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열음과 비음이 여러 모음 자질에 동화되는 말소리장애 사례
Cases with Speech Sound Disorders Assimilating Plosives and Nasals to Various Vowel Fea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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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배경 및 목적:
조음치료의 효율성을 증대시키기 위해서는 말소리 오류에서 동시조음 영향을 파악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말소리 장애 아동의 구체적인 동시조음 현상에 대해서 후행 모음의 혀 위치 영향 외에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이에 파열음과 비음에 다양한 오류패턴을 보인 말소리장애 사례를 통해 동시조음 증상에 대해 좀더 자세히 살펴보았다.
방법:
파열음과 비음에 조음방법이나 조음위치 오류가 3가지 이상 일관되게 나타났던 2-4세의 원인 불명의 말소리장애 아동 4명을 대상으로 하였다. 공식 검사 및 자유 대화에서 300음절 이상의 말소리 샘플을 수집하여, 파열음과 비음에 대하여 자질 정확도를 분석하고 음운 문맥에 따른 오류패턴의 출현율을 분석하였다.
결과:
대상 아동은 같은 파열음과 비음에도 다양한 오류가 일관되게 나타났고 이들의 오류패턴은 모음 자질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그 구체적인 증상은 다음과 같다. 혀 위치 자질이 연구개음의 전방화, 치경음의 연구개음화, 양순음의 치경음화에 영향을 미쳤다. 입술 모양 자질이 양순 음화에 영향을 미쳤다. 혀 높이 자질이 후비강음화에 영향을 미쳤다. 구강 공명 자질이 탈비음화에 영향을 미쳤다.
논의 및 결론:
말소리장애 아동은 모음 자질에 따라 동일한 자음에 다양한 오류패턴이 나타날 수 있었다. 본 연구는 음운 분석 시 다양한 모음 문맥을 고려하여 말소리 오류의 동시조음 영향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함을 보여주었다.
Trans Abstract
Objectives:
To enhance the efficiency of treatment, it is important to understand the influence of coarticulation on speech errors. However, there is little Korean research on coarticulation for speech sound disorders beyond the influence of vowel tongue position. This research examines detailed coarticulatory phenomena in various error patterns with plosives and nasals.
Methods:
Data was collected from 4 children, between the ages of late 2 to middle 4, with speech sound disorders with more than 3 consistent manner or place change patterns in plosives and nasals. The speech samples were collected from a formal word test and spontaneous conversation. Plosives and nasals in the samples were analyzed for percentage of feature retention and percentage of error patterns according to phonological contexts.
Results:
The various phonological error patterns showed on the same consonant. They were influenced by the following vowel features. Velar fronting, velarization, and alveolarization were influenced by horizontal tongue position. Labialization was influenced lip rounding, posterior nasal frication was influenced by vertical tongue position. Denasalization was influenced by oral resonance.
Conclusion:
These children with speech sound disorders demonstrated various phonological error patterns according to the aforementioned vowel features. The present study showed that it is important to analyze vowel contexts to understand the effect of coarticulation on speech errors.
연결된 말은 음운의 단순 나열이 아니며, 앞뒤 말소리가 상호작용하면서 산출된다. 이때 특정 음운 특성이 인접한 음운 특성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를 동시조음(coarticulation)이라고한다. 우리는 동시조음으로 인해 연결된 말에서 빠른 말소리를 쉽게 산출할 수 있다.
동시조음에는 다양한 유형이 있다(Kent, 2013; Shriberg & Kent 2003). 영향을 미치는 방향에 따라 유지적(retentive) 동시조음, 예기적(anticipatory) 동시조음, 혼합적(blending) 동시조음으로 나눌 수있다. 유지적 동시조음은 특정 음운 특성이 뒤따르는 음운에까지 확산되는 현상을 말하고, 예기적 동시조음은 특정 음운 특성이 앞 음운에 미리 확산되는 현상을 말하며, 혼합적 동시조음은 인접한 두 음운의 특성이 겹치는 현상을 말한다. 비음 뒤 모음이 비음화되는 현상, 원순모음 앞 자음이 원순음화되는 현상, 영어의 자음군에서 인접한 자음의 조음동작이 서로 겹치는 현상을 각각의 예로 들 수 있다.
동시조음은 인접한 음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에 따라 음성 차원의 동시조음과 음운 차원의 동시조음으로 나눌 수 있다(Shin & Cha, 2003). 예를 들어, 우리말에서 무성파열음 /ㄱ/는 뒤에 유성음이 오면 유성음화된 변이음으로 산출되지만(예: 구구→[kugu]), 뒤에 비음이 오면 비음으로 바뀌어 산출된다(예: 국물→[궁물]). 또 다른 예로 우리말에서 치경음 /ㅅ,ㅆ/는뒤에모음 /ㅣ/가 오면 조음 위치가 경구개로 이동된 변이음으로 산출되지만(예: 시소→[ɕiso]), 치경음 / ㄷ,ㅌ/는 뒤에 조사 ‘이’가 오면 경구개음으로 바뀌어 산출된다(예: 같이→[가치]). 동시조음의 정도는 언어마다 다르지만 한 언어 내에서는 매우 규칙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각 언어마다 두 종류의 동시조음을 변이음 규칙과 음운 규칙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동시조음의 정도는 언어뿐만 아니라 개인에 따라서도 다르게 나타난다. 특히 조음기관의 운동성이 떨어지는 아동은 변이음 차원으로 동시조음 되어야 하는 말소리가 음운 차원으로 동시조음 되어 음운 오류를 나타낼 수 있다. 우리말의 음운 발달에서 자주 언급되는 동시조음 오류는 어중의 자음연쇄에서 종성의 조음 위치가 뒤에 오는 초성의 조음 위치에 동화되는 현상이다(Kim, 2006; Kim & Ahn, 2004). 우리말에서는 양순음과 연구개음, 치경음과 양순음, 치경음과 연구개음의 연쇄에서만 이러한 조음 위치 동화를 허용하며(예: 감기→[감기~강기], 신발→[신발~심발], 친구→[친구~칭구]), 양순음과 치경음, 연구개음과 양순음, 연구개음과 치경음의 연쇄에서는 이러한 조음 위치 동화를 허용하지 않는다(예: 만두, 공부, 콩나물). 그러나 2세 일반 아동의 95%, 3세 일반 아동의 25%가 동화되지 말아야 하는 연쇄에서도 종성이 초성의 조음 위치에 동화되는 오류를 보였으며, 이러한 현상은 만 4세 후반이 되어서야 사라졌다.
임상적으로 가장 많이 보고된 조음장애 아동의 동시조음 오류는 자음이 모음에 동화되는 현상이다. 가장 많이 보고된 오류가 전설모음 앞에서의 연구개음 전방화다. Kim과 Pae (2002) 연구에서는 연구개음의 전방화를 보인 24명의 기능적 조음음운장애 아동 중 14명이 전설모음 앞에서만 오류를 나타내었고, Kim과 Lee (2010) 연구에서도 연구개음의 전방화를 보인 34명의 기능적 조음음운장애 아동 중 14명이 전설모음 앞에서만 오류를 나타내었다. 모음의 영향으로 인한 또 다른 동시조음 현상으로 연구개음화와 양순음의 치경음화를 들 수 있다. Kim과 Lee (2010)는 연구개음화를 보인 6명의 기능적 조음음운장애 아동 중 4명이 후설모음 앞에서만 오류를 보였다고 하였고, Kim (1997)은 양순음의 치경음화를 보인 4명의 기능적 조음음운장애 아동이 모두 /ㅣ/ 모음 앞에서만 오류를 보였다고 하였다.
그러나 지금까지 보고된 발달 및 임상 증상들은 모두 모음의 혀 위치 자질이 자음의 조음 위치를 변화시키는 오류였다. 본 연구에서는 파열음과 비음의 조음방법이나 조음 위치에 3가지 이상의 오류가 일관되게 나타났던 원인 불명의 말소리장애 사례를 대상으로 문맥에 따른 오류패턴 출현율의 차이를 분석하여, 모음의 자질이 구체적으로 자음의 조음방법이나 조음 위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고자 하였다.
연구 방법
연구 대상
원인이 불분명한 말소리장애 아동 중 다음 조건에 부합하는 아동 4명을 대상으로 하였다. (1) 문장으로의 대화가 활발하나 발음 부정확으로 의사전달이 안된다는 호소로 방문하였고, (2) 부모 면담에서 특이한 병력, 가족력, 발달력은 없었다고 보고되었으며, (3) 언어 공식 검사(‘취학전 수용 및 표현언어 척도’ 또는 ‘수용-표현 어휘력 검사’)에서 언어 이해 및 표현이 정상 범주에 속하였고, (4) 조음음운 공식 검사(‘아동용 발음평가’)에서 조음음운 산출이 백분위 1%ile 미만에 속하면서 파열음과 비음에 3 종류 이상의 조음방법이나 조음 위치 오류가 일관되게 나타났으며, (5) 설소대 단축증이나 편도 비대증 등 구강 구조나 기능에 문제가 없고 오류 음소에 대한 청각적 변별에도 문제가 없는 아동으로 선정하였다. 연구 대상 아동의 연령은 2세 후반-4세 중반에 해당하고, 성별은 남아 3명과 여아 1명이었다.
연구 방법
자료 수집
‘아동용 발음평가’(Assessment of Phonology & Articulation for Children, APAC; Kim, Pae, & Park, 2007)와 자유 대화를 통해 말 자료를 수집하였고, 음운 오류패턴의 정확한 파악을 위해 무의미 음절 검사도 실시하였다. 그리고 APAC에서의 37개 단어와 자유 대화에서의 연속 100어절 이상을 합하여, 아동마다 300음절 이상의 자료를 전사하였다. 이때, 동일한 발화나 어절은 3번까지만 포함시켰다. 전사는 생략과 대치를 중심으로 한글로 음운 전사를 하였고, 왜곡은 목표음 옆에 구별기호를 쓰거나 위첨자로 왜곡의 경향을 표기하였다. 특히 대상 아동 2명에게서 관찰되었던 후비강음은 [Δ]로 표기하였다. 후비강음이란 장애음 조음 시 혀를 [ㅇ]의 조음점에 위치시키고, 연인두를 불완전하게 폐쇄한 상태에서 후비강쪽에서 기류를 방해하면서 나는 소리를 의미한다(Peterson-Falzone, Hardin-Jones, Karnell, & McWilliams, 2001). 임상경력 6년 차인 1급 언어치료사가 연구자가 전사한 자료를 보면서 전사에 대한 일치 여부를 살펴보도록 한 결과, 아동마다 97% 이상의 일치율을 보였다.
자료 분석
음운 오류 파악 시 성인의 표면형 발음과 아동의 표면형 발음을 비교하여 분석하였으며, 일반인에게 허용되는 조음 위치 동화(예: 신발→[심발], 하는 거→[하능거]), 동위치 장애음탈락(예: 안갖고 →[앙가꼬], /ㅎ/ 탈락(예: 필요해→[피료애]), /ㄹ/ 탈락(예: 비켜줄께 →[비켜주께])은 오류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그리고 파열음과 비음에 대해 정확도를 분석하였다. 이때 목표 자질만을 고려하여 정확도를 산출하였다. 즉, 초성과 종성의 정확도는 어떤 자음이든지 산출되기만 하면 정확한 것으로 간주하였고, 파열음과 비음의 정확도는 조음 위치나 발성유형은 고려하지 않고 자음의 조음방법만 고려하여 정반응을 판단하였으며, 양순음과 치경음과 연구개음의 정확도는 조음방법이나 발성유형은 고려하지 않고 자음의 조음위치만 고려하여 정반응을 판단하였다. 예를 들어 ‘배’를 [대]로 발음하였다면 비록 양순 자질은 정확하지 않으나 파열 자질은 유지되므로 파열음은 정조음한 것으로 분석하였고, ‘배’를 [매]로 발음하였다면 비록 파열 자질은 정확하지 않으나 양순 자질은 유지되므로 양순음은 정조음한 것으로 분석하였다. 생략 오류는 조음방법 자질과 조음 위치 자질을 모두 오조음한 것으로 분석하였다. 자질 정확도는 ‘(정조음한 자질 수/목표 자질 수)×100’으로 계산하였다.
정확도가 90% 이하인 자질에 대해서 오류패턴을 분석하였다. 오류패턴의 파악은 APAC 매뉴얼(Kim et al., 2007)에서 제시한 기준을 바탕으로, 분절음변화(segment-change) 오류와 전체단어(whole-word) 오류로 나누어서 분석하였다. 그리고 조음 위치 오류는 구체적으로 정의하였다. 즉, 치경음화는 치경음이 아닌 자음이 치경음으로 대치되는 현상으로 정의하지 않고, 연구개음이 치경음으로 대치되는 전방화 현상은 연구개음의 전방화로 명명하고, 양순음이 치경음으로 대치되는 후방화 현상만 치경음화로 명명하였다(Figure 1). 각 음운 오류패턴의 정의와 대상 아동에게서 관찰된 예는 Appendix 1에 제시하였다. 그리고 각 오류패턴에 대해 음운 문맥에 따른 출현율을 제시하였다. 오류패턴의 출현율은 ‘(오류패턴의 출현 빈도/오류패턴의 기회 수)×100’으로 계산하였다.
연구 결과
아동 4명에 대한 파열음과 비음의 자질 정확도는 Table 1과 같다. 90%의 정확도에 미치지 못한 정확도를 굵게 표시하였다. 오류패턴의 출현율은 음운 문맥에 따라 Table 2와 같이 정리하였으며, 20% 이상의 출현율을 굵게 표시하였다. 아동별 음운 증상은 다음과 같다.
사례 A
사례 A는 2세 후반 남아로, 자음정확도는 19.1%였다. 초성과 종성의 정확도는 각각 81.8%와 52.5%로, 초성 생략과 종성 생략이 모두 나타났다. 조음방법 측면에서 파열 자질의 정확도는 90% 이상인데 비해 비음 자질의 정확도는 19.9%로 현저히 낮았고, 이와 관련하여 탈비음화 오류가 빈번하였다. 문맥 분석 결과, 어두와 어중에서만 파열음으로의 대치 오류가 빈번하였다(예: 먼저, 눈→[뻐꺼, 끄]).
조음 위치 측면에서 양순 자질의 정확도는 100%인데 비해, 치경 자질과 연구개 자질의 정확도는 17.4%와 71.2%였다. 흥미롭게도 연구개음이 치경음으로 대치되는 전방화 오류와 치경음이 연구개음으로 대치되는 연구개음화 오류가 동시에 나타났다. 문맥 분석 결과, 연구개음의 전방화는 전설모음 앞에서만 일어났고, 연구개음화는 주로 후설모음 앞에서 일어났다. 치경음과 연구개음의 음절 모방 검사 시 전설모음 앞에서는 모두 치경음으로 산출하고, 후설모음 앞에서는 모두 연구개음으로 산출하기 때문에, /ㄷ/ 음절과 /ㄱ/ 음절을 모두 [띠, 떼, 까, 꺼, 끄]로 모방하였다.
사례 B
사례 B는 3세 중반의 여자 아동으로, 자음정확도는 28.3%였다. 초성과 종성의 정확도는 각기 95.2%와 18.9%로, 종성 생략이 빈번하였다. 조음방법 측면에서 파열 자질의 정확도는 90% 이상인데 비해 비음 자질의 정확도는 30.8%로 매우 낮았고, 이와 관련하여 탈비음화 오류가 빈번하였다. 문맥 분석 결과, 어중에서만 파열음으로의 대치 오류가 빈번하였다(예: 나는, 공이→[나드, 고디]).
조음 위치 측면에서 치경 자질의 정확도는 95% 이상이나, 양순 자질의 정확도는 82.3%로 다소 떨어졌고 연구개 자질의 정확도는 0.0%로 연구개 자질을 전혀 산출하지 못하였다. 양순음은 치경음으로 대치되는 치경음화 오류를 보였다. 문맥 분석 결과, 전설모음에 해당하는 [ㅣ, ㅔ] 앞에서만 오류가 일어났다. 연구개음은 후행 모음에 따라 다양한 오류패턴을 보였다. [ㅣ, ㅔ, ㅏ, ㅓ, ㅜ] 앞에서는 치경음으로 대치되는 전방화 오류를 나타내었으나, [ㅡ, ㅗ] 앞에서는 양순음으로 대치되거나 후비강음으로 대치되었다. 음절검사에서는 /ㄱ/을 [디, 데, 다, 더, 보, Δㅜ, Δㅡ]로 모방하여, 원순 중모음 앞에서는 양순음으로 대치하고, 후설 고모음 앞에서는 후비강음으로 대치하었다.
사례 C
사례 C는 3세 중반의 남자 아동으로, 자음정확도는 41.4%였다. 초성과 종성의 정확도는 각기 99.4%와 28.3%로 종성 생략이 빈번하였다. 조음방법 측면에서 파열 자질의 정확도는 95% 이상인데 비해 비음 자질의 정확도 29.5%로 매우 낮았고, 이와 관련하여 탈비음화 오류가 빈번하였다. 문맥 분석 결과, 탈비음화 오류는 대부분 어중에서 나타났고 가끔 어말에서는 관찰되었다(예: 구멍이, 우산 →[구버디, 우삳]).
조음 위치 측면에서 치경음 자질 정확도는 95% 이상이나 양순 자질 정확도는 87.8%로 다소 떨어졌고 연구개 자질의 정확도는 9.5% 로 현저히 낮았다. 양순음은 치경음으로 대치되는 치경음화 오류를 보였고, 모두 전설모음 [ㅣ] 앞에서만 오류가 일어났다. 연구개음은 후행 모음에 따라 다양한 오류패턴을 보였다. 평순 모음 앞에서는 치경음으로 대치되는 연구개음의 전방화를 나타내었으나, 원순 모음 앞에서는 양순음으로 대치되는 양순음화를 나타내었다. 이에 따라 음절 검사에서 /ㄱ/을 [디, 데, 다, 더, 보, 부, 디]로 모방하였다.
사례 D
사례 D는 4세 중반의 남자 아동으로, 자음정확도는 66.2%였다. 초성과 종성의 정확도는 각기 97.2%와 85.5%로 종성 생략이 가끔 있었다. 조음방법 측면에서 파열음과 비음의 자질 정확도가 각기 88.8%와 75.0%로 다른 사례처럼 두 조음방법의 정확도에 큰 차이는 없었으며, 사례 B와 같은 후비강음으로의 대치 오류가 빈번하였다. 후비강음화는 치경음과 연구개음의 비음과 파열음에서 관찰되었는데, 모두 고모음인 [ㅣ, ㅡ] 앞에서만 나타났다(예: 아니, 따뜻한, 호랑이, 그네→[아Δㅣ, 따Δㅡ탕, 호라Δㅣ, Δㅡ네(aΔi, t*aΔɯthaŋ, hora Δi, Δɯne)]).
조음 위치 측면에서 양순 자질의 정확도는 95% 이상인데 비해, 치경 자질과 연구개 자질의 정확도는 각각 59.0%와 66.1%로 낮았다. 사례 A처럼 연구개음이 치경음으로 대치되는 전방화 오류와 치경음이 연구개음으로 대치되는 연구개음화 오류가 동시에 나타났다. 문맥 분석 결과, 연구개음의 전방화는 전설모음 앞에서만, 연구개음화는 후설모음 앞에서만 관찰되었다.
논의 및 결론
위의 말소리장애 사례들은 모두 파열음과 비음에 다양한 오류를 나타내었다. 그러나 이들에게서 보인 오류의 다양성에는 규칙성이 있었으며, 모음 특성에 의해 자음이 동화되는 패턴이 많았다. 또한 지금까지 보고된 모음의 혀 위치 자질뿐만 아니라 모음의 입술 모양, 혀 높이, 구강공명 자질도 자음 오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에게 나타난 동시조음 오류를 모음의 자질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모음의 혀 위치 자질은 연구개음의 전방화, 연구개음화, 양순음의 치경음화에 영향을 미쳤다. 사례 A와 사례 D에서는 전설모음 앞에 오는 연구개음의 조음 위치가 치경음으로 대치되었고, 후설모음 앞에 오는 치경음의 조음 위치가 연구개음으로 대치되었다. 사례 B와 C에서는 전설모음 앞에 오는 양순음의 조음 위치가 치경음으로 대치되었다. 둘째, 모음의 원순성 자질은 양순음화에 영향을 미쳤다. 사례 B와 C에서는 원순모음 앞에 오는 연구개음의 조음 위치가 양순음으로 대치되었다. 셋째, 모음의 혀 높이 자질은 후비강음화에 영향을 미쳤다. 사례 B와 사례 D에서는 고모음이나 중모음 앞에 오는 자음의 조음방법이 후비강음으로 대치되었다. 넷째, 모음의 구강공명 자질은 탈비음화에 영향을 미쳤다. 사례 A, B, C는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구강공명 자질 앞에 오는 비음의 조음방법이 파열음으로 대치되었다.
조음 위치 변이는 일반인에게서도 흔히 나타난다. 우리말 이음규칙에도 /ㅁ, ㅂ, ㅃ, ㅍ/는 모음/ㅣ/ 앞에서 전설의 경구개 접근을 수반하고, /ㄴ, ㄷ, ㄸ, ㅌ/와 /ㅇ, ㄱ, ㄲ, ㅋ/도 모음 /ㅣ/ 앞에서 조음 위치가 경구개쪽으로 이동하며, 모든 자음은 모음 /ㅜ, ㅗ/ 앞에서 원순성을 수반한다(Lee, 1996; Lee, Kim, & Lee, 2006). 그러나 위의 말소리장애 아동은 동일한 문맥에서 변이음으로의 변화가 아니라 다른 음소로의 변화를 가져왔다. 이들이 보인 오류패턴을 조음 동작과 연관지어 보면, 연구개음의 전방화와 연구개음화는 혀 앞뒤 움직임의 협응과 연관되고, 양순음의 치경음화는 입술과 혀 앞 움직임의 협응과 연관되며, 연구개음의 양순음화는 입술과 혀 뒤 움직임의 협응과 연관된다.
조음방법 오류 중 탈비음화는 연구개 움직임과 연관된다. 생리학적으로 연구개 운동이 입술이나 혀 운동에 비해 느리기 때문에 언어보편적으로 비음화 현상이 일어난다(Kent, 2013). 동일한 이유로 우리말에서도 비음 앞뒤에 오는 장애음은 비음화된다(Lee, 1996). 그러나 말소리장애 아동은 반대로 모음의 구강공명 자질이 비음의 비강공명 자질에 영향을 미쳐 탈비음화 오류를 나타내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말 비음의 특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말은 유성파열음이 존재하는 영어나 일어에 비해 비음성이 약하기 때문에 모음을 비음화하는 정도도 영어나 일어에 비해 훨씬 약하다(Shin, 2011). 즉, 우리말 비음은 그 지속시간이 너무 짧기 때문에 말산출 운동이 민첩하지 못한 아동은 비음과 구강음이 연쇄된 문맥에서 비음화가 아닌 탈비음화가 유발되기 쉽다고 생각된다. 탈비음화가 구강음 문맥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탈비음화의 문맥 분석에서도 증명된다. 모든 사례가 비음 앞뒤에 구강음이 오는 문맥에서는 탈비음화가 심하게 일어났지만, 비음으로 시작하거나 비음으로 끝나는 문맥에서는 탈비음화의 비율이 현저히 떨어졌다.
조음방법 오류 중 후비강음화도 연구개의 움직임과 관련된다. 후비강음은 연인두폐쇄에 문제가 있는 아동의 보상조음 중 하나로 흔히 언급된다(Kummer, 2008; Peterson-Falzone et al., 2001). 그러나 특정 자음에서 잘못된 학습으로 인해 나타나기도 하는데, 주로 마찰음에서 빈번한 현상이지만 압력자음에서 나타나기도 한다. 사례 B와 사례 D의 후비강음화는 저모음 앞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다. 개구도가 작은 고모음이 개구도가 큰 저모음보다 구강에서 받는 음향적 저항이 더 크기 때문에(Jones, 1991) 고모음에서만 연인두폐쇄가 불완전하게 일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비일관적인 듯한 오류들 사이에도 공통된 음성 문맥이 있는 경우가 많다(Haynes & Pindzola, 2008). 위 사례들처럼 어떤 말소리가 문맥에 따라 다양한 오조음을 나타낸다면 이는 동시조음의 영향일 가능성이 높다. 동시조음은 말소리 산출을 촉진하거나 방해하는 문맥을 설명해줄 수 있으며, 촉진 문맥을 이용하여 치료의 효율성을 높일 수도 있다(Kent, 2013). 위 사례들에서도 살펴보았듯이 문맥 분석은 매우 중요하다. 한정된 문맥으로만 구성된 공식검사의 단어 몇 개만으로 진단을 하고 음소의 오류를 열거한 평가서는 지양되어야 한다. ‘아동용 발음평가’(APAC; Kim et al., 2007)는 우리말 자음을 어두초성, 어중초성, 어중종성, 어말종성의 다양한 단어 내 위치에서 검사할 뿐만 아니라, 음소유형별로 전설평순모음, 후설평순모음, 후설원순모음의 다양한 모음 문맥에서 검사할 수 있도록 단어가 선정되어 있어서 동시조음의 영향을 분석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단어수가 제한적이므로 대화 발화에서 자료를 더 수집하여 패턴의 규칙성을 검증해야 하며, 공식 검사에서의 반응이 일상 대화에서의 반응을 대표하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본 연구는 원인이 분명치 않은 말소리장애 아동에게서 관찰되는 다양한 동시조음 오류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데 의의가 있다. 임상에 근거한 교육이나 연구에 유용한 참고자료가 되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소수의 아동을 대상으로 한 사례 연구이므로 연구 결과를 일반화하는 데에는 제한점이 있다. 앞으로 오류패턴 별로 다양한 말소리장애 아동의 자료가 심도있게 분석되고, 정상 아동과의 비교 연구도 이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