기억 내에서도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역량으로, 이러한 능력에서 다문화 언어발달장애 아동이 어려움을 보였을 것으로 보인다(Ecker, Lewandowsky, & Oberauer, 2014). 전환(Shifting)의 경우 앞서 제시된 규칙으로 인한 간섭을 억제하지 못하고 새로운 규칙으로 전환되었음을 연구자가 아동에게 알렸음에도 불구하고 다문화 언어발달장애 아동들이 이전 규칙을 지속적으로 따르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결국 언어발달장애 아동 집단의 전환능력의 취약성을 확인할 수 있는 결과이다(Marton et al., 2012; Yang & Gray, 2017).
또한, 두 가지 언어를 공평하게 사용할 때에도 실행기능의 이점이 나타난다고 언급한 선행연구에서 ‘이중언어 사용의 인지적 이득’을 언급하며, 이중언어 사용 시 개인의 생각과 행동을 조절하는 정보 처리 과정으로서의 ‘집행기능’에서 특히 그 이득이 두드러진다고 제안하였다(Bialystok & Martin, 2004; Engel de Abreu, Cruz-Santos, Tourinho, Martin, & Bialystok, 2012; Jung et al., 2024; Yang, Hartanto, & Yang, 2016). Adaptive Control Hypothesis (Green & Abutalebi, 2013)에 따르면, 이중언어 사용자는 일상에서 언어활동을 하는 맥락에 따라 이중언어 사용으로 인한 인지적 이득이 달라진다고 언급하였다(Jung et al., 2024). 실제로 이중언어 사용의 인지적 이득은 집행기능의 세 가지 하위기능인 업데이트(Bialystok, Craik, & Luk, 2008), 억제조절(Martin-Rhee & Bialystok, 2008), 과제 간 전환 또는 인지적유연성(Prior & MacWhinney, 2010; Wiseheart, Viswanathan, & Bialystok, 2016)에서 모두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된다. 그러나, 이중언어 사용의 인지적 이득을 확인하지 못한 선행연구(Paap & Greenberg, 2013; Paap, Johnson, & Sawi, 2014; Timmermeister, Leseman, Wijnen, & Blom, 2020) 또한 존재하므로 이중언어 사용으로 인한 집행기능의 이득 여부에 대한 논쟁은 지속되고 있다. 본 연구에서 다문화 아동 어머니의 출신국가를 살펴보면 베트남, 중국, 필리핀, 태국, 캄보디아 등으로 한국 사회에서 모국어의 지위가 상대적으로 낮다. 이로 인해 국내 다문화 아동 및 부모들은 이중언어에 노출되더라도 이중언어 사용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뚜렷한 이점을 찾지 못할 수 있으며, 아동을 둘러싼 맥락에서 적극 활용할 의지가 감소한다면 가정 내 언어결핍은 두드러질 수 있다. 실제로 국내 다문화 아동의 경우 이들의 모국어가 가정 밖에서 사용될 기회를 충분히 누리지 못할 수 있다(Arizmendi et al., 2018). 이와 같이 각 다문화 아동들의 다양한 언어적 환경을 고려하였을 때, 이들이 두 언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이점이 실질적으로 부모들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되어야 하며, 두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잠재력은 가정 안밖에서 모두 격려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다문화 아동들은 가정에서의 언어(특히, 소수언어)를 선택하였을 때 사회적 장벽과 마주하게 되고, 이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Diamond & Lee, 2011; Pechtel & Pizzagalli, 2011). 한국 사회에서는 모국어보다는 한국사회의 맥락에서 통용되는 한국어로 말하기를 선택하면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덜 마주하게 된다. 그러나, 환경적으로 불완전한 한국어 자극(예: 적은 어휘, 적절한 조사의 생략, 단순한 구문구조 등)이 다문화 언어발달장애 아동들의 낮은 실행기능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즉, 다문화 아동들이 가정 내에서 자연스럽게 이중언어 환경에 노출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실행기능이 이중언어 아동만큼 발달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이중언어 사용으로 인한 실행기능 이점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이중언어 사용자의 언어사용 맥락의 특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Kang & Yim, 2022). 두 언어를 장기간 유창하게 구사해왔을 때 두 언어 중 하나를 활성화시키고 또 다른 하나를 억제시키는 경험을 통해 인지적 이득은 극대화된다(Struys, Duyck, & Woumans, 2018). 따라서 이중언어 사용의 인지적 이득은 두 언어를 장기간 사용해온 경험, 두 언어에 대한 능숙도에 따라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Jung et al., 2024; Privitera, Momenian, & Weekes, 2022).
비구어 실행기능(업데이트, 억제조절, 인지적유연성) 과제 수행 변수들을 통해 원 집단 케이스 중 총 80.0%가 바르게 분류되었는 데, 특히 언어발달장애가 없는지 판단하는 것보다 언어발달장애가 있는가 여부를 확인하는 데에 비구어 실행기능의 기여가 더 높은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표준화 언어검사로 언어능력을 평가하는 접근 방식은 단일언어 아동을 대상으로 성립된 규준과의 비교에 의존하는 것으로, 다양한 언어적 맥락 속에 속한 아동의 언어능력을 평가하기에는 다소 부적절할 수 있다(Hoff & Core, 2015; Kohnert, 2010). 즉, 이중언어 아동이 실제로 언어발달장애가 있는지 또는 이중언어 노출로 인한 불리함이 있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Park et al., 2021). 비언어적 실행기능 측정은 일반적 인지 접근에 의한 것이며, 이러한 일반적 인지 메커니즘은 언어학습과 처리에 기여한다(Park et al., 2021). 선행연구에서 언어발달장애 아동은 비언어적 영역에서 어려움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므로, 비언어적 인지 측정을 통해 언어적 경험과 관계없이 아동의 언어능력을 살펴볼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연구의 제한점으로는 1) 비구어 실행기능이 연구의 주요 변수임에도 불구하고 다문화 일반 아동 및 언어발달장애 아동의 비언어성 지능 평균 차이가 나타나며, 이를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고 판단되므로 해석에 유의하여야 한다. 다만, 대상자 선정 시 두 집단의 비언어성 인지능력이 정상발달 범주(-1 SD 이상)에 속하는지 여부가 선별의 조건이었고, 이 조건에 충족한 아동들이 연구대상에 포함되었음을 밝힌다. 2) 표준화 검사도구만으로 다문화 아동의 언어적 문제를 면밀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 선행연구들을 통해 제기되었으나, 본 연구의 대상자 선정 과정 시 REVT, PRES 등 표준화 언어검사만을 실시하였다는 한계점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점을 보완하고자 표준화 언어검사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이중언어 사용자를 위한 측정 시 편향성이 적은 대안으로 제안되는 개념점수(conceptual scoring) 방법을 사용하였다. 추후 연구에서는 다문화 아동들을 평가할 때 표준화 검사 이외에 효과적인 도구로 밝혀진 NWR, SR 등의 과제도 함께 실시된다면 더 적절한 대상자 선별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 본 연구에서 표본의 크기가 총 50명으로, 향후 더 큰 표본을 사용하여 본 연구결과가 지속되는지 확인되어야 할 것이다.
다문화 사회로 빠르게 변화하는 우리나라 맥락 속에서 다문화 아동들의 언어발달 문제를 또는 언어문제 잠재력을 조기에 발견하고, 적기에 중재가 들어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선행연구에서는 청소년기(8학년)의 높은 연령대에서 비언어적 처리능력이 언어발달장애를 확인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밝혔으나(Park, Miller, & Mainela-Arnold, 2015), 본 연구에서는 비언어적 실행기능 과제를 통한 일반적 인지처리 접근이 학령전기의 다문화 아동들의 언어발달장애 진단 가능성을 확인한 것에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