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소리장애 아동과 일반아동의 음운단기기억과 외국어 어휘학습과의 관계
The Relationship between Phonological Short-Term Memory and Foreign Language Vocabulary Learning in Children with and without Speech Sound Disor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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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배경 및 목적
본 연구는 말소리장애 아동과 일반아동을 대상으로 음운단기기억능력과 외국어 어휘학습 수행력을 비교해 보고 외국어 어휘학습 시 음운단기기억 및 관련변인들의 역할을 알아보고자 하였다.
방법
순수 말소리장애 아동 20명과 일반아동 20명을 대상으로 음운단기기억 능력 측정을 위해 음절길이를 달리한 비단어 따라말하기 과제를 실시하였다. 외국어 어휘학습 과제로는 아동에게 의미는 알지만 영어로는 알지 못하는 새로운 영어 단어를 학습시킨 후 수용 및 표현학습 과제로 나누어 그 수행력을 비교해 보았다.
결과
비단어 따라말하기 과제에서는 음절길이에 상관없이 말소리장애 아동이 낮은 수행을 나타내었으며 이때 아동의 자음정확도와 비단어 따라말하기는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또한 영어 어휘학습 과제에서도 과제유형에 상관없이 말소리장애 아동이 유의하게 낮은 수행을 보였으며 비단어 따라말하기 점수는 수용어휘학습 점수에서 많은 기여를 한 반면, 표현어휘학습에서는 기존에 아동이 가진 영어 어휘력의 기여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논의 및 결론
말소리장애 아동들은 모국어의 말소리산출의 어려움과 낮은 음운단기기억능력으로 인해 외국어 학습에서도 그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 말소리장애 아동의 효과적인 외국어 학습을 위해서는 음운단기기억 능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며, 해당 언어의 어휘력을 향상시키는 것 또한 이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Trans Abstract
Objectives
The main purpose of this study was to compare the competence of phonological short-term memory and foreign language vocabulary learning between children with speech sound disorders (SSD) and their typically developing (TD) peers. In addition, this study tried to investigate the relationship among phonological short-term memory, other variables such as nonverbal intelligence and vocabulary knowledge, and foreign language word learning.
Methods
The study subjects were 20 SSD children and 20 TD peers from 4 to 5 years of age. For this study, nonverbal intelligence, native (Korean) vocabulary knowledge, foreign (English) vocabulary knowledge, nonword repetition scores and English vocabulary learning scores were collected.
Results
SSD children had lower scores in non-word repetition task and English vocabulary learning task than TD children. Also, nonword repetition ability was strongly influenced by percentage of correct consonants. And the receptive English vocabulary learning score was influenced by nonword repetition score whereas expressive English vocabulary learning score closely linked to English vocabulary knowledge.
Conclusion
The findings suggest children with pure SSD are expected to have more trouble in learning English vocabulary because of low phonological short term memory. Thus, it is important to improve phonological short-term memory for successful English learning, and this can also be accomplished by increasing English vocabulary knowledge.
말소리산출 결함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서 발생할 수 있다. 청각장애, 구개열, 뇌성마비 등 원인이 뚜렷한 경우도 있지만, 임상에서 만나는 말소리장애 아동들은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5 (DSM-5)에서는 이 같은 원인을 모르는 말소리 장애에 국한하여 ‘말소리장애(speech sound disorder)’로 진단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원인을 알 수 없다는 것은 ‘원인이 없음’이 아니라 아직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거나, 말소리산출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여러 요인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함을 초래한 일차적 원인을 밝히는 것은 중요하지만 동시에 어렵고 요원한 일인 만큼, 최근 연구들은 말소리장애와 관련 있는 기저요인들(underlying factors)을 밝히는 데에 보다 초점을 두고 있다(Lee & Ha, 2018). 기저요인들에 근거하여 이질적인 말소리장애 집단을 하위집단들로 구분하고 각 하위집단별로 심층적인 평가와 중재 방향을 달리하는 것은 이들에 대한 치료의 효율성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여러 연구들에서 말소리장애의 기저요인으로 유전적 요인(Lewis et al., 2006), 반복적 중이염(Shriberg et al., 2003), 음운처리의 문제(Lee & Ha, 2018), 음운표상의 결함(Bae, Ha, Koo, Hwang, & Pyun, 2016; Kim & Ha, 2014) 등이 보고된 바 있다. 이 중 음운표상 결함에 관한 연구에서는 말소리장애 아동의 불명료한 음운표상이 어휘습득 초기 형성 단계에서부터 발생하였을 가능성을 제시하였다(Bae et al., 2016). 음운표상이란 장기기억 속에 저장된 어휘의 말소리 정보를 의미한다. 아동들은 새로운 어휘를 접하게 되면 그에 대한 의미정보와 더불어 말소리 정보, 즉 음운표상을 저장함으로써 해당 어휘를 습득한다. 즉, 장기기억에 음운표상을 명확하게 형성, 저장하여 일관되게 유지한 후 정확하게 인출하는 것은 새 어휘를 습득할 때 반드시 요구되는 과정이다. 따라서 음운표상의 초기 형성에 어려움이 있는 말소리장애 아동의 경우, 이로 인해 알고 있는 어휘에 대한 부정확한 음운 산출뿐 아니라, 보다 근본적으로 새로운 어휘 습득의 결함, 수용 또는 표현어휘량의 부족 등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새로운 어휘를 습득하는 것은 언어발달에 있어 기본적이면서 동시에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요구되는 과정이다. 더 나아가 이는 외국어를 배울 때에도 기초 단계부터 고급 단계까지 끊임없이 요구되는 과정으로, 이 경우 어휘 ‘습득(acquisition)’보다는 어휘 ‘학습(learning)’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이다. Krashen (1978)에 의하면 인간은 언어를 배울 때 습득과 학습이라는 두 과정을 거친다. 습득은 자연스럽게 모국어를 터득하는 과정 중에 이루어지는 반면, 학습은 반복 연습 및 체계적인 규칙에 대한 설명과 훈련을 통해 이루어진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장 보편적인 외국어는 영어이며, 한국인들이 구사하는 영어는 대부분 교육을 통해 학습된 것, 즉 ‘제2언어로서의 영어(English as a second language, ESL)’가 아닌 학교환경에서 실시되는 ‘외국어로서의 영어(English as a foreign language, EFL)’이다. EFL은 자연스러운 습득을 통해 이루어지는 ESL과는 환경이나 심리적 요소 등 여러 면에서 차이를 보이는데(Yang, Kim, Kim, & Kim, 2001), 이 경우 철저하게 훈련과 학습 과정이 강조된다.
외국어 학습에서 어휘를 익히는 것은 어렵지만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과정이다. 외국어 어휘학습과 관련된 인지 및 언어적 변인으로 음운인식, 명명속도, 음운단기기억 등을 들 수 있는데, 이 가운데 음운단기기억이 초기 외국어 학습자들에게 특히 중요한 것으로 보고되었다(Krashen, 1989). 그 이유는 EFL 환경에서 영어 어휘를 학습할 때 모국어로는 해당 어휘를 이미 알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익숙한 의미정보보다는 다른 언어체계의 음운정보를 저장하고 기억하는 활동을 통해 어휘를 익히게 되기 때문이다. 모국어와 외국어 단어쌍을 짝지어 학습하는 연합과제에 대한 연구(Papagno, Valentine, & Baddeley, 1991), 비단어 용량(nonword span)과 제2언어 어휘학습과의 관련성에 관한 연구(Cheung, 1996) 등에서 외국어 어휘학습에 가장 영향을 주는 변인으로 음운단기기억이 강조된 바 있다.
음운단기기억의 메커니즘은 Baddeley (2000)의 작업기억모델(working memory model)에 잘 설명되어 있다. 작업기억은 여러 하위요소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중 언어영역과 가장 관련 있는 요소는 음운루프(phonological loop)이다. 음운루프는 음운정보를 일시적으로 보관하는 음운저장소(phonological store)와 소리 내지 않고 되뇌이는 조음메커니즘(sub-vocal rehearsal)으로 이루어져 있다. 외국어는 모국어에 비해 상대적으로 친숙하지 않은 음운정보를 담고 있으므로, 외국어 학습 시 음운루프에서 음운정보를 효율적으로 저장하여 이를 지속적으로 보유하는 능력이 더욱 요구될 것이다. 한 어휘에 대한 또 다른, 더군다나 매우 생소한 음운조합으로 구성된, 새로운 음운표상을 형성하고 저장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기 때문에, 외국어 학습 시 음운단기기억의 역할이 부각되는 것은 매우 당연해 보인다.
말소리장애 아동은 음운단기기억, 어휘력 등에서 일반아동보다 더 낮은 수행을 보인다는 여러 연구들을 찾아볼 수 있다(Aram & Hall, 1989; Clark-Klein, 1994; Lee & Sim, 2003; Seo, Ko, Oh, & Kim, 2017). 최근에 실시된 Lee와 Ha (2018)의 연구에서도 비단어 따라말하기를 통해 5, 6세의 일반아동과 말소리장애 아동의 음운단기기억을 비교해 본 결과 말소리장애 아동의 수행력이 일반아동에 비해 유의미하게 더 낮았다고 보고하였다. 또한 음운처리능력과 외국어 어휘학습 간 관련성에 대한 연구(Hu, 2003)에서는 아동의 모국어 음운처리기술이 외국어 어휘학습을 예측하는 요인임을 밝혔다. 이와 같은 연구들을 종합해 볼 때 음운단기기억에 결함이 있는 말소리장애 아동의 경우 일반아동에 비해 외국어 학습 시 그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교육에서 이루어지는 영어 교육방식이나 시중에 나와 있는 영어 교재들은 일반아동에만 초점을 두고 있다(Lee, 2008). 또한 순수 말소리장애 아동은 동반 장애 없이 말소리산출에만 문제가 있기 때문에, 대부분 일반아동들과 동일한 환경에서 교육을 받는다. 이들이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음운단기기억 또는 음운표상의 결함 등으로 인해 가중될 수 있는 외국어 교육의 어려움에 관해서는 전혀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말소리장애 아동이 실제로 음운단기기억력에 결함을 보이는지 확인하고, 이러한 결함이 외국어 어휘학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음운단기기억력을 측정하는 방법으로는 비단어 따라말하기(nonword repetition) 과제를, 외국어 어휘학습 능력을 평가하는 방법으로는 영어 어휘학습 과제를 이용하였다. 이를 위해 우선 말소리장애 아동과 일반아동을 대상으로 비단어 따라말하기 과제와 영어 어휘학습 과제를 실시하여 두 집단 간 그 수행력에 차이가 있는지 확인하였다. 말소리장애라는 집단의 특수성이 음운단기기억, 더 나아가 영어 어휘학습에 미치는 영향을 밝히기 위해, 말소리산출 능력의 지표인 자음정확도가 비단어 따라말하기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비단어 따라말하기가 영어 수용 및 표현어휘학습에 미치는 영향을 순차적으로 알아보았다. 이때 음운단기기억과 외국어 어휘학습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선행연구들에서 보고된 바 있는 비언어성지능(Farquharson, Hogan, & Bernthal, 2018), 모국어 어휘력(Lee, Ha, Koo, Hwang, & Pyun, 2016), 영어 어휘력(Gathercole & Masoura, 2005)을 매개변인으로 설정하여 분석하였다. 이상과 같은 본 연구의 연구질문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말소리장애 아동과 일반아동 간 비단어 따라말하기 수행력에 차이가 있는가? 둘째, 자음정확도는 비단어 따라말하기 수행력을 예측하는 요인인가? 이때 비언어성지능과 모국어 어휘력은 자음정확도와 비단어 따라말하기의 관계를 매개하는 요인인가? 셋째, 말소리장애 아동과 일반아동 간 영어 수용어휘학습 및 표현어휘학습 수행력에 차이가 있는가? 넷째, 비단어 따라말하기 수행력은 영어 수용어휘학습과 표현어휘학습의 수행력을 예측하는 요인인가? 이때 비언어성지능과 사전 영어 어휘력은 비단어 따라말하기와 영어 수용 및 표현어휘학습의 관계를 매개하는 요인인가?
연구방법
연구대상
본 연구의 대상은 4세와 5세의 말소리장애 아동 20명과 일반아동 20명이었다. 말소리장애 아동은 전문 언어재활사에 의해 다른 장애를 동반하지 않고 말소리산출에만 결함을 보이는 순수 말소리장애(pure speech sound disorder)로 진단받은 아동들이었다. 연구자는 다음과 같은 기준을 적용하여 해당 아동이 순수 말소리장애에 해당하는지 한 차례 더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 기준은 첫째, 감각적, 신경학적, 신체적으로 아무런 결함이 없는 것으로 부모가 보고하였을 것, 둘째, 한국판 레이븐 지능검사(K-CPM; Lim, 2004) 결과 비언어성지능이 85 이상에 해당할 것, 셋째, 수용 ·표현어휘력검사(REVT; Kim, Hong, Kim, Jang, & Lee, 2009) 결과 수용 및 표현어휘력이 −1 SD 이상에 해당할 것, 넷째, 우리말 조음 · 음운평가(U-TAP; Kim & Shin, 2004) 결과 단어 수준의 자음정확도가 −2SD 이하에 해당할 것이었다. 이에 반해 일반아동 집단의 기준은 첫째, 부모의 보고에 의해 감각적, 신경학적, 신체적 결함이 없을 것, 둘째, K-CPM에서 비언어성지능이 85 이상에 해당할 것, 셋째, REVT 에서 수용 및 표현어휘력이 −1 SD 이상에 속할 것, 넷째 U-TAP에서 단어 수준의 자음정확도가 −1 SD 이상에 속할 것이었다. 또한 대상자의 사전 영어 어휘력을 파악하기 위해, 모든 대상자에게 영어 사전 수용어휘력 및 표현어휘력 검사를 실시하였다. 이에 대해서는 연구도구 부분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으며, 한국어와 영어 간 구분을 하기 위해 한국어는 모국어 수용어휘, 모국어 표현어휘로, 영어는 영어 수용어휘, 영어 표현어휘로 기술하였다.
말소리장애 집단과 일반 집단 간 성별(χ2 = .102, p > .05), 생활 연령 (t = −1.15, p > .05), 모국어 수용어휘력 (t = −1.88, p > .05)에는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반면, 말소리장애 아동의 자음정확도는 평균 81.67%, 일반아동의 자음정확도는 평균 100%로, 두 집단 간 유의한 차이를 보였고 (t = −14.073, p < .001), 비언어성지능 (t = −2.92, p < .01), 모국어 표현어휘력 (t = −2.647, p < .05), 영어 수용어휘력 (t = −2.34, p < .05), 영어 표현어휘력 (t = −2.786, p < .01)에도 집단 간 유의한 차이가 있었다. 말소리장애 집단의 경우 비언어성지능과 모국어 표현어휘력이 정상 범주에는 속하나, 일반아동에 비해 그 수준이 유의하게 떨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대상자 집단의 정보는 Table 1과 같다.
연구도구
음운단기기억력검사
음운단기기억 측정을 위해 선행연구에서 사용된 비단어 따라말하기(Ryu & Ha, 2018) 항목 가운데 3음절어 6개와 4음절어 4개를 채택하였다(Appendix 1). 채택된 항목들을 TTS (Text to Speech)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소리자극 형태로 변환하여 오디오파일로 저장하였고, 이를 대상자들에게 들려준 후 즉각적으로 따라하도록 하였다.
사전 영어 수용어휘력 및 표현어휘력검사
대상자들의 사전 영어 어휘력을 파악하기 위해, 교육부 지정 초등필수 영어 어휘 가운데 유치원 누리과정 의사소통영역에서 각 어휘분류(신체운동 및 건강, 사회관계, 예술경험)에 해당하는 명사를 다수 선택하였다. 이 중 소리 변별이 어려운 단어(예: ship-sheep), 동음이의어(예: son-sun) 및 다의어(예: ball-공, 무도회)를 제외한 후, 최종적으로 27개의 단어들을 선정하여 수용어휘력검사 항목과 표현어휘력검사 항목으로 중복 사용하였다(Appendix 2). 영어교사 10명을 대상으로 각 문항을 5점 척도(1점은 매우 타당하지 않음, 3점은 보통, 5점은 매우 타당함)로 하여 영어 어휘력 문항에 대한 내용 타당도를 검증하였다(평균타당도 4.61). 영어 수용어휘력검사는 TTS로 변환한 영어 단어의 오디오 파일을 아동에게 들려준 후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우리말로 말하게 하는 과제였고, 영어 표현어휘력검사는 동일한 의미를 가진 한국어를 아동에게 들려준 후 그것을 영어 단어로 산출하게 하는 과제였다. 검사의 난이도, 검사에 대한 대상자들의 부담감 등을 고려하여 수용어휘력검사 실시 후 표현어휘력검사를 실시하였다.
영어 수용어휘학습 및 표현어휘학습검사
영어 어휘학습검사의 목표 어휘 선정을 위해 말소리장애 아동 5명, 일반아동 10명을 대상으로 사전 연구를 실시하여, 의미는 알고 있지만 그 이름을 영어로 알지 못하는 2음절의 영어 단어 3개(dai-kon, lizard, bugle)를 선정하였다. 아동으로 하여금 목표 어휘를 영어 이름으로 3회 반복하게 한 후 해당 어휘의 학습이 가능한지 확인한 결과, 대부분의 아동이 영어 표현어휘학습검사에서 전혀 점수를 획득하지 못하였다. 따라서 학습을 위해 단서를 보다 다양하게 제시하여야 할 것으로 판단되었다. 초급 영어어휘학습자들을 위한 효과적인 방법으로 다양한 단위에서의 어휘노출을 제안한 Kwon (2010)의 연구를 참고하여 목표 어휘를 문장 단위에서 우선적으로 제시하였다. 이에 따라 목표 어휘가 포함된 문장과 그에 해당되는 상황 그림을 제작하여, 대상자들에게 해당 단어에 대한 소리 단서, 그림 단서, 문맥 단서, 상황 단서들도 동시에 제공하도록 하였다. 또한 학습자가 해당 단어 이름을 소리 내어 여러 차례 반복하는 것이 새 어휘를 기억하는 데에 효과적이라는 Kim (2006)의 연구를 토대로, 단어 이름을 소리 내어 반복하는 것을 기존 3회에서 5회로 늘렸다.
영어 어휘학습검사의 학습 절차는 Hu (2003)의 ‘외국어 어휘 회상 및 발음 학습(Foreign Language Word Recall and Pronunciation learning)’ 절차를 수정, 보완한 것으로, 구체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하나의 영어 목표 어휘가 포함된 3개의 영어 문장을 상황 그림과 함께 제시하면서 한 번씩 들려준다. 둘째, 동일한 영어 목표 어휘에 해당하는 대상 그림과 철자가 쓰여진 플래시 카드를 보여주면서 그 이름을 들려준 후, 대상자로 하여금 영어로 따라하기를 5회 실시하게 한다. 셋째, 나머지 2개의 영어 목표 어휘의 학습도 동일한 방식으로 실시한다. 이상과 같은 학습 절차가 끝나면, 동일한 영어 어휘에 대해 수용어휘학습검사와 표현어휘학습검사의 순서로 검사를 실시한다. 수용어휘학습검사는 3개의 영어 어휘 그림카드를 제시한 후, 제시한 그림에 해당되는 어휘를 들려주고 들은 순서대로 그림카드를 짚는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표현어휘학습검사에서는 3장의 목표 어휘 그림카드를 보여주며 보이는 순서대로 해당그림을 영어로 말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두 검사 모두 문항마다 목표 어휘들의 순서를 달리하여 제시하였다. 예를 들어 수용어휘학습 1번 문항에서 bugle-lizard-daikon의 순서로 목표 어휘를 들려주었다면 2번 문항에서는 daikon-bugle-lizard, 3번 문항에서는 lizard-daikon-bugle과 같은 방식으로 들려주었다. 표현어휘학습에서는 그림의 순서를 달리하여 제시하였다. 각 검사는 총 9문항으로 구성하였다.
목표 어휘의 대상 그림과 상황 그림은 전문 일러스트레이터에게 의뢰하여 제작하였다. 목표 어휘의 단어 이름과 목표 어휘가 포함된 문장은 TTS를 이용하여 소리로 변환한 후 오디오 파일로 저장하였고, 각 오디오 파일은 이어폰을 통해 대상자에게 들려주었다. 그림 파일과 오디오 파일을 마이크로소프트 파워포인트에 삽입, 제작하여 아동에게 제시하였으며 검사에 사용된 문장과 그림은 Figure 1에 제시하였다.
실험 절차
실험은 아동이 재학하는 유치원 또는 거주하는 가정의 조용한 방에서 일대일로 실시하였다. 사전 검사로 발음검사(U-TAP), 비언어성지능검사(K-CPM), 모국어 수용 및 표현어휘력검사(REVT)와 사전 영어 수용 및 표현어휘력검사(자체 제작)를 실시하였고, 실험 과제로 비단어 따라말하기와 영어 수용 및 표현어휘학습 과제를 실시하였다. 실험 과제를 실시하기 전, 아동이 지시 사항을 제대로 이해하였는지 확인하기 위해 연습 과제를 여러 차례 실시하였다. 또한 영어 어휘학습 과제를 실시하기 전, 아동이 학습할 영어 단어를 모국어로 알고 있는지 그림을 보여주며 확인하는 절차를 거쳤다.
자료처리 및 통계분석
비단어 따라말하기검사 점수
비단어는 3어절과 4어절에서 각각 자음 18, 16개로 전체 자음수는 34개였다. 비단어 따라말하기 검사의 점수는 각 비단어 항목의 전체 자음에 대해 대상자가 정확하게 인출한 자음의 비율을 구한 후 100을 곱하여 백분율로 산출하였다. 대치, 생략 및 첨가의 오류는 오반응으로 처리하였으나, 왜곡의 경우 아동들, 특히 말소리장애 아동들이 보이는 왜곡 오류는 음운적 차원이 아닌 운동적 측면의 결함이라고 보고한 선행연구(Preston, Hull, & Edwards, 2013)에 근거하여 이는 정반응으로 처리하였다.
사전 영어 수용어휘력 및 표현어휘력검사 점수
사전 영어 어휘력검사는 영어 수용 및 표현어휘학습검사와 총점을 동일하게 하기 위해, 아동이 정확하게 답을 할 경우 2점, 틀릴 경우 0점으로 계산하였다. 수용어휘력 과제가 27항목, 표현어휘력 과제가 27항목이므로, 사전 영어 수용어휘력검사와 표현어휘력검사는 각각 54점 만점이었다.
영어 수용어휘학습 및 표현어휘학습검사 점수
영어 수용어휘학습검사와 표현어휘학습검사 모두 한 문항당 3개의 목표 어휘를 제시하고, 문항 내에서 제시순서만 변경하는 방식으로 총 9문항을 제시하였다. 즉, 대상자들에게 각 검사당 3개의 어휘에 대해 9회씩 총 27회의 반응 기회를 제공하였다. 이때 수용어휘학습검사는 영어 수용어휘력검사와 마찬가지로 정확하게 답할 경우 2점, 틀릴 경우 0점으로 계산하였고, 표현어휘학습검사는 부분적으로 산출한 아동의 경우에도 점수를 부여하기 위해 음절단위 채점방식을 채택하였다. 수용 및 표현어휘학습검사는 2음절로 이루어진(2점) 3개의 목표 어휘가 9개 문항에서 각각 한 번씩 반복 제시되었으므로, 각 검사의 만점은 54점(2음절×3단어×9회) 씩이었다. 단, 선행연구(Hu, 2003)에 근거하여 하나의 목표 어휘에 대해 2회 연속 정반응할 경우, 나머지 7회의 제시 절차를 생략하고 해당 항목은 모두 정반응한 것으로 처리하였다.
통계분석
자료의 통계처리는 SPSS version 23.0 (IBM, Armonk, NY, USA)을 이용하여 다음과 같이 실시하였다. 첫째, 집단(말소리장애 집단 vs. 일반 집단) 간 음절길이(3음절 vs. 4음절)에 따른 비단어 따라말하기 과제 점수에 차이가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1피험자 간-1피험자 내 혼합설계에 의한 반복측정 분산분석을 실시하였다. 집단 간 요인과 집단 내 요인의 상호작용효과를 구체적으로 분석하기 위해서는 COMPARE syntax를 입력하여 사후검정을 실시하였다. 둘째, 자음정확도가 비단어 따라말하기 수행력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단순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본 연구의 말소리장애 집단의 경우 자음정확도뿐 아니라 비언어성지능과 모국어 표현어휘력에서도 그 수행력이 일반아동 집단보다 유의하게 떨어졌다(Table 1). 비언어성지능과 어휘력이 음운단기기억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선행연구(Farquharson et al., 2018; Lee et al., 2016)를 고려할 때, 이러한 집단적 특성이 단순회귀분석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이를 확인하기 위해 비언어성지능과 모국어 어휘력을 매개변수로 하여 위계적 다중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Baron & Kenny, 1986). 이때 모국어 어휘력은 REVT의 수용어휘력과 표현어휘력의 원점수를 합한 값이다. 셋째, 집단(말소리장애 집단 vs. 일반 집단) 간 과제유형(수용어휘학습 vs. 표현어휘학습)에 따른 영어 어휘학습 수행력에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1피험자 간-1피험자 내 혼합설계에 의한 반복측정 분산분석을 실시하였다. 넷째, 비단어 따라말하기 수행력이 영어 어휘학습 수행력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비단어 따라말하기와 영어 수용어휘학습, 영어 표현어휘학습 간 단순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음운단기기억과 외국어 어휘학습에 비언어성지능과 사전 외국어 어휘력(Gathercole & Masoura, 2005)이 영향을 미친다는 선행연구(Farquharson et al., 2018; Gathercole & Masoura, 2005)를 고려하여, 자음정확도와 비단어 따라말하기와의 관계, 비단어 따라말하기와 영어수용어휘 및 표현어휘학습과의 관계에서 이들의 매개효과가 있는지 알아보고자 비언어성지능과 사전 영어 어휘력을 매개변수로 하여 위계적 다중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Baron & Kenny, 1986). 단순 회귀분석 및 위계적 다중회귀분석 시 집단을 구분하지 않고 전체 대상자(N= 40)로 분석하였으며, 이때 사전 영어 어휘력은 영어 수용어휘력검사와 표현어휘력검사의 점수를 합한 값이다.
연구결과
집단 간 음절길이에 따른 비단어 따라말하기 수행력 비교
두 집단 모두 4음절보다 3음절 비단어 따라말하기에서 평균적으로 수행력이 높았으며, 음절길이에 상관없이 순수 말소리장애 아동 집단이 평균적으로 더 낮은 수행력을 나타내었다. 각 집단의 비단어 따라말하기 검사의 수행력은 Table 2에 제시하였다.
이러한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한지 알아보기 위해 혼합설계에 따른 반복측정 분산분석을 실시한 결과, 집단 간 주효과 (F(1,38) = 11.762, p < .01)와 음절길이에 따른 주효과가 유의하였다 (F(1,38) = 4.387, p < .05). 그러나 집단과 음절길이의 상호작용효과는 유의하지 않았다 (F(1,38) = 2.911, p > .05).
자음정확도가 비단어 따라말하기 수행력에 미치는 영향
자음정확도와 비단어 따라말하기의 단순회귀분석 결과
앞서 말소리산출 결함 여부라는 집단 간 차이가 비단어 따라말하기 점수에 유의한 차이를 초래한 것이 확인되었기 때문에, 말소리산출 능력의 지표인 자음정확도와 비단어 따라말하기 점수 간 인과관계를 살펴보고자 하였다. 이에 자음정확도를 독립변인으로, 비단어 따라말하기 점수를 종속변인으로 하여 단순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 자음정확도가 비단어 따라말하기 점수에 미치는 영향은 통계적으로 유의하였다(β = 1.373, p < .001).
자음정확도와 비단어 따라말하기의 관계에 미치는 비언어성지능과 모국어 어휘력의 매개 효과
비언어성지능과 모국어 어휘력을 매개변수로 하여 위계적 다중회귀분석을 실시한 결과, 비언어성지능을 매개변인으로 설정한 경우 자음정확도의 표준화 베타가 2단계(β = 1.373)보다 매개변수가 통제된 3단계(β = 1.469)에서 오히려 증가하여, 비언어성지능은 자음정확도와 비단어 따라말하기 점수 사이에 매개 역할을 하지 않은 것이 확인되었다. 그러나 모국어 어휘력의 경우 자음정확도의 표준화 베타가 2단계(β = .492)보다 매개변수가 통제된 3단계(β = .400)에서 감소하여, 모국어 어휘력은 두 변수 사이에 부분 매개 역할을 한 것을 알 수 있다.
집단 간 과제유형에 따른 영어 어휘학습 수행력 비교
두 집단 모두 영어 표현어휘학습에서보다 수용어휘학습에서 평균적으로 높은 수행력을 보였으며, 과제유형에 상관없이 순수 말소리장애 아동 집단이 일반아동 집단에 비해 더 낮은 수행력을 보였다. 각 집단의 영어어휘학습 과제 수행력은 Table 3에 제시하였다.
이러한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한지 알아보고자 혼합설계에 따른 반복측정 분산분석을 실시한 결과, 집단 간 주효과 (F(1,38) = 20.071, p < .01), 과제유형에 따른 집단 내 주효과 (F(1,38) = 74.701, p < .01), 집단과 과제유형의 상호작용효과가 모두 유의하였다 (F(1,38) = 6.919, p < .05). 상호작용효과에 대해 사후검정을 실시한 결과 영어 수용어휘학습 및 표현어휘학습 모두에서 두 집단 간 차이가 유의하였으나 (p < .001), 표현어휘학습검사에서는 일반 집단도 그 수행력이 매우 떨어져 두 집단 간 차이는 수용어휘학습검사에서 두드러진 것을 확인하였다.
비단어 따라말하기 능력이 영어 수용어휘학습 수행력에 미치는 영향
비단어 따라말하기와 영어 수용어휘학습의 단순회귀분석 결과
비단어 따라말하기가 영어 수용어휘학습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비단어 따라말하기 점수를 독립변인으로, 영어 수용어휘학습 점수를 종속변인으로 하여 단순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 비단어 따라말하기 점수가 영어 수용어휘학습 점수에 미치는 영향이 통계적으로 유의하였다(B = .459, p < .001).
비단어 따라말하기와 영어 수용어휘학습의 관계에 미치는 비언어성지능과 사전 영어 어휘력의 매개 효과
비언어성지능 점수와 영어 수용 및 표현어휘력 점수를 합한 사전 영어 어휘력 점수를 매개변수로 하여 위계적 다중회귀분석을 실시한 결과, 비언어성지능을 매개변인으로 설정한 경우 비단어 따라말하기의 표준화 베타가 2단계(β = .620)보다 매개변수가 통제된 3단계(β = .567)에서 감소하였므로, 비언어성지능은 비단어 따라말하기와 영어 수용어휘학습 점수 사이에서 부분 매개 역할을 한 것을 알 수 있다. 사전 영어 어휘력의 경우도 비단어 따라말하기 점수의 표준화 베타가 2단계(β = .620)보다 매개변수가 통제된 3단계(β = .467)에서 감소하여, 영어 어휘력이 두 변수 간 부분 매개 역할을 한 것이 확인되었다. 이러한 네 변수 간 관계는 Figure 2와 같이 도식화할 수 있다.
비단어 따라말하기 능력이 영어 표현어휘학습 수행력에 미치는 영향
비단어 따라말하기와 영어 표현어휘학습의 단순회귀분석 결과
비단어 따라말하기가 영어 표현어휘학습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비단어 따라말하기 점수를 독립변인으로, 영어 표현어휘학습 점수를 종속변인으로 하여 단순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 비단어 따라말하기 점수는 영어 표현어휘학습 점수에 유의한 영향을 미쳤다(β = .172, p < .01).
비단어 따라말하기와 영어 표현어휘학습의 관계에 미치는 비언어성지능과 사전 영어 어휘력의 매개 효과
비언어성지능 점수와 사전 영어 어휘력 점수를 매개변수로 하여 위계적 다중회귀분석을 실시한 결과, 비단어 따라말하기 점수의 표준화 베타가 2단계(β = .434)보다 매개변수가 통제된 3단계(β = .371)에서 감소하여, 비언어성지능이 비단어 따라말하기와 영어 표현어휘학습 점수 사이에서 부분 매개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전 영어 어휘력을 통제한 경우에도 비단어 따라말하기 점수의 표준화 베타가 2단계(β = .434)보다 매개변수가 통제된 3단계(β = .122)에서 크게 감소하여 영어 어휘력 또한 비단어 따라말하기와 영어 표현어휘학습 사이에서 매개 역할을 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3단계에서 비단어 따라말하기 점수의 유의확률이 유의수준을 벗어났으므로 (p > .05), 사전 영어 어휘력은 비단어 따라말하기와 영어 표현어휘학습에 완전 매개 역할을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네 변수 간 관계는 Figure 3과 같이 도식화할 수 있다.
논의 및 결론
본 연구는 말소리장애 아동과 일반아동을 대상으로 음운단기기억력과 외국어 어휘학습 수행력을 비교하고 영어 어휘학습 시 음운단기기억 및 관련변인들의 역할을 알아보기 위해 수행되었다. 그 결과 첫째, 말소리장애 아동 집단은 일반아동 집단에 비해 비단어 따라말하기 수행력이 유의하게 떨어져, 음운단기기억력에 결함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둘째, 자음정확도와 비단어 따라말하기 점수 간 인과관계를 살펴본 결과, 자음정확도는 비단어 따라말하기 수행력의 예측요인이었고 모국어 어휘력은 자음정확도와 비단어 따라말하기 간 관계를 부분적으로 매개하는 요인이었다. 셋째, 말소리장애 아동 집단은 일반아동 집단에 비해 영어 수용 및 표현어휘학습 수행력이 유의하게 떨어졌다. 넷째, 비단어 따라말하기 수행력과 영어 수용 및 표현어휘학습 수행력 간 인과관계를 살펴본 결과, 비단어 따라말하기 수행력은 영어 수용 및 표현어휘학습 수행력을 예측하는 요인이었다. 그러나 비언어성지능과 사전 영어 어휘력을 매개변수로 투입한 결과 그 양상이 다소 상이하게 나타났다. 비단어 따라말하기와 영어 수용어휘학습 간에는 비언어성지능과 사전 영어 어휘력 모두 부분 매개요인으로 작용하였던 반면, 비단어 따라말하기와 영어 표현어휘학습의 경우 비언어성지능은 부분 매개요인이었으나 사전 영어 어휘력은 완전 매개요인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각각의 연구결과에 대해 다음과 같은 해석이 가능하다.
우선 비단어 따라말하기 과제에서 말소리장애 아동은 일반아동보다 유의하게 낮은 수행력을 보였는데, 이는 말소리장애 집단의 음운단기기억력 결함을 보고한 여러 연구들과(Lee & Sim, 2003; Webster, Plante, & Couvillion, 1997) 일치하는 결과이다. 그러나 순수 말소리장애 아동의 경우 그들의 음운단기기억력이 일반아동과 차이가 없다는 연구 또한 찾아볼 수 있는데(Bishop & Adams, 1990; Kim, 2017), 이러한 상반된 연구결과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말소리장애 집단의 이질적 특성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순수하게 말소리산출에만 어려움이 있는 집단일지라도 그들이 가진 기저결함은 청지각적 어려움, 음운표상의 저장, 접근 또는 인출의 문제, 음운기억 또는 음운처리의 결함, 말운동 문제 등과 같이 다양하며(Kim & Ha, 2014), 이로 인해 음운루프의 능력도 대상자별로 차이를 보일 것이다. 또한 두 집단 간 음절길이에 따른 비단어 따라말하기 수행력을 비교한 결과에서는, 두 집단 모두 음절길이가 짧을 수록 높은 수행력을 보였다. 이는 음절길이가 길어질수록 음운단기기억 과제의 수행력이 저하된다는 Baddeley (1986)의 선행연구와도 일치하는 결과이다. 음운단기기억 과제수행 시 나타나는 음절길이효과(length effect)는 되뇌이기(rehearsal)의 증거로 간주되며(Lee & Sim, 2003), 되뇌이기 활동을 더욱 요구하는 4음절 과제의 경우 말소리장애 아동뿐 아니라 일반아동 또한 어려움을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말소리산출 결함이라는 집단 간 차이가 비단어 따라말하기 수행력에 차이를 초래하였기 때문에, 말소리산출 능력의 지표인 자음정확도가 대상자들의 비단어 따라말하기 수행력을 예측하는지를 알아본 결과, 자음정확도는 비단어 따라말하기 수행력에 대한 강력한 예측요인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비단어 따라말하기 점수와 자음정확도가 정적 상관관계를 보고한 선행연구를 뒷받침해준다(Jung & Ha, 2017). 더 나아가 본 연구에서는 자음정확도와 비단어 따라말하기의 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비언어성지능과 모국어 어휘력의 매개 효과를 살펴보았는데, 그 결과 모국어 어휘력만이 두 변수 사이에 부분 매개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언어성지능의 매개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것은 두 집단 모두 평균 이상의 지능을 가진 대상자들로 구성되었고, 비언어성지능 과제가 언어 영역과 관련이 적은 공간지각 및 추론 영역을 바탕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또한 들려주는 비단어를 즉각적으로 따라하는 단기기억 과제는 인지적으로 크게 부담되는 과제가 아니기 때문에, 대상자의 지능이 과제 수행에 기여한 바가 없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반면 대상자의 어휘력은 여러 선행연구들에서 비단어 따라말하기 과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보고되었는데(Farquharson et al., 2018; Lee et al., 2016), 본 연구결과도 이러한 선행연구들과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본 연구의 말소리장애 아동들은 수용 및 표현어휘능력이 모두 정상 범주에 속하고 언어장애를 동반하지 않은 것으로 진단받은 아동들이었으나, 사전 검사 결과 표현어휘 원점수가 일반아동보다 유의하게 떨어지는 것이 확인되었다. 자음정확도가 떨어진 아동은 어휘력 또한 부족하였고 자음정확도와 어휘력은 둘 다 비단어 따라말하기 과제수행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비단어 따라말하기에 자음정확도뿐 아니라 어휘력이 영향력 있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는 본 연구결과는 타당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모국어 어휘력의 매개 효과를 배제하더라도 자음정확도는 여전히 비단어 따라말하기를 예측하는 요인이었다.
영어 어휘학습 과제에서는 수용 어휘학습과 표현 어휘학습검사 모두에서 말소리장애 아동이 일반아동보다 더 낮은 수행력을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말소리장애 아동의 경우 모국어의 새로운 어휘를 학습할 때뿐 아니라(Bae et al., 2016), 외국어 어휘학습 시에도 어려움을 보인다는 것을 시사한다. 두 집단 모두 표현어휘학습보다 수용어휘학습 수행력이 유의하게 좋았고, 표현어휘학습검사의 경우 일반아동도 그 수행력이 매우 떨어졌기 때문에 두 집단 간 차이는 수용어휘학습검사에서 훨씬 더 두드러졌다. 모국어 어휘학습의 경우에도 유사한 결과가 보고된 바 있는데(Bae et al., 2016), 이는 과제의 난이도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즉, 수용어휘학습 과제는 학습한 어휘를 그림에서 찾는 활동으로, 입력된 음운정보를 일시적으로 보유하는 수준에서 과제 수행이 가능하다. 반면 표현어휘학습 과제는 학습한 어휘를 기억하여 영어로 말해야 하는 활동이기 때문에, 이를 위해서는 보유한 음운정보에 접근하여 산출까지 해야 하므로 음운처리와 관련하여 훨씬 부담감이 클 것이다.
새로운 어휘학습 시 음운단기기억력의 역할을 강조한 연구들(Gathercole & Masoura, 2005; Jeon, 2014; Papagno et al., 1991)에 근거하여, 이러한 결과가 대상자들의 음운단기기억 결함과 관련된 것인지를 알아보았다. 그 결과 대상자들의 비단어 따라말하기 수행력은 영어 수용 및 표현어휘학습 수행력을 예측하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이는 음운단기기억력이 뛰어난 학습자는 외국어 학습효과가 더 높다는 선행연구들을 지지하는 결과이다(Hu, 2003; Jeon, 2014; Kim & Choi, 2007). 그러나 비언어성지능과 사전 영어 어휘력을 매개변인으로 설정하여 분석한 결과 수용어휘학습과 표현어휘학습 과제 간 상이한 양상을 보였다. 비언어성지능과 사전 영어 어 휘력은 비단어 따라말하기와 수용어휘학습을 부분적으로 매개하였고, 비단어 따라말하기는 수용어휘학습의 예측요인으로 여전히 유의하였다. 반면 표현어휘학습에서는 비언어성지능의 부분 매개 역할과 예측요인으로서 비단어 따라말하기의 유의성은 동일하였으나, 사전 영어 어휘력이 두 변수 간 관계에 완전 매개요인으로 작용하여 비단어 따라말하기가 예측요인으로서의 유의성을 상실하였다.
수용과 표현어휘학습 모두에 나타난 비언어성지능의 부분 매개 역할은 새로운 어휘를 배울 때 대상자의 전반적 지능이, 그것이 꼭 언어성 지능이 아니더라도, 그 수행력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의미하며, 따라서 이는 어휘학습 수행력이 단지 언어능력만을 반영하는 것은 아닐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새로운 외국어 어휘학습에 보다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지능보다 대상자가 보유한 사전 어휘지식이었다. 이는 비언어성지능보다 어휘력이 외국어 학습과 더 높은 상관이 있다는 선행연구(Gathercole & Masoura, 2005)를 지지하는 결과이다. 흥미로운 점은 영어 표현어휘학습의 경우 대상자들은 음운단기기억보다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영어 어휘지식에 전적으로 의존하여, 음운단기기억이 그 영향력을 상실하였다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표현어휘학습은 수용어휘학습보다 난이도가 높은 과제로 이에 대한 성공적 수행을 위해서는 별도의 노력이 필요하다. 되뇌이기를 통해 새로운 음운표상 인출능력을 높일 수 있으나(Kim, 2017), 본 연구의 표현어휘학습 과제의 경우 난이도가 상당히 높아 5회로 제한한 되뇌이기 활동만으로는 대상자들이 충분한 이득을 얻지 못했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효과적인 표현어휘학습을 위해 요구되는, 되뇌이기 이외에 또 다른 전략에 대해서는 추후 후속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또한 사전 영어 어휘력이 풍부하다는 것은 이전에 영어학습 또는 영어사용 경험의 기회가 많았을 가능성, 이전에 음운단기기억력이 양호하여 영어 어휘를 수월하게 학습하였을 가능성 등을 모두 내포할 것이다. 이러한 여러 가능성을 함축하고 있기 때문에 사전 어휘력이 높은 대상자일수록 난이도가 높은 표현어휘학습 과제에서 수행력이 더 높았고, 그 결과 사전 어휘력이 표현어휘학습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이상과 같은 결론들을 정리해 보면, 아동의 모국어 말소리산출 능력은 음운단기기억 능력을, 음운단기기억 능력은 아동의 외국어(영어) 어휘학습능력을 예측하는 지표이다. 그러나 이때 대상자의 지능과 사전 어휘력의 영향 또한 고려해야 한다. 대부분의 아동들은 영어 어휘 습득 시 초기단계에는 보유한 어휘지식이 부족하므로 음운단기기억 능력에 전적으로 의존할 것이다. 그러나 어휘학습이 활발하게 일어나 보유한 어휘지식이 많아지면 그것을 바탕으로 새 어휘를 학습하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 영어 어휘학습에서 음운단기기억은 새로운 어휘의 음운형태를 장기기억으로 전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렇게 저장된 장기지식은 음운단기기억 능력을 높여 새 어휘학습을 용이하게 할 수 있다. 때문에 말소리장애 아동의 경우 이러한 요인들 간 복잡한 상호작용결과로 인해, 모국어와 외국어 모두에 있어 어휘학습의 어려움이 가중될 가능성이 있다. 외국어를 효과적으로 가르치는 것은 교사의 몫일지라도, 모국어 결함이 있는 학습자들의 성공적인 외국어 교육을 위한 실마리를 제공하는 것은 언어병리학자의 과제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 연구의 결과는 모국어에 결함이 있는 아동들을 위한 개별화된 외국어 교수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 하지만 이러한 연구의 의의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방법적 측면에서 몇몇 제한점을 가지고 있다. 본 연구의 영어어휘학습 과제 점수는 짧은 시간 반복하여 듣고 따라말하기 후 측정되었다. 이 같은 학습형태는 음운단기기억능력에 의존한 방식이라 보여진다. 따라서 후속 연구에서는 실제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학습처럼 어휘에 대한 노출시간을 더 늘이고 다양한 이해정보를 수반한 어휘학습 환경을 조성하고자 한다. 또한 본 연구에서 표집된 인원은 총 40명으로 회귀분석을 실시하여 결과를 분석하기에는 대상자 수가 다소 부족했다고 보여진다. 따라서 각 집단별로 충분한 대상자를 모집하여 외국어 학습과 관련 변인들의 관계성을 분석해 보는 후속연구가 이어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