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성 경도인지장애와 혈관성 경도인지장애의 구어 유창성 저하 양상 비교
A Comparison of the Deterioration Characteristics in Verbal Fluency between Amnestic Mild Cognitive Impairment and Vascular Mild Cognitive Impair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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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배경 및 목적:
본 연구는 구어 유창성이 기억성 경도인지장애(amMCI)와 혈관성 경도인지장애(VaMCI)에서 어떻게 저하되는지를 밝히고 그 저하 양상이 의미 유창성과 음소 유창성에 있어 차이가 있는지를 알아보고자 수행되었다.
방법:
정상노인 34명, amMCI 72명, VaMCI 70명, 알츠하이머형 치매(DAT) 36명 및 혈관치매(VaD) 39명이 연구에 참여하였다. 경도인지장애집단들은 CDR-SB점수 2.0을 기준으로 초기(E)와 후기(L)로 다시 분류되었고, 모든 연구대상자들에게 의미 유창성(동물) 검사와 음소 유창성(ㄱ, ㅇ, ㅅ) 검사를 실시하였다.
결과:
의미 유창성은 amMCI의 경우에는 초기부터 DAT까지 점진적으로 계속 저하된 반면, VaMCI의 경우에는 초기에는 유지되다가 후기에 저하되어 VaD까지 유지되는 양상을 보였다. 음소 유창성은 amMCI의 경우에는 초기에 저하되어 DAT까지 유지되었고, VaMCI의 경우에는 초기부터 VaD까지 점진적으로 계속 저하되는 양상을 보였다.
논의 및 결론:
연구 결과는 amMCI와 VaMCI가 의미 유창성과 음소 유창성에 있어 각각 서로 다른 퇴행 속도와 양상을 지니고 있음을 시사한다.
Trans Abstract
Objectives:
The present study was conducted to examine when verbal fluency is decreased in amnestic multi-domain mild cognitive impairment (MCI) and vascular MCI, and to compare the deterioration characteristics in verbal fluency between amnestic multi-domain MCI and vascular MCI.
Methods:
The subjects were 34 normal elderly, 36 with dementia of the Alzheimer type, 39 with vascular dementia, 72 with amnestic multi-domain MCI, and 70 with vascular MCI. The MCI groups were classified into two subgroups, early MCI (0.5-2.0) and late MCI (2.5-4.0), based on the Clinical Dementia Rating-Sum of Boxes. The subjects were given semantic (animal) and phonemic (ㄱ, ㅇ, ㅅ) fluency tests.
Results:
In amnestic multi-domain MCI, semantic fluency showed progressive deterioration from the early amnestic multi-domain MCI to early dementia of the Alzheimer’s type, whereas in vascular MCI it was significantly decreased in the late vascular MCI but maintained in early vascular dementia. In vascular MCI, phonemic fluency had progressive deterioration from the early vascular MCI to early vascular dementia, whereas in amnestic multi-domain MCI it was significantly decreased in the early amnestic multi-domain MCI and maintained in early dementia of the Alzheimer’s type.
Conclusion:
These results suggest that the deterioration characteristics of semantic and phonemic fluency are different between amnestic multi-domain MCI and vascular MCI.
구어 유창성(verbal fluency)은 기존에 저장되어 있던 어휘집(lexicon)과 의미기억(semantic memory)으로부터 정보를 전략적으로 탐색하고 인출하는 능력을 의미한다(Sauzéon, Lestage, Raboutet, N’Kaoua, & Claverie, 2004). 임상장면에서 구어 유창성은 통제단어연상검사(Controlled Oral Word Association Test, COWAT; Lucas et al., 1998)로 평가되는데 COWAT는 제한된 시간(보통은 1분) 내에 특정 범주(예: 동물, 가게물건, 채소 등)에 속하는 단어를 생성하는 “의미 유창성(semantic fluency)” 검사와 특정 음소(예: F·A·S, C·F·L, ㄱ·ㅇ·ㅅ)로 시작되는 단어를 생성하는 “음소 유창성(phonemic fluency)” 검사로 구성되어 있다. 의미 유창성 검사와 음소 유창성 검사는 둘 다 전두엽 기능과 의미기억을 평가하는 중요한 검사로 인정되어 왔다(Lezak, Howieson, Bigler, & Tranel, 2012). 그러나 의미 유창성 검사의 결과는 전두엽과 측두엽 영역의 기능 손상을 모두 민감하게 예측한 반면 음소 유창성 검사의 결과는 전두엽 영역의 기능 손상을 보다 민감하게 예측하였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됨(Henry & Crawford, 2004)에 따라서 두 검사의 수행결과를 구분하여 분석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대두되었다.
치매환자들이 정상 노인에 비해서 구어 유창성이 유의하게 저하되므로 구어 유창성의 저하가 치매 변별에 유용한 지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후(Solomon et al., 1998), COWAT는 치매를 평가하는 신경심리학적 평가도구에 반드시 포함되는 중요한 검사가 되었고 다양한 치매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구어 유창성 연구가 많이 수행되었다. 연구 결과, 가장 대표적인 치매인 알츠하이머형 치매(dementia of the Alzheimer’s type, DAT)는 병의 초기부터 의미 유창성이 감소하는 것으로 밝혀졌다(Heinzel et al., 2013; Henry, MacLeod, Phillips, & Crawford, 2004). 그러나 음소 유창성의 경우에는 초창기에 수행된 연구(Butters, Granholm, Salmon, Grant, & Wolfe, 1987)들은 초기 단계의 DAT가 정상집단과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결과를 보고하였으나, 많은 후속 연구들에서는 DAT가 초기에도 음소 유창성이 저하되는 것으로 밝혀졌다(Henry et al., 2004; Jones, Laukka, & Bäckman, 2006; Pakhomov & Hemmy, 2014; Park et al., 2006). DAT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전두엽 기능의 장애를 특징적으로 나타내는 혈관 치매(vascular dementia, VaD)도 구어 유창성의 저하를 보인다(Garrett et al., 2004). 의미 유창성도 정상 노인들보다 저하되지만(Jones et al., 2006) 특히 음소 유창성은 혈관치매의 초기 단계부터 저하된다고 보고되었다(Fahlander, Wahlin, Almkvist, & Bäckman, 2002; Hart & Best, 2014).
구어 유창성의 저하는 치매의 이전 단계로 간주되고 있는 경도인지장애(mild cognitive impairment, MCI)에서도 나타난다. MCI는 (1) 주관적으로 인지기능의 저하를 경험하고, (2) 객관적인 신경심리검사에서도 정상범주 이하의 수행을 보이지만, (3) 일상생활기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서 치매가 아닌 상태를 의미한다(Petersen, 2004). MCI는 저하된 인지기능의 종류와 발병 기전에 따라 다양한 유형으로 분류되는데, 그 중에서 기억력과 함께 1개 이상의 다른 인지영역이 저하된 다영역 기억성 경도인지장애(amnestic multi-domain mild cognitive impairment, amMCI)는 DAT로 진행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집단으로 알려져 있다(Alexopoulos, Grimmer, Perneczky, Domes, & Kurz, 2006). amMCI 중 매년 약 10%-15%가 DAT로 진행되었고(Petersen et al., 1999, 2001), 2년 후에는 41% (Hsiung et al., 2006), 6년 후에는 80%가 DAT로 진행되었다는 연구(Petersen et al., 1999, 2001)들이 보고되었다. amMCI도 이미 정상집단에 비해서 의미 유창성이 저하되어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보고되었으나(Gainotti, Quaranta, Vita, & Marra, 2014; Murphy, Rich, & Troyer, 2006), 음소 유창성은 amMCI에서 비교적 유지된다는 연구(Jones et al., 2006)와 음소 유창성도 정상집단에 비해서 저하된다(Murphy et al., 2006)는 서로 상반된 연구결과가 보고되었다.
혈관성 경도인지장애(vascular mild cognitive impairment, VaMCI; Gorelick et al., 2011)는 혈관질환으로 인해서 인지기능이 저하된 MCI로 인지영역들 중에서 특히 전두엽 기능의 저하를 특징적으로 보이지만 일상생활기능은 잘 유지하고 있는 환자들이다. VaMCI도 역시 VaD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집단으로 알려져 있는데, 종단 연구들의 결과에 따르면 VaMCI 환자들 중 11%가 1년 후에 VaD로 진행되었고(Tham et al., 2002), 5년 후에는 약 46%가 VaD로 진행되었다고 한다(Wentzel et al., 2001). 이러한 VaMCI 환자들은 구어 유창성 수행에 있어서, 정상집단에 비해 음소 유창성은 저하되었으나 의미 유창성은 유지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Garrett et al., 2004)도 있고, VaMCI가 정상집단보다 음소 유창성과 의미 유창성이 모두 저하되었음을 보고한 연구들도 있다(Hart & Best, 2014; Kwon, 2012).
이제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선행연구들은 MCI 집단, 즉 amMCI와 VaMCI의 의미유창성과 음소유창성의 결함에 대해서 다소 일관되지 못한 결과들을 보고하였다. 그 이유는 아마도 최근의 연구들(O’Bryant et al., 2008, 2010)에서 지적된 바와 같이 MCI 진단기준 자체의 문제로 인해서 MCI 집단에 매우 경한 인지기능 저하를 지닌 환자부터 “초기” 치매단계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의 환자까지 다양한 수준의 환자들이 포함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본 연구는 O’Bryant 등(2008)이 치매임상평가척도(Clinical Dementia Rating, CDR)의 박스총점(CDR-Sum of boxes, CDR-SB)을 기준으로 제안한 절단점수를 사용하여 amMCI와 VaMCI를 초기와 후기 단계로 더 세분화하고, 세분화된 집단들의 의미 유창성과 음소 유창성 검사수행을 정상집단 및 치매집단과 비교함으로써 amMCI와 VaMCI의 구어 유창성 저하 양상을 더 정확하게 밝히기 위해서 수행되었다.
연구 방법
연구대상
정상노인 34명, MCI 환자 142명, 초기 DAT 환자 36명 및 초기 VaD 환자 39명이 참여하였다. 정상노인은 건강 선별 기준(Christensen, Multhaup, Nordstrom, & Voss, 1991)에 부합하고 한국형 간이정신상태검사(Korean Mini-Mental State Examination, K-MMSE; Kang, 2006)에서 16%ile 이상의 수행을 보인 노인들이었다.
MCI 환자들 중 72명은 일상생활기능의 유의한 장애를 보이지는 않았으나 기억력의 저하와 함께 주의집중능력, 언어능력, 시공간기능, 전두엽 기능 등의 인지기능들 중 한 가지 이상의 인지기능 저하를 보인 amMCI 환자였고, 70명은 뇌졸중 발병 3개월 후에 평가된 신경심리학적 검사 결과, 인지기능의 저하를 보이지만 일상생활기능의 장애가 없는 VaMCI 환자였다. MCI 환자들을 다시 CDR-SB 점수가 .5-2.0에 속하는 초기(early) MCI (E-MCI) 집단과 2.5-4.0에 속하는 후기(late) MCI (L-MCI) 집단으로 분류하였다. 그 결과 amMCI 집단은 E-amMCI 41명과 L-amMCI 31명으로 분류되었고 VaMCI 집단은 E-VaMCI 39명과 L-VaMCI 31명으로 분류되었다.
환자 집단은 대학병원 신경과에 내원한 환자들 중에서 신경과 전문의의 임상적 소견과 종합적인 신경심리검사 및 뇌영상검사 결과에 근거하여 치매로 진단된 환자들로서, CDR 총점(CDR-Global score, CDR-GS)으로 평가된 치매 심각도가 1.0에 해당되는 초기 DAT 또는 초기 VaD였다. DAT와 VaD는 각각 NINCDS-ADRDA (McKhann et al., 1984)의 “probable Alzheimer’s disease”와 NINDS-AIREN (Román et al., 1993)의 “probable vascular dementia” 진단 기준에 근거하여 진단된 환자들이었다.
검사 도구 및 절차
정상노인 집단에 속하는 대상자를 선별하기 위하여, 인지장애와 관련된 다양한 질환들(예: 뇌졸중, 당뇨, 고혈압, 외상성 뇌손상, 간질 등)의 병력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Christensen 등(1991)의 건강 선별 설문지와 전반적인 인지기능 수준을 평가하는 K-MMSE를 실시하였다.
선정된 모든 연구 대상자들에게 동물 범주에 대한 의미 유창성 검사와 ㄱ, ㅇ, ㅅ에 대한 음소 유창성 검사(Kang, Jang, & Na, 2012)를 개인검사로 실시하였다. 유창성 검사는 의미 유창성 검사를 먼저 실시하고 난 다음에 음소 유창성 검사를 실시하였고 COWAT (Lucas et al., 1998)의 실시방법을 적용하여 각 시행 당 1분간 반응하도록 하였으며 모든 반응을 순서대로 반응기록지에 그대로 기록하였다. 반복반응, 동물범주에 속하지 않거나 주어진 음소로 시작하지 않은 오반응 및 고유명사는 점수에서 제외하였고 파생어(예: 온다·오고·오니·오시오)는 첫 반응에만 점수를 주었다. 한글사전 (http://stdweb2.korean.go.kr.html)에 수록된 사투리와 자주 사용되는 외국어나 외래어는 정답으로 간주하였다. 동물 범주 유창성 검사에서 상위 개념(예: 새)과 하위 개념(예: 독수리, 종달새, 꿩)의 단어를 함께 반응한 경우에는 상위개념의 단어는 점수에서 제외시키고 하위개념의 단어에만 점수를 주었다.
자료분석
집단 간 인구학적 특성의 차이를 확인하기 위하여 일변량 분석(ANOVA)을 실시하였고, 집단 간 차이가 발견된 나이와 성별을 공변인(covariate)으로 통제하고 의미 유창성 점수와 음소 유창성 점수에 대해 각각 일변량 공분산분석(ANCOVA)을 실시하였다. 집단 간의 구체적인 차이를 확인하기 위해 Bonferroni 조정 후 사후검증을 시행하였다. 모든 통계적 분석은 SPSS PC 21.0을 사용하여 수행되었다.
연구 결과
연구 대상의 인구학적 특성, K-MMSE 및 CDR
정상노인, E-amMCI, L-amMCI, E-VaMCI, L-VaMCI, 초기 DAT 및 초기 VaD, 전체 7개 집단의 인구학적 변인들, 즉 나이, 성별, 교육연수의 차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일변량 분산분석(ANOVA)과 χ2 검증을 실시하였다(Table 1). 그 결과 교육연수에 있어서는 집단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으나(F(6,242)=1.66, ns), 나이(F(6,242)=3.98, p<.01)와 성별(χ2=17.73, p<.01)에 있어서 집단 간 차이가 발견되었다. 따라서 의미 유창성과 음소 유창성의 집단 간 차이를 확인하기 위한 모든 통계분석은 나이와 성별을 통제한 후 실시되었다.
K-MMSE 총점(F(6,242)=42.65, p<.001), CDR-GS(F(6,242)=727.81, p<.001) 및 CDR-SB(F(6,242)=378.57, p<.001)에 있어서도 집단 간 유의미한 차이가 있음이 확인되었다. 사후분석 결과, K-MMSE 총점에 있어서는 정상집단, 초기 MCI, 후기 MCI 및 치매집단 간에 각각 서로 유의한 차이가 있음이 확인되었다. 그러나 초기 MCI 두 집단(E-amMCI와 E-VaMCI), 후기 MCI 두 집단(L-amMCI와 L-VaMCI) 및 두 치매집단(초기 DAT와 초기 VaD) 간의 K-MMSE 총점의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전반적인 치매의 심각도를 나타내는 척도인 CDR-GS에 있어서는 MCI 집단과 치매집단 간의 차이만 발견되었고 초기와 후기 MCI 집단 간의 차이와 초기 DAT와 VaD 간의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CDR-SB에 있어서는 초기와 후기 MCI 간의 차이만 발견되었고, 같은 시기에 속한 amMCI와 VaMCI의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 결과는 본 연구에 참여한 “E-amMCI와 E-VaMCI,” “L-amMCI와 L-VaMCI,” “초기 DAT와 초기 VaD” 각각의 두 집단들의 전반적인 치매심각도 수준이 서로 차이가 없음을 시사한다.
의미 유창성
의미 유창성에 있어 집단 간 유의한 차이가 발견되었다(F(6,242)=21.31, p<.001) (Table 2). 사후분석 결과, 정상집단과 초기 DAT 간의 유의한 수행차이가 발견되었다(t=7.40, p<.001). E-amMCI는 정상집단이나 L-amMCI와는 차이를 나타내지 않았으나 초기 DAT보다는 유의하게 우수한 수행을 나타냈다(t=4.75, p<.001). 반면, L-amMCI는 E-amMCI나 초기 DAT와는 수행차이를 나타내지 않았으나 정상집단보다 유의하게 저하된 수행을 나타냈다(t=-4.69, p<.001).
VaMCI의 경우에는 사후분석에서 정상집단과 E-VaMCI 간의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 L-VaMCI와 초기 VaD의 차이도 발견되지 않았으나 L-VaMCI는 정상집단과 E-VaMCI보다 유의하게 저하된 수행을 나타내었고(t=-7.01, p<.001; t=-4.75, p<.001), 초기 VaD도 정상집단과 E-VaMCI보다 유의하게 저하된 수행을 나타냈다(t=-9.15, p<.001; t=-6.50, p<.001).
또한, amMCI와 VaMCI 간의 의미 유창성의 차이는 초기와 후기에서 모두 발견되지 않았고, 초기 DAT와 초기 VaD의 의미 유창성 차이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L-VaMCI는 초기 DAT와 차이를 나타내지 않은 반면 L-amMCI는 초기 VaD보다 우수한 수행을 보였다(t=4.08, p<.01).
음소 유창성
음소 유창성에 있어서도 집단 간 유의한 차이가 발견되었다(F(6,242)=19.94, p<.001) (Table 2). 사후 분석 결과, amMCI는 초기부터 정상집단과 유의한 차이를 나타냈으나(t=-3.69, p<.01) E-amMCI, L-amMCI 및 초기 DAT 간에서는 유의미한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
반면 VaMCI의 경우에는 E-VaMCI와 L-VaMCI 간의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E-VaMCI가 정상집단 및 초기 VaD와 차이를 나타내었다(t=-5.75, p<.001; t=3.76, p<.01). L-VaMCI는 정상집단과는 차이를 나타냈으나(t=-7.99, p<.001) 초기 VaD와는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의미 유창성의 결과와 마찬가지로 amMCI와 VaMCI 간의 음소 유창성 차이는 초기와 후기에서 모두 발견되지 않았다. 반면 초기 VaD가 초기 DAT보다 유의하게 저하된 음소 유창성을 나타냈고(t=-3.58, p<.01), E-VaMCI는 후기 MCI(L-amMCI & L-VaMCI) 및 초기 DAT와 동일한 수행 수준을 보였다.
논의 및 결론
본 연구는 전두엽 기능과 치매 선별의 중요한 지표로 사용되어 온 구어 유창성이 경도인지장애 수준에서 언제 어떻게 저하되는지를 밝히고 그 저하 양상이 의미 유창성과 음소 유창성에 있어서 차이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수행되었다. 다양한 수준의 인지장애를 지닌 MCI들을 한 집단에 포함함으로써, 비일관적인 결과를 산출한 선행연구들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기억성 경도인지장애(amMCI)와 혈관성 경도인지장애(VaMCI) 환자들을 CDR-SB 점수 2.0을 기준으로 분류하였다. 그 결과 두 MCI 집단은 초기 MCI 집단(.5-2.0)과 후기 MCI 집단(2.5-4.0)으로 나뉘었고, 각 MCI 집단의 구어 유창성을 정상집단 및 초기 치매집단과 비교하였다.
연구 결과, 의미 유창성은 amMCI 집단에서는 MCI 초기부터 초기 DAT에 이르기까지 점진적으로 저하되는 양상을 나타낸 반면, VaMCI의 경우에는 MCI 후기에 이르러서야 정상집단과의 차이를 나타내었고 L-VaMCI의 수준은 초기 VaD까지 유지되었으며 L-VaMCI의 수준은 초기 DAT와도 차이를 나타내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amMCI가 MCI 초기 단계부터 의미 유창성이 저하되지만 VaMCI는 그보다 다소 늦은 MCI 후기 단계가 되어야 의미 유창성이 저하된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의미 유창성이 저하되는 것은 의미기억을 담당하는 뇌 영역의 구조적인 손상에 기인한 것으로, 대상의 개념과 독특한 특징을 결합하는 능력이 저하되거나 상실되어 나타난다(Chertkow & Bub, 1990). 알츠하이머병은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beta amyloid protein)이라는 독성물질이 해마가 위치한 내측 측두엽에서부터 시작하여 외측 측두엽, 두정엽 및 전두엽의 순으로 뇌 전반에 쌓여서 뇌신경세포의 손상을 일으키게 되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Cummings, Vinters, Cole, & Khachaturian, 1998). 따라서 DAT의 경우 초기부터 측두엽과 관련된 의미기억의 손상을 나타내게 된다(Keilp, Gorlyn, Alexander, Stern, & Prohovnik, 1999). 그러나 DAT의 전구단계로 알려진 amMCI에서도 이미 측두엽의 손상이 발견되었고(Petersen et al., 2006) 의미 유창성을 포함하여 의미기억과 관련된 과제들(예: 이름대기과제)에서 amMCI가 정상인보다 저하된 수행을 나타냈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Adlam, Bozeat, Arnold, Watson, & Hodges, 2006). 따라서 의미 유창성이 초기 amMCI에서 이미 정상집단보다 유의하게 저하되었고 치매 단계로 진행하면서 점차 계속 저하된다는 것을 보여준 본 연구의 결과는 선행연구들과 일치하는 동시에 MCI 단계 중에서도 매우 일찍부터 저하된다는 사실을 밝힌 점에서 중요한 발견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본 연구의 결과에 따르면 VaMCI의 경우에는 amMCI 보다는 조금 늦게 VaMCI 후기부터 의미 유창성이 저하되고 그 수준이 VaD 초기까지 유지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차이는 VaMCI와 VaD에서 나타나는 의미 유창성의 저하가 amMCI나 DAT와는 다른 이유에서 비롯되었을 것임을 시사한다. VaD 환자의 경우 의미 유창성의 저하는 의미기억에 저장되어 있는 단어들 중에서 적절한 단어를 선택하여 인출하는 효율적인 찾기 전략의 장애로 인한 것으로 설명되거나(Carew, Lamar, Cloud, Grossman, & Libon, 1997; Chertkow & Bub, 1990) 단어를 인출하는 능력의 장애로 인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Carew et al., 1997). 즉, 의미기억을 상실하는 DAT와는 달리, VaD는 의미기억이 온전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의미기억에 접근하지 못하거나 의미기억을 적절하게 인출하지 못하여서 구어 유창성이 저하된다고 설명된다(Bonilla & Johnson, 1995). 이러한 인출능력이나 효율적인 찾기 전략을 사용하는 능력은 전두엽의 기능과 관련되며(Carew et al., 1997), 이와 같은 전두엽 기능의 저하는 혈관성 치매뿐만 아니라 그 전 단계인 VaMCI에서도 이미 관찰되었다(Garrett et al., 2004). 따라서 DAT와는 달리 초기가 아닌 후기 VaMCI 단계에서 조금 늦게 의미 유창성이 저하되었으나 그 수준이 초기 VaD까지 유지되고 더욱이 초기 DAT의 의미 유창성 수준과도 차이가 없다는 사실은 후기 VaMCI 단계에서 전두엽 기능의 중요한 퇴행이 발생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음소 유창성은 amMCI의 경우에는 초기부터 정상집단과 차이를 보였으나 E-amMCI의 수준이 L-amMCI와 초기 AD까지 계속 유지되었다. 이 결과는 DAT 단계에 이르기 전 초기 MCI 단계에서 이미 음소 유창성의 저하가 시작되지만 치매(DAT) 초기에 이르기까지 어느 정도 그 능력이 유지됨을 의미한다. 그러나 VaMCI는 초기부터 정상집단과 현저한 차이를 보였고 점차 빠른 속도로 저하되어서 초기 VaD는 초기 DAT보다 매우 저하된 수행을 나타냈다. 음소 유창성 검사가 전두엽 기능을 평가하는 대표적인 검사로 인정받고 있음(Lezak et al., 2012)을 감안할 때, VaD와 DAT가 동일한 수준의 치매심각도(CDR-GS 1.0)를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VaD가 DAT보다 유의하게 낮은 수준의 음소 유창성을 나타낸 것은 동일한 치매 수준에서 VaD가 DAT에 비해 전두엽 기능이 더 저하되어 있다는 기존의 연구 결과들(Looi & Sachdev, 1999; Reed et al., 2007)을 지지한다. 또한, 초기 amMCI의 음소 유창성이 정상집단보다 유의하게 저하되고 그 수준이 초기 AD까지 유지되었다는 본 연구의 결과는 amMCI의 음소유창성이 초기에는 유지된다는 Jones 등(2006)의 연구결과와는 상반되지만, 이제까지 알려진 바와는 달리 DAT가 초기 단계에서부터 미묘한 전두엽 기능의 손상을 보인다는 최근의 연구결과들(Baudic et al., 2006; Chen et al., 2000; van der Flier et al., 2002)과 맥락을 같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
본 연구의 의의는 amMCI와 VaMCI를 초기와 후기 단계로 세분하여 정상집단, 초기 MCI, 후기 MCI 및 초기 치매집단의 의미 유창성과 음소 유창성의 저하 양상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선행연구들에서 밝히지 못한 집단별 유창성의 저하 양상과 집단 간 차이를 발견하였다는 점이다. 본 연구의 결과를 요약하면, 기억성 경도인지장애의 경우에는 amMCI 초기부터 amMCI 후기와 초기 DAT에 이르기까지 의미 유창성이 점진적으로 계속 저하되었고, 음소 유창성은 amMCI 초기에 일단 저하된 후 그 수준이 초기 DAT까지 유지되는 양상이 관찰되었다. 이와는 다르게 혈관성 경도인지장애의 경우에는 VaMCI 후기가 되어야 의미 유창성이 저하되었으나 그 수준이 초기 VaD까지 유지되는 양상을 보였고, 음소 유창성은 VaMCI 초기부터 저하되기 시작하여 초기 VaD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저하되는 양상을 보였다. 본 연구의 결과들은 MCI 종류(amMCI vs. VaMCI)에 따라서 구어 유창성의 퇴행 양상이 다르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MCI 수준(초기 vs. 후기)에 따라서도 구어 유창성의 수준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이런 결과로 미루어볼 때 선행연구들이 MCI의 구어 유창성에 관하여 비일관적인 결과들을 보고하게 된 이유는 연구대상으로 포함된 MCI 환자들의 수준이 서로 다르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즉, 연구 대상인 MCI의 CDR-GS가 모두 0.5라고 하여도, 초기 MCI(CDR-SB .5-2.0)와 후기 MCI(CDR-SB 2.5-4.0)가 포함된 비율에 따라서 다른 결과가 도출되었을 것이다.
amMCI와 VaMCI가 의미 유창성과 음소 유창성에 있어 각각 서로 다른 퇴행 속도와 양상을 지니고 있음을 밝힌 본 연구의 결과는 임상장면에서 MCI와 치매환자의 선별과 변별진단에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본 연구는 MCI에서부터 치매에 이르기까지 환자들의 변화를 추적 조사한 종단연구가 아니라 독립적인 집단들의 수행을 비교한 횡단연구라는 점에서 제한점을 지닌다. 후속 종단 연구를 통해서 본 연구의 결과가 재검증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