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능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의 대화에서의 준언어적 특성: 전문가 지각적 평가와 음향학적 분석 결과 비교
Paralinguistic Characteristics of Children with High-Functioning Autism Spectrum Disorder in Conversation: Expert Perceptual Evaluation and Acoustic Analy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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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배경 및 목적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의 비전형적인 준언어적 특성은 다른 사람과의 대화 시 의미 전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고, 더 나아가 의사소통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는 것을 방해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고기능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의 대화에서의 준언어적 특성을 음향학적 분석을 통해 살펴보고, 이러한 특성이 다른 사람에게도 어떻게 지각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전문가를 대상으로 지각적 평가를 실시하여 확인하고자 하였다.
방법
연구 대상은 학령기 고기능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 17명과 일반아동 34명(생활연령 일치, 언어연령 일치 각 17명씩)이었다. 음향학적 분석에 사용한 모든 아동의 발화는 평서문 3개, 의문문 2개를 대화 자료 안에서 추출하였으며, 평균 음도, 음도 범위, 강도, 말속도를 분석하였다. 지각적 평가를 위해 모든 대화 자료는 무선적으로 배치하여 언어재활사 전문가 6명에게 제시한 후, 지각적 평정 척도를 활용하여 평가하도록 하였다.
결과
음향학적 분석 결과, 평균 음도, 음도 범위, 강도, 말속도 모두 집단 간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에 반해 지각적 평가 결과 전문가 집단은 고기능 자폐스펙트럼장애 집단이 일반아동 집단에 비해 목소리 크기 변화와 억양이 부자연스럽고, 목소리가 높다고 지각하였다.
논의 및 결론
연구 결과에 따라 고기능 자폐스펙트럼장애 집단의 대화에서의 준언어적 특성에 대해 논의하였다.
Trans Abstract
Objectives
The purpose of this study was to examine the paralinguistic characteristics of children with high-functioning autism spectrum disorder (HFASD) through acoustic analysis, and to investigate whether an expert can perceive the paralinguistic characteristics of HFASD using a perceptual rating scale.
Methods
The participants were a total of 51 children: 17 HFASD children and 34 typically developing (TD) children (17 matched with chronological age and 17 matched with language age). All children's utterances used for acoustic analysis were extracted from three declarative sentences and two interrogative sentences. The mean pitch, pitch range, loudness, and speech rate were analyzed. For the perceptual evaluation, the 51 conversation samples were randomly numbered according to a set proportion between the two groups. A perceptual rating scale was performed by 6 speech-language pathologies to measure the paralinguistic characteristics.
Results
The results were as follows. In acoustic analysis, there were no significant differences in mean pitch, pitch range, intensity, and speech rate measured with Computerized Speech Lab between the two groups. In perceptual evaluation, there were no significant differences in speech rate and intensity between the two groups, but the HFASD group scored significantly higher in changes of intensity, pitch, and intonation compared to the TD group.
Conclusion
We discussed paralinguistic characteristics of children with HFASD based on these results.
대화는 두 사람 이상이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는 양방향 의사소통이다(Heo & Lee, 2012; Nippold, Hesketh, Duthie, & Mansfield, 2005). 대화는 매우 어린 영유아 시기부터(Lee & Lee, 2013) 학령기(Park, Choi, & Lee, 2017), 청소년기(Yang, Lee, Choi, & Yoon, 2018)까지 계속해서 발달하는 중요한 능력이라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정보를 얻거나 나누기 위해, 생각을 표현하고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대화를 하는데, 대화는 주로 언어를 통해 이루어진다. 하지만 언어로 충분히 의도 전달이 되지 않는 경우도 발생하기 때문에 의도를 좀 더 정확하게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준언어적인 측면이 필요하다(Meharabian, 1981).
준언어적 측면은 언어에 부수적으로 표현되는 것으로 준언어적 특성을 살펴보기 위한 선행연구들은 대부분 음도, 음도 범위, 강도, 말속도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McAlpine et al., 2014; Nadig & Shaw, 2012; Sharda et al., 2010). 평균 음도와 강도는 목소리 높낮이와 크기를 반영해 주는 것으로 대화 시 현재 정서상태를 나타내거나 상대방에게 의도를 강조해 줄 수 있으며, 말속도는 말소리 길이를 짧고 길게 변화시킴으로써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강조해준다. 뿐만 아니라 음도 범위는 주로 억양에 영향을 주며 발화를 극적 으로 전달하거나 정서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될 수 있어 대화 시 중요한 역할을 한다(Shin, Choi, Kim, & Lee, 2015). 따라서 준언어적 측면은 화자의 의도를 강조하여 표현해주며, 청자에게 자신의 느낌이나 태도를 전달하는데 도움을 주는 등 의사소통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Shriberg et al., 2001).
고기능 자폐스펙트럼장애(highfunctioning autism spectrum disorder, HFASD) 아동에게 관찰되는 특징 중 하나는 비전형적인 운율이다. 비전형적인 운율 특성으로 인해 상대방과의 대화 시 의미 전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고, 더 나아가 의사소통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는 것을 방해할 수 있다(Diehl, Watson, Bennetto, Mc-Donough, & Funlogson, 2009; Shriberg et al., 2001). 또한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 시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인상을 줄 수 있어,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줄 가능성이 높다(Paul, Orlovski, Marcinko, & Volkmar, 2009; Van Bourgondien & Woods, 1992).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은 많은 연구들을 통해 비정상적인 운율, 과도한 음도 변화와 높은 평균 음도, 느린 말속도 등 다양한 비전형적인 준언어적 특성들이 보고되어왔다(Nadig & Shaw, 2012; Diehl et al., 2009; Shriberg et al., 2001).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의 준언어적 특성을 살펴보는 방법으로는 기계를 사용하여 객관적 수치로 평가하는 음향학적 분석 방법과, 다른 사람들이 해당 음성을 척도를 사용하여 어떻게 지각되는지 주관적으로 평가하는 지각적 평가 두 가지가 있다. Shin 등(2015)은 국외에서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음향학적인 운율 특성을 살펴본 논문 15편에 대해 메타 분석을 실시하였는데, 자폐스펙트럼장애 집단은 일반아동 집단에 비해 음도, 강도, 말속도에서 유의한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은 일반아동보다 높은 음도(Jung & Seong, 2007; Lim & Sim, 2009), 넓은 음도 범위를 보이는 것으로 보고되었다(Shin, Choi, & Lee, 2016).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은 음향학적 분석을 통해 비전형적인 운율적 특성을 보이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객관적 수치에서의 차이는 다른 사람들의 지각에 미치는 영향과는 다를 수 있다(Ferrand, 2011). 이러한 이유로 Shin 등(2016)은 7–9세 고기능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을 대상으로 음향학적 분석과 청지각적 평가를 실시하여 준언어적 특성을 살펴보았다. 그 결과 음향학적 분석 시,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은 일반아동에 비해 유의하게 더 넓은 음도 범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일반성인이 청지각적 평가를 실시하였을 때에도 일반아동에 비해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이 유의하게 더 높은 음도, 넓은 음도 범위를 갖는 것으로 지각되었다. Nadig와 Shaw (2012)는 8–14세 고기능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을 대상으로 살펴보았을 때, 음향학적 분 석 시,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은 일반아동에 비해 음도 범위가 유의하게 큰 것으로 나타났으나 일반성인들은 지각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살펴본 선행연구들은 모두 청지각적 평가자들을 언어병리학 전공 학부생으로 기본적인 말소리 개념을 이해하는 자로 선정하여 실시하였으며, 청지각적 평가 척도 또한 단순히 음도나 음도 변화, 말속도와 같은 측정치에서 높고 낮은지, 느리고 빠른지와 같은 이분법적인 부분으로만 측정을 하였다.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의 비전형적인 운율 특성은 청자에 의해 부정적으로 지각될 수 있기 때문에 선행연구들처럼 단순히 준언어적 측정치가 어떠한지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 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의 비전형적인 운율 특성은 언어능력이 향상되더라도 지속되는 경향이 있으므로(McCann, Peppe, Gibbon, O’ Hare, & Rutherford, 2007) 자폐스펙트럼장애 교육 및 치료의 경험이 있는 전문가가 지각하였을 때 준언어적 측면에서의 특성이 어떠한지 살펴본다면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의 준언어적 측면의 체계적인 평가와 중재를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본 연구는 학령기 고기능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을 대상으로 대화에서의 준언어적 특성을 음향학적 분석을 통해 살펴보고, 이러한 특성들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어떻게 지각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전문가를 대상으로 지각적 평가를 실시하여 확인하고자 하였다.
연구방법
연구대상
대화 자료 수집본 연구의 대상은 강원 및 경기 지역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고기능 자폐스펙트럼장애(HFASD) 아동 17명, 일반아동 34명(언어연령 일치 일반아동 17명, 생활연령 일치 일반아동 17명)으로 총 51명이다. 본 연구에서는 대화능력이 언어능력과 더불어 아동의 생활경험 능력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Hoff, 2009), 언어연령을 일치시킨 일반아동뿐만 아니라 생활연령을 일치시킨 일반아동을 함께 포함하였다.
고기능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은 (1)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 소아정신과 전문의에 의해 자폐스펙트럼장애로 진단받거나 의심된다고 보고된 아동 중, (2) Autism Diagnostic Observation Schedule-Second Edition (ADOS-2; Lord et al., 2012) module 3 결과 전체 알고리즘 점수가 7점 이상으로 자폐스펙트럼에 해당하고, 사회 적 의사소통 설문지(SCQ; Yoo, 2008) 검사 결과 자폐스펙트럼장애 기준에 해당하는 15점 이상이며, (3) 한국 비언어 지능검사-2(Korean version of Comprehensive Test of Nonverbal Intelligence second edition, K-CTONI-2; Park, 2014)의 지능지수가 80 이상이고, (4) 수용 ·표현어휘력검사(Receptive & Expressive Vocabulary Test, REVT; Kim, Hong, Kim, Jang, & Lee, 2009) 결과가 10 백분위수 이상, 학령기 아동 언어검사(Language Scale for Schoolaged Children, LSSC; Lee, Heo, & Jang, 2015) 중 수용언어 및 표현언어 능력과 높은 상관을 보인 ‘단락듣기 이해’, ‘문법 판단 및 수정’ 문항검사 결과 환산점수 10점 내외(−1 SD 이상)에 해당하며, (5) 상대방과의 대화에서 신체적 장애(시각·청각 장애, 신체적 결함, 심한 행동장애)로 인해 방해 받지 않는 아동으로 선정하였다.
일반아동은 (1) 부모와 주양육자, 교사에 의해 발달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보고된 아동들로, (2) 고기능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과 일대일로 일치시켰을 때 같은 학년에 속하는 아동 1명과 REVT 표현언어 원점수가 같은 연령대에 해당하는 1명 각 2명씩 매치하였고, (3) 시각 및 감각장애나 심각한 정서 문제를 보이지 않는 아동으로 선정하였다.
모든 아동의 부모님들에게 검사 실시 전 부모동의서를 얻은 후, 모든 절차를 진행하였다. 고기능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 집단과 일반아동 집단은 REVT-E 등가연령, LSSC 하위문항, K-CTONI-2 지능지수에서 유의한 차이가 없었고, SCQ에서만 유의한 차이가 있었다. 연구대상의 기본정보는 Table 1과 같다.
지각적 평가
지각적 평가를 통해 고기능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의 대화에서의 준언어적 특성을 확인하기 위하여 고기능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 교육 또는 치료 경험이 최소 3년인 언어재활사 6명을 평가자로 선정하였다. 전체 평가자의 임상경력은 최소 3년에서 최대 18년까지 평균 8년이었으며, 평가자 중 2명은 언어병리학 박사, 4명은 언어병리학 석사였다. 평가자 6명 중 1명의 경력이 3년이나 본 평가자는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들을 주로 보는 임상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자료수집 도구
대화 자료
대화 자료는 연구자와 1:1로 조용한 방에서 한림 대화 ·화용평가프로토콜(Lee & Choi, in press) 중 대화 절차를 사용하여 대화 자료를 수집하였다(Park et al., 2017). 대화는 아동에게 익숙한 ‘가정생활, 학교생활, 기타/친구’의 주제로 진행하였다. 연구자는 모든 아동에게 대화 상대자 요인을 최소화하면서 자연스러운 대화를 유지 하기 위해 정해진 반응 절차에 따라 대화를 실시하였다(Choi & Lee, 2013, 2015, 2019; Park et al., 2017).
지각적 평가
지각적 평가는 Choi와 Lee (2019)의 연구에서 사용한 대화 지각적 평정 척도를 활용하였다. 대화 지각적 평정 척도는 대화 관련 문헌과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의 대화 선행문헌,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의 대화 척도—예를 들면 PRS (Landa et al., 1992), CCC-2 (Bishop, 2003), TOPICC (Adams et al., 2012), Pragmatic Protocol (Prutting & Kittchner, 1987)—등을 종합하여 작성되었다. 평정 척도 질문은 자폐스펙트럼장애에게 보고되는 비정상적인 행동들을 반영한 항목으로 구성되었으며, 크게 대화의 언어적 요인(대화기술), 준언어적 요인, 비언어적 요인의 3가지 영역으로 분류되었다. 문항의 척도는 4점 평정 척도로 최하 0점에서 최고 3점이며, 점수가 높아질수록 특정 항목에서 적절하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척도의 일부인 준언어적 요인에 대한 말속도, 목소리 크기, 목소리 크기변화, 목소리 높낮이, 억양의 5가지 문항만을 활용하였다(Appendix 1).
연구 절차
대화를 진행하기 전 각 아동의 부모님에게 녹음 및 녹화에 대한 사전 동의를 받은 후 아동의 대화를 진행하였다. 모든 대화는 아동이 치료를 받고 있는 치료실이나 아동 집의 독립된 장소에서 Tantam, Holmes와 Cordess (1993)의 연구를 참고하여 디지털 캠코더 2대와 녹음기를 이용하여 녹음 및 녹화하였다. 아동과의 대화는 아동의 옷에 걸 수 있는 선걸이형 마이크와 디지털 보이스 레코더를 사용하여 녹음하였으며, 녹음 시 마이크는 아동의 입에서 약 15 c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하도록 하고 핀을 이용하여 옷에 고정시킨 후(Van Santen, Prud’ hommeaux, Black, & Mitchell, 2010) 실시하였다.
음향학적 분석
음향학적 분석을 위해 아동의 발화가 녹음된 mp3 파일은 Gold-Wave version 6.17을 이용하여 wav 파일로 변환한 후, 샘플링 속도(sampling rate) 11,000 Hz에서 디지털화하였다. 녹음된 대화에서 검사자의 발화를 제외한 아동의 발화만을 추출한 음성파일로 편집하였고, CSL (Computerized Speech Lab, model 4150B; KayPEN-TAX, Montvale, NJ, USA)을 사용하여 200 ms 이상의 쉼 구간을 수동적으로 조정하여 삭제하였으며, 단어 반복, 기침, 목청 가다듬기 등의 비언어적 소리도 삭제하여 유창한 발화만을 남겨두었다(Seo, 2013). 아동의 발화에서 가장 긴 발화 5개(3어절)를 선택하고(Nadig & Shaw, 2012), 문장유형에 따라 운율 특성이 달라지기 때문에(Shin et al., 2016) 추출한 발화의 문장유형은 모두 평서문 3개와 의문문 2개로 통제하였다.
대화 지각적 평정 척도
51명의 대화 자료는 집단이 무작위로 섞이도록 한 후 1번부터 51번까지 번호를 부여하였다. 이때 무작위로 부여된 번호가 한 집단에 쏠리는 경우 한 명의 평가자가 한 집단의 대화 자료 샘플을 분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집단 간 비율을 조절하여 번호를 부여하였다. 2개의 캠코더로 녹화된 총 51명의 대화 자료 동영상은 ‘곰앤컴퍼니’사의 동영상 캠퍼/녹화 프로그램인 곰캠을 활용하여 두 영상이 동시에 재생되도록 편집하였다. 동영상은 검사자가 아동에게 대화 절차에 대해 설명하는 도입 부분을 제외하고 2개 영상의 시간축을 확인하여 동일한 시간으로 재생되도록 편집하였다.
평가를 실시하기 전 평자가들에게 평정 지침을 숙지하도록 평정 척도에 대한 설명과 교육을 실시하였다. 평가자별로 평정 지침에 대해 숙지가 되었다고 판단되면, 무작위로 부여된 대화 자료를 보고 개별적으로 평가하도록 하였다. 1개의 대화 자료는 10분 내외로, 1개의 대화 자료 영상을 본 후 약 1분간 해당 아동의 평가 척도를 완성하도록 하였다.
전체 51개의 자료 중 4개의 자료는 모든 전문가가 공통적으로 분석하도록 하였다. 4개의 자료를 제외한 대화 샘플 자료는 2명의 전문가가 평가하여 개인차를 줄이도록 하였으며(Yoon, Lee, & Sim, 2000), 1명의 전문가에게 모든 대화 샘플을 제시하여 평가하게 하였을 때 학습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Osberger, 1992), 6명의 전문가들은 각각 17–18개의 대화 자료를 평가하도록 하였다(Choi & Lee, 2019).
자료 분석
음향학적 분석은 CSL을 사용하여 Shin 등(2016)과 Nadig와 Shaw (2012)의 분류기준을 참고하여 평균 음도, 음도 범위, 강도, 말속도의 4가지로 살펴보았다. 평균 음도는 아동이 산출한 5개의 문장에서 측정된 음도의 평균값으로 측정하였고, 음도 범위는 음도의 최대값과 최소값의 차이로 계산하였다. 강도는 5개의 문장에서 측정된 강도의 평균값으로 측정하였으며, 아동의 말속도는 음절수를 발화지속시간(초)으로 나누는 초당음절수(syllable per second)로 계산하였다.
지각적 평가 결과는 각 항목별 점수를 계산하였고, 아동별 문항의 점수는 2명의 평가자가 평가한 점수의 평균값으로 산출하였다.
신뢰도
6명의 평가자가 공통적으로 평정한 4개 대화 자료에 대한 지각적 평정 척도 결과의 평가자 간 신뢰도는 각 대화요소별 급내상관계수(intraclass correlation coefficients)로 측정하였다. 신뢰도 측정 결과 .948로 매우 높게 나타났으며, 문항별로 살펴보았을 때 목소리크기(.525)를 제외한 모든 항목이 .84-.95로 나타났다. Nunnally (1978)는 Cronbach 알파값이 .60 이상이면 신뢰할 수 있다고 하였는데, 대부분 .80-.90에 속하여 높은 신뢰도를 보인다고 해석할 수 있다.
통계 처리
자료의 통계 처리는 음향학적 분석과 지각적 평가 각각에서 고기능 자폐스펙트럼장애 집단과 일반아동 집단 간 준언어적인 특성에서 차이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독립표본 t-검정을 실시하였다. 통계 분석에 사용한 프로그램은 SPSS version 25였다.
연구결과
음향학적 분석을 통한 고기능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의 준언어적 특성
음향학적 분석을 통해 고기능 자폐스펙트럼장애 집단과 일반아 동 집단의 대화에서의 준언어적 특성에서 어떠한 차이를 보이는지 살펴본 결과(Table 2), 평균 음도(t =.716, p =.478), 음도 변화(t =.973, p =.336), 강도(t =1.734, p =.090), 말속도(t = −.279, p =.782) 모두 고기능 자폐스펙트럼장애 집단과 일반아동 집단 간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지각적 평가를 통한 고기능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의 준언어적 특성
지각적 평가를 통해 고기능 자폐스펙트럼장애 집단과 일반아동 집단의 대화에서의 준언어적 특성에서 어떠한 차이를 보이는지 살펴본 결과(Table 3), 말속도(t =.761, p = 0.451), 목소리 크기(t =1.225, p = 0.227)에서는 두 집단 간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나, 목소리 크기변화(t = 3.242, p < .01), 목소리 높낮이(t = 4.277, p < .001), 억양(t = 5.010, p < .001)에서는 두 집단 간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다. 즉, 전문가들은 고기능 자폐스펙트럼장애 집단이 일반아동 집단에 비해 목소리 크기변화가 부적절하며, 목소리 높낮이가 더 높거나 낮고 억양이 부적절하다고 지각하였다.
논의 및 결론
본 연구는 고기능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의 대화에서의 준언어적 특성을 음향학적 분석을 통해 살펴보고, 이러한 특성들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어떻게 지각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전문가 대상으로 지각적 평가를 실시하여 일반아동 집단과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확인하고자 하였다.
먼저, 음향학적 분석을 통해 고기능 자폐스펙트럼장애 집단과 일반아동 집단 간 준언어적 측면에서 차이가 있는지 살펴본 결과, 평균 음도, 음도 범위, 강도, 말속도 모두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고기능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은 대화의 준언어적 요인인 평균 음도, 음도 범위, 강도는 일반아동에 비해 높고 말속도는 느렸으나 평균의 차이가 유의하게 크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고기능 자 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이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할 때 자신의 생활연령과 언어연령에 적합한 수준으로 준언어적 요인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말속도의 경우, 본 연구결과와 동일하게 일반아동과 유의한 차이가 없다는 결과는 많은 선행연구에서 일관되게 보고되고 있다(Diehl et al., 2009; Nadig & Shaw, 2012). 말속도가 빠르면 화자가 전하고자 하는 내용이 빠르게 지나가기 때문에 말의 명료도가 떨어져 대화 상대방의 이해력이 감소하게 되고, 말속도가 느리면 대화 상대자가 화자의 말에 주의집중하기 어려워 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Ahn, Shin, & Kwon, 2002). 학령기 아동의 분당 말속도는 평균 216.84, 즉 초당 말속도는 3.614로 보고되어(Moon & Kwon, 2015), 본 연구에 참여한 두 집단 모두 연령의 말속도 범위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고기능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의 말속도는 연령의 말속도 범위에 속하여 대화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다.
말속도와는 달리 본 연구결과의 음도 범위(Nadig & Shaw, 2012; Sharda et al., 2010), 음도와 강도(McAlpine et al., 2014; Sharda et al., 2010)에 대한 결과는 일부 선행연구들의 결과와 다르게 나타났다. 이러한 차이는 측정방법과 언어적 차이로 해석해 볼 수 있다. 본 연구에서 음도 범위는 이전 선행연구들과 마찬가지로 최대 음도와 최저 음도의 차이로 측정하였다. 이는 높고 낮은 음도의 위치를 반영해주지 못할 수 있으며 실제로 아동의 대화 안에서 사용되는 음도 변화를 측정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또한 문장유형에 따라서도 영향을 받을 수 있는데, 선행연구에서는 문장유형을 통제하지 않고 가장 긴 발화를 추출하여 분석한 반면, 본 연구에서는 가장 긴 발화 5개를 평서문과 의문문의 개수를 통제하여 추출하였다. 두 번째로 선행연구들은 영어권 언어를 사용하는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을 대상으로 실시된 것으로 강세로 품사를 구별하거나 중요한 부분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하는 영어권과는 달리(Shin et al., 2016) 한국어에서는 억양 변화가 크지 않아 본 연구결과와 다른 결과를 보여줬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본 연구에서는 대화에서의 준언어적 특성을 살펴본 것으로 각 아동에게서 추출한 문장들의 내용이나 전후 관계, 사용된 어휘를 모두 통제하지 못하였는데, 이러한 부분이 음향학적 분석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대화에서의 준언어적 요인을 음향학적으로 측정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서는 더 검토하고 분석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전문가를 대상으로 지각적 평가를 실시하여 고기능 자폐스펙트럼장애 집단과 일반아동 집단 간 준언어적 측면에서 차이가 있는지 살펴보았다. 그 결과 고기능 자폐스펙트럼장애 집단과 일반아동 집단은 말속도와 목소리 크기에서 유의한 차이가 없었으나, 목소리 크기변화, 목소리 높낮이(음도), 억양에서 집단 간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전문가 집단이 고기능 자폐스펙트럼장애 집단의 말속도와 목소리 크기는 일반아동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각하였으나, 목소리 크기변화가 약간 부자연스러우며, 목소리 높낮이(음도)는 약간 높고, 억양은 약간 부자연스럽게 지각한다는 것을 나타내준다. 본 연구결과와 마찬가지로 지각적 평가를 활용한 선행연구들에서도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과 청소년들은 일반 집단에 비해 비전형적인 운율패턴을 보인다고 보고하였다(Bauminger-Zviely et al., 2014; Nadig & Shaw, 2012; Paul et al., 2009; Seo, 2013).
음향학적 분석을 통한 결과에서는 목소리 크기, 높낮이, 억양, 말속도 모두에서 일반아동 집단과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나 전문가들은 지각적 평가에서 일반아동과 유의하게 다르다고 지각하였다. 이러한 차이는 여러 가지 차원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음향학적 분석에서는 각 측정치를 기계를 사용하여 객관적으로 수치화하여 분석하였다. 이에 반해 전문가 집단은 각 측정치에 대해 평가할 때 대상자의 대화 내용이나 상황 등에 영향을 받아 평가할 수 있다(Nadig & Shaw, 2012). 두 번째로 행동 분석에서 측정된 준언어적 요인에서 집단 간 수치가 미미하게 나타났더라도 전문가 집단은 객관적으로 측정된 수치의 미미한 차이를 일반아동과 다르게 지각할 수 있다. 특히 대화에서의 준언어적인 측면은 아동이 대화에서 언급하고 있는 내용이나 전후 관계, 사용하고 있는 어휘 또는 아동의 정서적 상태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Shriberg et al., 2001), 단순히 준언어적 요인의 객관적 수치가 전문가 집단에게 지각적으로 평가되기 보다는 다른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지각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본 연구에서는 고기능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의 대화에서의 준언어적 특성을 음향학적 분석과 전문가의 지각적 평가를 통해 살펴보았다. 음향학적 분석을 통해 객관적 수치로 살펴보았을 때 고기능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은 일반아동과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나, 전문가 집단은 대화에서의 준언어적 측면에서 차이를 보 인다고 지각하였다. 즉 대화에서의 준언어적 특성을 살펴볼 때에서는 단순히 수치만이 아닌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이러한 것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지각되는 것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지각적 평가를 통해 나타난 결과는 고기능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의 운율 특성만을 평가했다고 단정짓기에는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고기능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의 준언어적 특성들이 다른 사람과의 대화 시 부적절하게 지각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러한 결과를 통해 고기능 자폐스펙트럼장애 집단의 준언어적 측면의 평가와 중재가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하였다.